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공화국에서는 교원이나 공무원도 다른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교원과 공무원의 집단적 정치활동이 제한되고 있는 것은 독재 권력에 의한 부당한 탄압이나, 교원 집단에 대한 비합리적 혐오 때문이 아니라, 헌법에 규정된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라는 공공선을 위해서이다.
헌법 제31조 제4항에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헌법 제7조 제2항에는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도 교원과 공무원의 집단적 정치활동 금지가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해 불가피한 제한이라고 일관성 있게 판단해 왔다.
지난 정당법 위헌소원 사건(2011헌바42)에서 헌법재판소는 "정당가입 금지조항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초중등학교 교육의 중립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정당에의 가입을 금지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 공무원은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없을 뿐, 정당에 대한 지지를 선거와 무관하게 개인적인 자리에서 밝히거나 투표권을 행사하는 등의 활동은 허용되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정치적 중립성, 초중등학교 학생들에 대한 교육기본권 보장이라는 공익은 공무원이 제한받는 불이익에 비하여 크므로 법익균형성도 인정된다."라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헌법재판소는 중등학교 교원에 대하여는 정당가입을 금지하면서 대학교원에게는 허용하는 것도 "기초적인 지식전달, 연구기능 등 직무의 본질이 서로 다른 점을 고려한 합리적 차별이므로 평등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라고 판시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국가공무원법 위헌소원 사건(2009헌바298)에서도 "교육공무원 선거운동 금지조항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여 인간의 내면적 가치증진에 관련되는 교육 분야에 당파적인 정치적 관념이나 이해관계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을 지양하고, 나아가 선거의 형평성, 공정성을 기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목적달성에 적합한 수단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교원과 공무원의 정당 가입과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이 헌법적 가치인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당한 제한이라고 판단해 왔다. 지금도 교원과 공무원의 정당 가입이나 선거운동 등 집단적 정치활동을 허용하는 것은 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망국적인 관권선거가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국민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교원의 정치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최교진 교육부 장관에게 교원의 정치기본권 확대가 “교사들이 정치활동을 아무 때나 아무 장소에서 막 하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고, 교육 현장을 떠나서 사적 영역에서 직무와 관련 없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정도"가 아닌지 물었다.
또한 이 대통령은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선생님들이 정치적 중립을 해야지, 학교에 가서 아이들한테 한쪽 편들게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런 걸 하자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하자"라고 말했다. 그리고 “여론조사를 해보면 찬성이 높지 않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인 개인적 표현의 자유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고 본다.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공공선과 충돌하지 않는 개인적인 표현의 자유까지 교원이라는 이유로 제한하는 것은 민주공화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대통령의 말대로 교원의 정당 가입이나 선거운동 등 집단적 정치활동을 허용하는 것은 학교가 정치판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국민들이 많기 때문에 시기상조라고 본다.
더구나 계엄과 탄핵 이후 극우니 극좌니, 1찍이니 2찍이니 하는 정치적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교원의 집단적 정치활동을 허용하는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공공선과 충돌할 우려가 매우 크다. 따라서 교원의 정치활동을 보장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치적 중립성 보장 규정이 헌법에 남아 있는 한 대통령도 다수당도 교원의 집단적 정치활동을 보장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교원과 공무원의 집단적 정치활동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국민적 공감대를 모아 가는 장기적 과제로 넘기고, 지금은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인 개인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 이건주 교육평론가/전 한국교총 현장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