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출마 자격을 유초중고 교육경력 5년 이상으로

by 이건주

나는 지역의 유초중고 학교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을 왜 학교 현장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대학 교수나 정치인들이 맡아야 하는지 묻고 싶다. 교육감은 시도의 유초중고 학교 교육과 학예를 책임지는 자리다.


그런데 2006년 교육감 직선제가 시작된 이후 대부분 초중고 학교와 관련이 거의 없는 대학 교수나 정치인들이 교육감을 맡아 왔다. 그 결과 아동 돌봄, 학교폭력, 교권 침해, 고교학점제, 대학입시 등 산적한 유초중고 학교 교육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갈수록 악화되었다.


나는 교육감뿐 아니라 교육부 장관도 교사 출신 현장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고 본다. 현재 교육계의 최우선 과제는 학교폭력과 교권 침해 등으로 인해 학교 교육력이 심각하게 저하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학교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 학생이 교사에 의해 살해당하는 끔찍한 일까지 벌어졌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충격적으로 묘사되었듯이 학교폭력은 줄어들지 않고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제는 교사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마저도 일상이 되었다. 2023년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흉기 난동으로 교직원 4명이 크게 다쳤고, 대전에서는 졸업생이 고등학교 교사를 흉기로 찔러 중태에 빠뜨린 사건도 있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3학년 남학생이 수업 중 휴대폰을 쥔 손으로 여교사의 얼굴을 가격하는 사건도 있었다. 최근 인천에서는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던 특수교사가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금 학교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의 교권 침해와 학부모의 악성 민원, 협박성 아동학대 신고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교육활동이 위축되는 현실에 놓여 있다. 이제는 교사에 의한 아동학대뿐 아니라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스쿨폴리스를 배치하고 교실마다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 장관은 산적한 유·초·중·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교사 출신 현장 전문가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가 전체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 장관도 교사 출신이 필요한 시점에서 시·도의 모든 학교를 책임지는 교육감은 반드시 교사 출신 현장 전문가가 선출되어야 한다. 지금은 교사 출신이 왜 교육감이 되어야 하는지가 아니라, 왜 교육감이 되지 못하는지를 물어야 할 때다.


한편, AI 기술 경쟁 시대에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미래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낡은 이념이나 정치적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산적한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것이 교사 출신 현장 전문가가 교육감이 되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이선 몰릭은 『듀얼 브레인』(2025)이라는 책에서 AI를 ‘외계 지성(alien mind)’이라고 불렀다. 과거 노회찬 국회의원은 외계인이 침공하면 누구든 힘을 합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지금 친구인지 적인지조차 알 수 없는 외계 지성 AI가 밀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진보와 보수를 따지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일이다. 그러나 해방 이후 지금까지 한국 정치는 낡은 이념 대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더구나 미래를 준비해야 할 교육 문제조차 이념과 정치 논리로 접근하면서 불필요한 갈등과 대립만 조장해 왔다.


현행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에는 "교육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해당 시ㆍ도지사의 피선거권이 있는 사람으로서 후보자등록신청 개시일부터 과거 1년 동안 정당의 당원이 아닌 사람이어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교육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지만, 과연 이를 통해 교육감의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될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내내 특정 정당 소속으로서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을 해왔던 국회의원이나 대학 교수들도 후보자등록 1년 전에만 꼼수 탈당을 하면 교육감 선거에 출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학교 교사는 재직 기간 내내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 받고 있다. 따라서 1년 동안만 당적을 가지지 않으면 출마할 수 있는 정치인이나, 정당 가입이 허용되는 대학 교수와 달리 교육 문제를 오로지 교육적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다. 극소수의 정치 교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교사들은 정치적 진영논리에서 벗어난 실용적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보다 많은 교사 출신 현장 전문가가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육감 후보 자격인 교육 경력을 현행 3년에서 유초중고 교사 경력 5년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물론 교원들이 교육감 선거에 쉽게 출마하고 당선될 수 있도록 정치활동을 허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헌법 제31조 제4항에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헌법 제7조 제2항에는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동안 헌법재판소에서는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해서 얻는 교원의 사적 이익보다 이를 제한해서 얻는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공적 이익이 더욱 크다는 이유로 기본권 제한이 정당하다고 판단해 왔다. 따라서 교원의 정치활동을 보장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치적 중립성 보장 규정이 헌법에 남아 있는 한 대통령도 다수당도 교원의 집단적 정치활동을 보장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다 많은 교사 출신 현장 전문가가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 사안인 교원의 정치활동 보장은 장기적 과제로 넘기고, 지금 당장 교육감 후보 자격에서 유초중고 교육경력을 확대하는 것이 급선무다.


현행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2항에는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다. "교육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후보자등록신청개시일을 기준으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력이 3년 이상 있거나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력을 합한 경력이 3년 이상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1. 교육경력: 「유아교육법」 제2조제2호에 따른 유치원, 「초ㆍ중등교육법」 제2조 및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이와 동등한 학력이 인정되는 교육기관 또는 평생교육시설로서 다른 법률에 따라 설치된 교육기관 또는 평생교육시설을 포함한다)에서 교원으로 근무한 경력


2. 교육행정경력: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기관에서 국가공무원 또는 지방공무원으로 교육ㆍ학예에 관한 사무에 종사한 경력과 「교육공무원법」 제2조제1항제2호 또는 제3호에 따른 교육공무원으로 근무한 경력"


지금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려면 교육경력이나, 교육공무원으로서의 교육행정경력이 3년 이상 있거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력을 합한 경력이 3년 이상 있어야 한다. 과거에 교육 경력 5년이었다가 3년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래서 보다 많은 교사 출신 현장 전문가가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될 수 있도록 출마 자격을 '유초중고 교육경력 5년 이상'으로 단순화하자는 것이다.


앞으로 정치인은 물론이고 대학 교수나 교육공무원도 유초중고 교육경력이 5년 이상 되어야 교육감으로 출마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대학 교수나 교육공무원이라도 유초중고 교육경력이 거의 없으면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학교 현장을 제대로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감은 시도의 유초중고 학교 교육과 학예를 책임지는 자리다. 따라서 유초중고 학교 교육을 잘 아는 교사 출신 학교 현장 전문가가 선출될 필요가 있다. 경제 분야는 경제 전문가, 법률 분야는 법률 전문가, 의료 분야는 의료 전문가가 필수적이듯이 유초중고 학교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은 학교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교사 출신 현장 전문가가 맡는 것이 상식이다.


- 이건주 교육평론가/전 한국교총 현장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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