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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머 Mar 25. 2022

꿈에서 멀어지면, 또 새로운 꿈이 오니까

가끔은 길을 돌아가도 괜찮아.

어린 시절부터 TV 보는 것을 너무 좋아했던 나는 막연하게 방송작가라는 직업을 꿈꾸었다.


이렇게 시작을 하니 마치 내가 무수하게 써온 자소설의 첫대목인 듯한데 실제 나의 어린 시절은 대부분이 TV와 함께였다.


어린 시절만 해도 유튜브며 넷플릭스라는 신문물은 없었기에 TV가 주는 즐거움에 매료되어 있었다. 나이가 비슷한 이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라 생각 한다.


그중에서도 나는 시트콤을 사랑했다. 90년대만 해도 시트콤 부흥기였기 때문에 재미있는 시트콤이 줄지어 방영이 되었다.


이를테면 순풍산부인과, 끝나면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가 종영하면 똑바로 살아라가 방영을 하고, 타 방송국에서는 세 친구, 프란체스카, 지붕 뚫고 하이킥 등 방송국을 넘나들며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시트콤이 가득했다.


이렇게 라떼 시트콤을 줄줄이 말하니 새삼 나이가 나오는 듯한데 지금은 왜 이런 시트콤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지 아쉽기도 하다.


그래서 말하고 싶은 건, 내 꿈은 방송작가였다는 사실이다. 방송작가가 무슨 일을 하건 어떻게 일을 하건 알 길이 없으니 그냥 단순히 나에게 행복을 준다는 이유로 나는 방송작가를 꿈꿨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방송작가라는 직업보다는 모든 방송 관계자가 함께 이뤄낸 결과물이었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대본을 집필하는 작가에 매료되었던 듯하다.


현재는  일을 하고 있지도 않지만, 방송작가를 꿈꾼 것만으로도 후회할 때가 있다. 단순히 방송작가의 일을 선택하고 돌아 돌아 결국에는 다른 길을 걸어서가 아니라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을 꿈꿨다는 것과 그 시간이 나에게 안 좋은 기억으로 계속 남을 것이라는 후회이다.


기회가 되면 8살의 나에게 가서 ‘너는 혼자 일하는 게 잘 맞고, 누군가와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 방송작가는 너에게 맞지 않아. 그러니 방송작가 말고 다른 꿈을 꾸는 게 어때?’라는. 8살의 내가 나의 성격을 관통할 수 있는 눈을 가졌다면 꿈을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는 적어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어디 후회가 이뿐이겠는가. 바로 어제의 일도 후회하는 걸. 8살의 나에게 아니라며 손짓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며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후회는 지난날의 나에 대한 질책이기에 더 이상 스스로에게 질책하지 않으려 이런 후회는 고이 접어두려고 한다. 


그 시절의 기억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멀고 먼 길을 돌아 현재의 내 삶은 그럭저럭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기에 그 시간 또한 현재로 이어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미래를 잇는 길이고, 우리의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기에 뒤돌아 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 꿈을 이루지 않아도 괜찮다. 또 다른 길이 또 열려있으니까. 꿈을 이루지 않아도 우리 인생이 틀린 것은 아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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