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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머 Oct 14. 2021

INFP로 살아간다는 것의 기적

이런 사람, 저런 사람, 그리고 INFP

먼저 글에 들어가기 전, INFP의 특징을 짧게 말하자면 공상가, 귀차니즘, 감정이입, 자기 성찰, 몽상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항상 가지고 있던 고민.


‘나는 왜 이럴까?’ 


그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다. 꽤 긴 시간 답을 찾아 헤맸는데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최근에서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참 멀리도 돌아왔구나 생각했지만 결국 찾은 것에 위안을 느꼈다.


‘나는, 내 인생은, 내 성격은 왜 이럴까?’에 대한 답, 내가 바로 INFP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MBTI신봉자 같은 대답일 수 있지만 이렇게 라도 답을 찾으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마음이 편해진 건, 결코 내가 이 답에 대한 고민을 끝마쳤다는 게 아니다. 단순히 ‘내가 INFP여서 이랬구나, 저랬구나’ 나의 행위에 당위성을 찾고, 나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위안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위안은 어디로부터 오나 INFP인 사람들과의 동질감에서 온다. 인터넷에 INFP 썰을 찾아보면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었다는 말이야? 역시 나 혼자가 아니었어’ 


라는 생각은 나에게 꽤 많은 위로가 되는데 수많은 INFP들이 인터넷 세상 속에서만 살고 있다는 게 문제이다. ‘회사에는 나처럼 외톨이가 없던데, 주위에는 없던데 나는 역시 이상한 사람이구나 했는데’ 인터넷 세상에서는 어찌 나와 같은 사람이 그렇게 많이 살고 있었을까. 오늘도 동질감으로 위안을 얻기 위해 인터넷 창을 켜본다. INFP들이 인터넷 창을 박차고 실제 현실 세계로 나올 날이 오기를 바라며… 하지만 쉽게 오지는 않을 것이다.


대체 INFP는 어디로 가야 돼?

MBTI 16개의 유형 중, 수입 최하위를 달리는 유형이 바로 INFP라고 한다. 수입 최하위가 INFP라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일반적으로 수입이 높은 사람의 특징을 보면 ‘부지런’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INFP의 큰 기질 중 하나가 ‘귀차니즘’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프피 중에서도 굉장히 부지런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이가 있다면 MBTI 테스트를 다시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축하합니다.. 탈인프피)

이불을 박차고 나오기까지의 수많은 과정이 필요하며, 또 완벽주의 기질은 가지고 있어 완벽하지 못할 바엔 실행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INFP는 진짜다. 필자도 이 글을 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집에서 글을 쓰려고 하면 또 수많은 과정 끝에 결국 지는 내가 있기에 내가 가장 많은 시간 앉아 있는 곳에 기대어 글을 써내려 간다.


INFP가 높은 수입을 얻으려고 한다면? 실행하지 않아도 스스로 분출되어야 한다. 공부를 하지 않아도 머리가 비상하거나 노래 연습을 하지 않아도 꾀꼬리 거나 사람들이 애써 찾아보지 않아도 눈에 튀는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 물론 그런 경우는 극 소수이다.


그렇다면 INFP는 대체 무슨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할까? 이 세상에 회사를 다니는 게 물론 너무 즐겁고 행복한 사람은 없겠지만(극소수의 행복한 도비도 있겠지만) 이러한 얘기는 INFP에게 불가하다. 기본적으로 INFP는 혼자 있을 때 행복하며, 친하지도 않은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기가 빨리고, 누군가 일을 시키는 것(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할 건데? 반항심이 가득하다.), 누군가에게 한 소리 듣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굉장히 크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영위한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어느 누구보다 힘든 행동인 것이다. 물론 현재 도비인 나에게도 해당하는 사항이다. 짧은 근속연수를 자랑하며 수많은 회사를 전전하기도 했지만 현재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수없이 고민하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놓지 못한다. 


회사 환경 중 많은 이들이 말하는 수많은 환경이 있지만 INFP에게 최악의 상황은 “00 씨는 말이 없는 편인가 봐요? 그런 말 많이 듣죠?” 와 같이 내가 낯을 가린다는 사실을 들켰을 때이다.(실제 너와 말하고 싶지 않다는 사실은 들키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말이다.) 그 말을 듣고 나면 나는 더욱 묵언수행에 들어간다. 


‘언제 봤다고 저를 그렇게 평가하시죠?' 

'말이 좀 없으면 어때요?' 

'일만 잘하면 되죠.’

삐뚤어질 만큼 삐뚤어진 속마음이 외치는 말은 수백만 가지이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INFP가 행복하게 까지는 아니지만 꾹 참으며 다닐 수 있는 회사 환경을 말하자면 

-혼자 일하는 회사, 아니면 사장님과 단 둘이 일하는 회사(사장님은 미팅이 많아서 사무실을 거의 비워야 한다)

위의 환경이 최고지만 직장 동료가 있다면 

-정해진 규율, 시간에서 벗어나 자율출근제 또는 재택근무 시행

-소소한 대화 없이 일만 하는 회사

-혼자 먹든, 다이어트를 해서 도시락을 먹든 내버려 두는 자유로운 점심시간


위의 요건들이 충족되면 좋다. 하지만 또 어떻게 회사생활이 내 맘 같기만 할 수 있을까. 남의 돈 벌기가 어디 쉬운가. 그러니 결론은 ‘회사 생활은 나에게 맞지 않아’였다.


고민 끝에 나온 해답은 평생직장생활을 할 수 없다 → 그렇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 무엇으로 돈을 벌어야 할까? → 그나마 내가 잘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 실행으로 옮길 수 있을까?..


물론 사람마다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이 있다. 나에게도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있다. 신이 그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실행력까지 주지 않으셨지만 말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수입 최하위를 달릴 수 없잖아? 그래도 글을 써내려 간다.


내 기준이 나를 억압할 때. 

내가 INFP여서 가장 힘든 점은 나를 괴롭힌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INFP가 다른 이에게 선을 넘지 않고, 감정을 쉽게 보이지 않고자 하는 이유는 기준이 높기 때문이다. 내가 정해놓은 기준이 높기 때문에 친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선을 넘지 않으며, 반대로 넘어오는 것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이렇게 하면 저 사람이 불편해하겠지?’,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튀는 행동을 하지?’

‘내가 여기서 이렇게 말하면 저 사람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말하기 전, 이런 수많은 고민을 하기 때문에 말을 내뱉은 후 행동이 어색해지고, 뚝딱이가 되기 쉬워진다. 마치 같은 발과 같은 팔을 내밀며 걷는 것처럼. 이런 긴장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도 느껴질 것이다라는 것을 눈치채는 순간, 상황은 더 최악으로 바뀐다. 


‘내 행동이 저 사람에게 뚝딱이처럼 보이다니!’


뚝딱이지만 자존심은 세기 때문에 절대 뚝딱이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다. 특히 나를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내가 뚝딱이로, 조용한 사람으로, 말없는 사람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다. 내가 어떠한 한 가지 이미지로 그들에게 각인되다는 사실이 별로다.


이러한 행동의 근원은 결국, 남을 의식하는 데서 나오는 행동이다. 정말 하고 싶지 않은 것 중에 하나인데, 쉽게 고쳐지지가 않는다.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으니까. 어렸을 때의 환경 때문일까. 아니면 태어나면서부터 일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담과 하와가 옷을 입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 부끄러움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처럼 나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해 특정부위를 가리면서 응애! 하고 태어난 건 아닐까? 아니, 얼굴을 가려야 했나?  


그럼에도 나는 INFP니까

인터넷에서 INFP의 장점이 없다는 글을 보고, 진짜인가?라는 생각에 INFP에서 벗어나고자 MBTI테스트를 다시 진행해 보았다. 결과는 INFP. 아닌데 맨 처음에는 INFJ가 나왔던 것 같은데? 다시. 결과는 INFP. 벗어나려고 하니 더 INFP의 늪에 빠지는 것 같았다. 생각이 많을 때는 더욱 INFP 스러움이 짙어진다. INFP 스러움이 무엇인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그 답은 INFP안에 있다. 


삶을 참 살아가기 힘든 유형이라고들 한다. 스스로가 장점이 없는 유형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INFP 특징, 유형 안에 나를 가두지 않았으면 한다. ‘이런 INFP도 있고,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 하고 그저 위안만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실제 더욱 멀리, 높게 뛸 수 있는 사람들인데 스스로의 억압이 나를 더 가둘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INFP는 진액이다. 아직은 그 과정에 있지만 언젠가는 빛을 낼 멋진 사람들 세상의 모든 INFP에게 건네는 이야기이다. 물론 나에게도 해주고 싶은 이야기. 


이 글은 INFP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엔 내 행동에 대한 당위성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렇기 때문에 INFP여도 불편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이야기는 결국 나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기적처럼 오늘도 멋지게 하루를 헤쳐나갈 이 세상의 모든 INFP를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다음 글은 언제쯤 올릴 수 있을까? 꾸준함이 나를 선택해 주지 않았지만 곧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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