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의 학교 밖 정치활동과 학교 안 정치적 중립성

by 이건주

최근 경기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학생의 민원이 접수되어 교육 당국이 조치에 나서는 일이 벌어졌다.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이 학교의 한 학생은 해당 교사가 수업 중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비하 발언을 하고, 지지 집회 참가자들이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이거나 특정 종교단체 신도라고 했다며 지역 교육지원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교육지원청은 이날 학교를 방문해서 특정 정치인, 정당에 대한 모욕과 일방적 옹호 등은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소지가 있음을 알렸다고 한다.


지난 2019년에 교육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서울의 인헌고등학교 사태는 교원의 집단적 정치활동이 허용되지 않는 지금도 학교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로 인해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당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당시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인헌고등학교의 마라톤 대회에서 학교측이 학생들에게 강제적으로 반일 구호를 외치게 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에 학생들로 구성된 인헌고등학교학생수호연합(학수연)은 교문 앞에서 '학생은 정치적 노리개가 아니다'라는 매우 충격적인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학생 인권 침해로 보기는 어렵다고 하면서도 일부 교사의 반일 구호제창, '조국뉴스는 가짜뉴스' 등 발언에 대해서는 "매우 부적절하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인헌고 교장에게는 정치·사회적 현안 관련 행사와 수업 진행에서 학생 의사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교사들의 발언이 반복적이고 강압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하지 않았다. ‘교육 공무원 징계 양정에 관한 규칙’에 따라 교사가 정치 운동을 할 경우에 ‘감봉이나 견책’을 주는 징계 기준이 있지만 어디까지를 정치 운동으로 볼지가 애매하기 때문에 처벌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교원의 정치적 행위가 금지되어 있는 지금도 이러한데, 앞으로 교원의 정치활동이 허용된다면 학교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교원의 정치활동 허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학교 밖에서 근무시간 외에만 허용하면, 학교 안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통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976년에 마련된 ‘보이텔스바흐 협약’은 세 가지 중요한 원칙을 담고 있다. 첫째, 학생들에게 특정한 견해를 강제로 주입하거나 교화해서는 안 된다는 ‘강제성의 금지’ 원칙. 둘째, 수업에서 현실 세계의 다양한 논쟁적 사안을 다루되 여러 입장을 균형 있게 제시해야 한다는 ‘논쟁성의 유지’ 원칙. 셋째, 학생들이 스스로 현실적 상황을 판단하고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정치적 행위 능력 강화’ 원칙이다.


나는 학교 밖에서 정당 가입과 선거 운동 등 교원의 집단적 정치활동을 허용하면, 학교 안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본다. 특정 정당에 가입하여 선거 운동을 하는 교사들이 수업 시간에 정치적 중립 준수와 강압적 주입 금지의 원칙 등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교원의 정당 가입이나 선거 운동을 제한해 온 이유가 수업 시간에 교사들이 보이텔스바흐 협약처럼 정치적 중립 의무를 준수하도록 강제하기 위해서인데, 지금은 정당 가입이나 선거 운동을 허용해도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철저히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하지가 않다.


교원들이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지키면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다는 말도 교원들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지 않으면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다는 말처럼 동어반복일 뿐이다. 오히려 특정 정당에 가입하여 선거 운동을 하는 교사들이 수업 시간에 자신이 소속한 정당을 옹호하고, 상대 정당을 비난하는 등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지 않을까 우려하는 국민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미 헌법재판소도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근무시간 내외를 불문하고 일체 금지해야 한다고 판단해 왔다. 지난 정당법 제6조 제1호 등 위헌확인(2001헌마710)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감수성과 모방성 그리고 수용성이 왕성한 초․중등학교 학생들에게 교원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고, 교원의 활동은 근무시간 내외를 불문하고 학생들의 인격 및 기본생활습관 형성 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잠재적 교육과정의 일부분"이라고 하면서, 근무시간 내는 물론이고 외에서도 초중등학교 교육공무원의 정당 가입 및 선거 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국가공무원법 위헌소원 사건(2009헌바298)에서도 "교육공무원의 활동은 근무시간 내외를 불문하고 학생들의 인격 및 기본생활습관 형성 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잠재적 교육과정의 일부분인 점 등 교원의 특성에 비추어 보아 교육공무원의 선거운동을 기간과 태양, 방법을 불문하고 일체 금지시키는 방법 외에 달리 덜 제한적인 방법으로 목적달성이 가능할 것인지 불분명하고, 법익균형성도 갖추었다고 할 것이므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 제4호 등 위헌확인(2018헌마222) 사건에서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별 행위들을 일일이 규정하기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고, 근무시간 내외를 불문하고 학생들의 인격 및 기본생활습관 형성 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교육공무원의 특성 등에 비추어 침해의 최소성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라는 공익은 선거운동의 자유에 비해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으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한다."라고 판시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근무시간 내외를 불문하고 일체 금지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현 시점에서 국민적인 여론에도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교원이 근무시간 외에 특정 정당에 가입해서 선거 운동을 하면서도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정치적 중립 의무를 준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교원들에게 근무시간 외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교원이 방과후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해도 막을 방법이 없게 된다. 근무지 밖에서만 선거운동을 허용한다고 해도 교원이 학교 주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하면 막을 수가 없다.


일부에서는 요즘 학생들은 교사의 말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정치활동 허용의 근거로 들기도 한다. 하지만 교원의 정치활동을 허용하면, 특정 정당 소속의 교장과 교사들이 학교를 편향적으로 운영하게 되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국민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교원이 근무 시간에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등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제한하거나, 수업 시간에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지키지 않는 교사들에 대한 처벌 조항을 넣어 놓으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교원이 근무 시간이나 개별 수업 시간에 정치적 중립성 의무를 위반하는지,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지키는지를 판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이를 문제 삼고 신고하는 주체가 동료 교사나 학생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교 내에서 교사 간이나 교사와 학생 간에 극심한 정치적 갈등과 대립을 유발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학교는 학교 폭력과 교권 침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 교원의 정치활동이 허용되면, 교사가 수업 시간에 말한 것을 꼬투리 잡아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신고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동안 학교 폭력이나 교권 침해로 징계를 받게 될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이를 모면하기 위해서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조차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교원의 정치활동이 허용되면, 교사가 수업 시간에 말한 것을 꼬투리 잡아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신고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까지 아동학대를 핑계로 교사를 신고해 왔는데, 이제는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는 또 하나의 무기로 교사를 신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 학교의 가장 큰 문제는 학교 폭력과 교권 침해 등으로 인해 학교의 교육력이 심각하게 저하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학교에서는 AI 기술패권 경쟁시대에 세계를 선도하는 미래 인재를 기르기가 어렵다. 여기에 교원의 정치활동까지 허용해서 자칫 극우니 극좌니, 1찍이니 2찍이니 하는 낡은 이념 전쟁까지 벌어진다면 학교의 교육력은 더욱 심각하게 저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계엄과 탄핵 이후 정치적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시대에 교원의 정치활동 허용은 시기 상조다. 지금은 교원의 정치활동 허용이 아니라, 극단적인 정치 투쟁의 광풍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는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이다.


- 이건주 교육평론가/전 한국교총 현장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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