나는 서울시교육감 출마를 선언하면서, "AI 시대 세계 최고의 서울교육"을 핵심 슬로건으로 제시했다. 세계적인 AI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당면 과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헨리 키신저는 공저 '새로운 질서:AI 이후의 생존 전략'(2025)에서 AI를 만들고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한 국력을 측정하는 주된 기준의 패러다임이 영토, 자원, 자본, 인적 자본에서 컴퓨팅 자본으로 옮겨왔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AI의 기량에는 기술적·인간적 위험이 수반되며, 그러한 위험은 기지의 것과 미지의 것이 섞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새로운 종류의 예측 불가능한 위력은 인간이 이해할 수도 있지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인간에게 이로울 수도 있지만 이롭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저자들은 AI가 군사 전략의 재조정부터 외교술의 재편에 이르기까지 "세계 질서를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아주 오랜된 힘의 균형이 사라지고, AI가 세계적인 "갈등의 수단이자 동시에 갈등의 종결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가 대단히 많이 응용되는 국가나 AI가 자체에 군사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대적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간은 "경쟁은 물론이고 생존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무력"하고, 외적 갈등 역시 통제가 안 될 만큼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지금 국가들이 "AI 경쟁에서 승리하는 법", 존망을 좌우할 "최초의 인공 초지능(ASI)"을 손에 넣는 데에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지도자들은 "2위 따위는 없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안전보다 속도와 비밀주의"를 최우선에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배적인 국가 집단은 "AI 시스템의 최초 발명자이자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의 공급자, AI를 개발하고 개선하는 인재들의 배출국"일 것이지만, 대다수 국가는 "데이터와 기타 재화를 공급하고, 그 대가로 AI에 의한 발견과 거버넌스 시스템과 방어를 어느 정도 보장" 받는 "조공국"의 지위로 추락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차태서 교수도 공저 '미중 관계 레볼루션'(2025)에서 AI나 빅데이터, 양자 컴퓨팅 같은 4차 산업 혁명을 주도하는 국가가 새로운 패권국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최근 미국의 기술 통제도 미국이 계속해서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이 4차 산업 혁명을 주도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으로 설명했다.
김영한 교수도 같은 책에서 미중 패권 경쟁이 주로 경제 분야에서 기술 주도권 경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제 및 산업 정책이 '중국에 대한 경쟁력 확보'로 무게가 쏠리면서 미중 양국 간 경제 주도권 다툼이 격화되었고, 지정학적 리더십 경쟁과 맞물리며 확대 재생산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그 경쟁이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 분야로까지 확장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을 위시하여 그동안 서방 세계가 독점하고 있다고 믿어 왔던 첨단 기술 부문에서 중국이 놀라울 정도로 혁신을 보이고 있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아직 반도체 등 일부에서 비교 우위가 있지만 조만간 역전이 일어난다면 생존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기술적 차별화가 가능한 영역은 무엇인지 또 그 영역 안에서 기술 초격차 구조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은 어떻게 구상해야 할지" 하는 문제를 제시했다.
또한 김 교수는 미중 패권 경쟁 시대에는 "대체 불가능한 우리만의 기술력을 하루빨리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기술적 리더십이 갖추어져야 연달아 경제적, 군사 안보적, 국제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대로 가다가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의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제일 높은 영역으로 AI를 꼽았다. AI는 단순히 '멋진 신 기술' 차원이 아니라, 효율성을 개선하고 생산비를 낮추는 것은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고 시장을 창출함으로써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가장 크게 높여 주는 가장 시급한 영역이라는 것이다.
권석준 교수는 같은 책에서 중국 정부와 민간 부문이 함께 첨단 기술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에서 큰 부와 성공을 얻을 수 있다고 인식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엔지니어나 과학자들이 추동하고 있는 혁신 경제 분야라는 것이다. 그리고 반도체 등 우리가 그동안 강점을 가져 온 분야에서 중국과의 격차가 줄어드는 속도가 생각보다 매우 빨라지고 있다고 하면서, 현재 우리는 제조업과 첨단 산업에서 "실존의 위기"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AI 기술 경쟁 시대에는 인간 사회 가운데 특히 우리나라에 이롭지 않은 일들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광기 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킹핀 이후 K-산업 2.0'(2025)이라는 책에서 현재를 "트럼프 발 세계 관세전쟁 시대, 한중 기술역전 시대, AI 대전환 시대"로 규정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전통산업 첨단산업 가릴 것 없이 상품 제조수출로 유지해오던 기존 일자리, 국부 창출, 경제성장 모두가 임계점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세계 상품 수출 시장 내에서 대중국 비교우위를 잃고 성장력이 떨어지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리고 "중국과의 정면 경쟁 속에서 주력 산업이 맞닥뜨린 실존적 위기 앞에, 우리는 어떤 전략과 비전으로 산업 기반을 재정리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던졌다.
최근 국가데이터처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20대 청년실업률은 5.1%로 전체 실업률 2.1%의 2.4배나 된다. 구직을 포기해 아예 실업률에서 빠지는 청년도 적지 않다. 구체적 이유없이 그냥 쉬는 20대가 43.5만명으로 2005년 25만명에 비해 1.7배라고 한다. 청년실업은 경제의 성장동력을 떨어뜨리고 성장동력이 떨어지면 다시 청년실업이 증가하는 악순환 고리를 만든다. 저출산의 부작용으로 인구 감소의 위험까지 낳는다.
이런 청년실업의 주된 이유는 미래 산업발전이 부진하고, 경제성장률이 떨어져 청년들의 고용창출능력이 감소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청년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미래산업과 기업을 발전시키고 경제성장률을 높여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그런데 고급인재들이 첨단산업이 더 발전한 나라로 나가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고, 미래 잠재성장률이 1%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청년고용 증가는 요원하다. 더구나 AI 기술 경쟁 시대에 중국의 부상은 우리나라의 미래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기업들은 현재 수출 최대 경쟁국으로 중국(62.5%)을 가장 많이 꼽았다. 미국(22.5%), 일본(9.5%)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런데 5년 뒤인 2030년을 두고 같은 질문을 하니 중국(68.5%)을 꼽은 응답 비중은 6.0%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의 기업 경쟁력을 100으로 가정하고 중국의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올해 현재 102.2라고 기업들은 응답했다. 미국(107.2)보다는 낮지만 일본(93.5)보다는 높은 수치다. 그런데 5년 후 중국은 112.3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미국과 중국에 뒤처지고 있고, 5년 후에는 그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금 한국이 중국보다 앞선 것은 반도체(99.3), 전기전자(99.0), 선박(96.7), 석유화학·석유제품(96.5), 바이오헬스(89.2)라고 한다. 하지만 2030년에는 모두 중국이 한국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 흐름을 크게 좌우하는 반도체(107.1)마저 중국에게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 팔란티어 경영자인 알렉스 카프와 니콜라스 자미스카는 공저 '기술공화국 선언'(2025)에서 미국과 서구 사회가 국가의 정치적 프로젝트를 부정하면서 방향을 잃고 표류할 위험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과제는 한 세기 전에 시작해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국가라는 개념, 어쩌면 국민성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지적 전쟁을 계속할지에 대한 사회적 성찰을 다시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지적 전쟁이 처음에는 더 넓고 포용적인 국가 정체성과 소속감을 찾으려는 숭고한 시도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집단적 정체성 자체를 거부하면서, “의미 있는 일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속해야 할 공동체에 대한 감각”마저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오늘날 1970년 이후 한 세대 전체가 “국가라는 더 큰 정체성이나 공동 과업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 세대는 “국가의 존재 이유와 전체 계획이 철저히 의문시되는 시기에 정부의 잘못된 모험”을 더는 이어가려 하지 않고, 개인 소비자를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미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국민 공동체에 속한다는 의미는 “언어와 대중문화를 공유하는 정도의 느슨하고 불완전한 소속감으로 축소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보았다.
저자들은 서구 사회가 "과학기술의 잠재력에 대한 국가적인 포부와 관심이 사라지면서 의료, 우주 탐사, 군사 소프트웨어와 같은 분야에서 정부의 혁신이 쇠퇴했고, 그 결과 혁신 격차가 생겨났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제 “미국 공동체”, “미국이라는 프로젝트”가 무엇이 될 것인지, “공화국을 세우고 가꿔가는 거칠고도 대담한 실험에 참여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서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저자들은 우리가 공동으로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과 인공지능 역량을 구축하는 데 노력과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대 언어 모델(LLM)에서 곧 등장할 자율 로봇 기술 군집에 이르는 고도화된 인공지능이 세계 질서를 뒤흔들 위험을 초래하면서, 국가의 정체성과 존재 목적에 대한 질문이 다시 대두되었고, 이제는 단순한 기술의 발전을 넘어 사회와 문명이 어떤 존재이며 무엇이 되기를 원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들은 실리콘밸리 전반에 정부 사업이나 국가적 목표에 대한 불신이 퍼지면서 20세기 초반에 했던 거대한 공동체적 실험은 사라지고, 개인의 취향과 필요에만 좁게 집중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수많은 스타트업이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를 해결할 기술 기반을 구축하는 데는 관심이 없고, 오직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변덕스러운 소비자 취향에 맞춰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교육 개혁, 의료 혁신, 군사 기술 발견 같은 과제들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래서 저자들은 “기술을 미국이라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실현하고 확장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첨단 인공지능 시대에도 복지를 증진하고 민주주의 프로젝트 자체의 정당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혁신을 추구하는 정신과 국가적 목표의 결합", 기술 산업과 정부가 긴밀히 협력하던 "기술 공화국"의 전통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 지난 세기에 누렸던 주도적 지위를 유지하려면 민간 기업들이 교육 개혁, 의료 혁신, 군사 기술 발견 등을 위해 정부와 결합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들이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 공유되는 요소들은 시민적이나 정치적인 게 아니라 주로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유명인, 패션 등 개인적인 것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이유가 "교육 시스템 속의 시민적 의례, 국방 의무, 종교, 공용어, 활기차고 자유로운 언론 등 국가를 만들었던 수단"들이 방치되고 남용되어 거의 해체되거나 쇠퇴해버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기술공화국을 재건하기 위한 "개인의 원자화 및 고립을 극복하려는 집단적 경험과 노력"을 강조하면서,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교육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저자들이 제시하는 기술공화국은 "자유시장에 대한 헌신과, 자유시장이 초래할 개인의 원자화 및 고립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조화시키는 과정을 포함"하는 다원적 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실리콘밸리가 자유시장에 대한 헌신에 보상을 안겨주면서도 동시에 개인의 원자화 및 고립을 극복하려는 집단적 경험과 노력을 제공했다고 하면서, 이들이 본질적으로 집단주의적 시도를 했지만, 구성원들은 극도로 개인주의적이고 자유롭게 사고하는 사람들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기술 공화국을 재건하려면, 이와 함께 "집단적 경험, 공유된 목적과 정체성, 결속시킬 시민적 의례"를 다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기술공화국 선언'(2025)의 저자들이 주장했듯이 기술을 국가적 프로젝트를 실현하고 확장하는 데 사용하는 기술공화국의 성공 사례가 중국이 아닌가 생각한다. 중국이 "자유시장에 대한 헌신"이 얼마나 강한지는 알 수 없지만, 사회주의 국가로서 "자유시장이 초래할 개인의 원자화 및 고립을 극복"하기 위해 "집단적 경험, 공유된 목적과 정체성, 결속시킬 시민적 의례"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 중국의 비약적인 기술 발전은 특히 교육을 중국이라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실현하고 확장하는 핵심 수단으로 사용한 결과라고 본다. 마찬가지로 지금 한국의 국가 경쟁력의 위기도 교육 경쟁력 저하가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과 2017년의 국제수학올림피아드 (IMO)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었다. 그런데 2025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IMO)에서는 중국이 세계 1위를 차지했고, 미국이 2위, 한국은 3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 2024년에는 미국이 세계 1위를 차지했고, 중국이 2위, 한국은 3위에 머물렀었다.
또한 우리나라는 2023년까지 국제물리올림피아(IPhO)에서도 줄곧 세계 1위를 차지했었다. 그런데 2025년에는 미국이 1위를 차지했으며, 한국은 중국과 함께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지난 2024년에는 중국이 1위를 차지했고, 한국은 공동 2위였다. 과거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한국 학생들의 수학, 과학 역량이 점차 중국과 미국에게 밀리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세계적인 AI 기술 경쟁 시대에 한국 교육의 방향에 대한 논의가 '기술공화국'이나 '교육공화국'을 만들기 위한 국가적 목표나 거대한 공동체적 실험을 위한 교육개혁이 아니라, 여전히 뾰족한 해답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대학입시 개편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AI 기술 경쟁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대학 입시가 아니라, 대학 교육과 초중고 학교 교육을 혁신해야 한다. 과거 세계 최고였던 우리 학교를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이다.
나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당면 과제는 AI 기술 경쟁 시대에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최고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공화국을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이제는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는 중국과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체 불가능한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초중고 교육과 대학 교육 개혁의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라는 것이다.
모리치오 비롤리는 『공화주의』(2006)라는 책에서 공화국을 “법과 공공선에 기반을 두고 주권자인 시민들이 만들어낸 정치공동체”로 규정했다. 같은 맥락에서 내가 제시하는 '교육 공화국'이란 공공선으로서의 교육 이념에 기반을 둔 정치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교육 공화국에서는 사적인 이익 추구를 넘어서 공동체 전체의 발전과 번영이라는 공공선이 교육의 핵심 가치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AI 기술 경쟁 시대에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기술 혁신의 성과와 혜택을 모든 국민들과 나누는 것이 교육공화국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기술공화국 선언'(2025)의 저자들은 "기술 공화국을 다시 세우려면 역사적으로 인류 발전의 바탕이 되었던 국가적·집단적 정체성에 대한 감각을 부활시키고 다시 포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교육 공화국을 재건하려면 교육을 통해 나라를 부유하고 강성하게 만들겠다는 공동체적 정신과 의지를 부활시킬 필요가 있다.
이미 1895년에 고종 황제는 '교육입국조서’(敎育立國詔書)라고 불리는 「교육에 관한 특별조서」 발표했다. 여기서 고종은 "백성을 가르치지 않으면 나라를 굳건히 하기가 매우 어렵다. 세상 형편을 돌아보면 부유하고 강성하여 독립하여 웅시(雄視)하는 여러 나라는 모두 그 나라 백성의 지식이 개명(開明)했다. 지식이 개명함은 교육이 잘됨으로써 말미암은 것이니, 교육은 실로 나라를 보존하는 근본이다. 그러므로 짐이 임금과 스승의 자리에 있으면서 교육하는 책임을 스스로 떠맡고 있다."라고 말했다. 교육은 나라를 부유하고 강성하게 만드는 부국강병(富國强兵)의 핵심 수단이므로 정부가 책임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고종은 "짐이 정부(政府)에 명하여 학교를 널리 세우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너희들 신하와 백성의 학식으로 나라를 중흥(中興)시키는 큰 공로를 이룩하기 위해서이다. 너희들 신하와 백성은 임금에게 충성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심정으로 너의 덕성, 너의 체력, 너의 지혜를 기르라. 왕실의 안전도 너희들 신하와 백성의 교육에 달려 있고 나라의 부강도 너희들 신하와 백성의 교육에 달려 있다."라고 강조했다. 학교를 세우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나라를 중흥시키고 부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정영희 교수의 '교육입국론과 항일독립운동'(2009)에 의하면, 한국의 근대교육은 개항을 전후하여 일제를 비롯한 서양 제국주의의 침략적 야욕이 가중되는 속에서 서양문물의 도입에 따른 민족적 자각과 각성에서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근대교육 시행=부국강병"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주로 개화론자를 중심으로 "자주독립과 국가발전은 인재육성에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근대교육을 통해 자주적이고 부강한 국가를 만들려는 노력이 다방면에서 추진되었다.
'서유견문록'으로 유명한 유길준은 '흥사단 취지서'에서 "국가만세의 대계는 국민의 지식을 계발함과 도덕을 수양함에 있고, 지식을 계발하고 도덕을 수양하는 도는 일언으로 폐하여 교육에 있다고 할 것"이라며,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근대교육의 대안을 하루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교육입국론을 제시했다.
근대 한국 사회에서 강조한 교육입국(敎育立國) 정신은 교육을 통하여 나라를 튼튼하게 세워야 한다는 것으로 교육공화국 건설 의지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국가적 프로젝트로서 교육입국을 강조하던 시대에서 개인적인 성장과 학벌을 통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시대로 축소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대학입시가 치열한 이유도 개인적 출세의 핵심 수단으로 입시가 자리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AI 기술 경쟁 시대 생존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나라를 중흥시키고 부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과거의 교육입국 정신을 되살려서 교육공화국을 재건해야 한다.
지금 한국 교육의 당면 과제는 AI 기술 경쟁 시대에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기술 혁신의 성과와 혜택을 모든 국민들과 나눌 수 있는 교육 공화국을 만드는 것이다. 이제는 대학입시 개편이나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확대가 아니라, 과거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학력과 교육력을 회복하기 위해 초중고 학교 교육과 대학 교육을 혁신해야 한다.
- 이건주 교육평론가/전 한국교총 현장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