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시도지사 러닝메이트 직선제로 개편

by 이건주

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2007년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1949~1990년까지는 교육위원회에서 추천하면 대통령이 교육감을 직접 임명하는 임명제였다.


이후 1991~2006년까지는 주민을 대신하는 '선거인단'이 교육감을 뽑는 간선제 방식이 도입되었다. 처음에는 시도 교육위원회에서 선출하다가 이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선출하는 간선제로 바뀌었지만, 선거인단 수가 적다 보니 매수나 담합 등 부정선거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일반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되었다.


2007년부터는 지금처럼 지역 주민들이 교육감을 직접 선출하는 직선제를 실시해 오고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교육 전문가들을 직접 선출하다 보니, 대표적인 깜깜이 선거나 고비용 선거로 인식되어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국민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깜깜이 관권선거


지난 2024년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의 투표율은 23% 정도에 불과했다.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통틀어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이는 정당이나 기호가 없는 교육감 선거가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다보니 후보와 정책을 모르는 유권자가 많아 깜깜이 선거로 반복되는 데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시민들에게 이름이 알려져 있는 현직 교육감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도 출마한 현직 교육감 13명 중 9명이 다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결국 한 번 선출되면 3선이 거의 보장되기 때문에 4년 임기가 아니라 3선까지 12년 임기의 교육감을 깜깜이 선거로 뽑아 왔다고 할 수 있다.


교육감 선거는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면서도 눈 가리고 아웅하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내세우는 모순적이고 위선적인 제도이기도 하다. 교육감 후보들은 소속 정당만 없을 뿐 선거 벽보 등을 보면 후보자 정치 성향에 따라 붉은색 또는 푸른색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일부 후보자는 득표를 위해 정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마치 자신이 특정 정당과 관계 있는 것처럼 홍보하기도 한다. 심지어 특정 정당에서 국회의원이나 시의원으로 활동했던 사람들이 잠시 탈당해서 중립적인 것처럼 출마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후보들에게 기호조차 부여하지 않으면서도 정작 지명도가 높은 특정 정당 출신의 정치인이 쉽게 교육감에 당선될 수 있는 모순된 제도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서도 진보 교육감이니 보수 교육감이니 하면서 거대 양당의 후보인 것처럼 일상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현실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정당 공천을 배제하는 것은 위선적이다.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를 정당에서 공천하지 않기 때문에 진영 내의 후보 단일화가 가장 중요해진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후보 단일화는 진보와 보수의 대표 후보가 되는 것이므로 국민들이 후보 개개인에 대해 잘 모르는 깜깜이 선거에서는 절대적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2024년 9월에 실시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예비후보 여론조사 결과 진보 성향 후보자 선호도 1위가 14.4%이고, 2위가 12.2%에 불과했다. 그리고 보수 성향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도 1위가 2.5%이고, 2위가 8.4%에 불과했다.


그러니 진보와 보수 모두 누가 단일 후보가 되더라도 적어도 서울 시민 절반 이상은 지지하지 않거나 알지도 못하는 후보가 선출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교육감 후보의 정당 공천을 배제한 것인데, 후보 단일화로 인해 거대 양당에서 공천된 것과 다름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정당들에서 교육감 후보를 공천하는 것이 더 낫다. 그래야 후보자 난립과 불공정한 단일화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교육감을 정당에서 공천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인 정치적 중립성과 충돌한다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 고비용 금권선거


평범한 교사 출신으로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준비하다 보니 가장 큰 문제가 막대한 선거 비용이다. 내가 출마를 선언하자 주변의 반응도 격려와 함께 선거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걱정하는 말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필수적인 선거 비용을 제외한 홍보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SNS 중심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선거 포스터나 쇼츠 영상도 AI를 활용해서 직접 제작하고 있는데 아직은 품질이 많이 떨어진다.


현행 교육감 선거는 경제적 부담이 매우 커서 진입 장벽이 가장 높은 선거이다. 교육감 선거가 깜깜이 선거로 실시되다 보니, 결국 정책 대결보다는 상호 비방과 인지도 높이기에 치중하면서 고비용 선거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실제로 현행 교육감 선거는 정당의 지원이 전혀 없기 때문에 막대한 선거 비용을 개인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부유층들만 출마할 수 있는 고비용 선거이다. 선거 때마다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교육감이 적지 않은 것도 막대한 선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지난 2022년 교육감 선거에서 교육감 후보 한 사람 당 평균 10억 8,315만원을 선거자금으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시도지사 선거에서 후보 1인당 평균 8억 9,000만원보다도 거의 2억 정도나 많은 규모이다. 특히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선거 비용을 가장 많이 쓴 후보는 35억 2,560만 원이고,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는 무려 46억 5,967만 원이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사의 정치활동이 보장된다고 해도 교사 출신 현장 전문가가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일 수밖에 없다.


교육감-시도지사 러닝메이트 직선제


나는 깜깜이 고비용 선거인 교육감 선거를 교육감과 시도지사 '러닝메이트 직선제'로 개편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교육감만 별도로 선출하는 현행 직선제를 교육감이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로 함께 출마하고, 지역 주민들이 선출하는 러닝메이트 직선제로 개편하자는 것이다.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 직선제는 시도지사가 교육감을 지명하여 함께 선거 유세에 나서면서 지역 주민들의 선택을 받는 방식이다. 미국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가 부통령을 지명하고 함께 선거운동을 하는 방식을 생각하면 된다.


지금 미국에서는 각 당의 대통령 후보가 자신의 파트너인 부통령 후보(Running Mate)를 직접 지명한다. 주로 본인의 약점을 보완하거나 정책적 파트너로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한다.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 직선제도 시도지사 후보자가 후보자 등록을 신청할 때 교육정책 전문가를 교육감 후보자로 지명하고, 함께 선거 운동을 하여 지역 주민들의 선택을 받는 방식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거나 일부 선거인단이 선출하는 간선제와는 다르다.


물론 시도지사 후보가 교육감 후보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는 것이므로 간선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명된 교육감 후보가 시도지사와 함께 선거운동을 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선택에 공동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직선제의 성격도 분명히 가지고 있다.


러닝메이트 직선제의 성격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 선거 홍보물에도 교육감과 시도지사를 함께 소개하고, 투표 용지에도 교육감과 시도지사가 함께 기재되어서 주민들이 시도지사만이 아니라 교육감도 제대로 인식하고 선호도에 따라 투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러닝메이트 직선제는 시도지사 선거의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이 교육감 후보자의 자격을 갖춘 사람 중에서 교육감 후보자를 지명하는 것이므로 정당 공천제와도 다르다.


지금 교육감 후보자는「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제24조에 따라 교육경력 3년 이상, 과거 1년 동안 정당의 당원이 아닌 사람이라는 자격 기준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따라서 시도지사가 이런 자격을 갖춘 교육 전문가를 지명하도록 규정하면, 지금처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교육감 후보자가 시도지사 후보자와 짝을 이뤄 함께 선거를 치르는 러닝메이트 직선제를 실시하면, 무엇보다 교육감 후보 난립이나 고비용 선거의 문제들을 확실히 방지할 수 있다.


교육감과 시도지사가 러닝메이트로서 함께 선거 운동을 하고, 선거 비용도 절반 정도 나누어 부담한다면, 교사 출신 현장전문가처럼 돈이 없는 신진 후보들도 지역 주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도 교육감 후보가 시도지사 후보와 함께 선거운동을 한다면 정책 검증이 용이해질 수 있다. 그래야만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면서도 깜깜이 선거니 금권 선거니 하는 오명을 씻어낼 수 있다. 직선제냐 간선제냐의 낡은 선악 이분법에서 벗어나 그 사이에서 교육감 선거의 해법을 찾아야 지속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 이건주 교육평론가/전 한국교총 현장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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