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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머 Apr 06. 2022

책 한 권에 꿈을 사려는 야무진 생각.

꿈을 못 사더라도 희망은 살 수 있다면.

꿈을 꾸기 시작하면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서점에 가서 책 한 권을 구매하는 것.

책을 구입하는 것이 내가 꿈에 다가서고자 가장 먼저 노력하는 일이다. 노력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책을 사러가는 길부터 이미 꿈을 다 이룬 듯 설렘이 가득하다.


여기서 말하는 꿈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꿈을 말한다.


책을 구입한다고 해서 당장에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꿈 하나에 책 한 권은 그야말로 적은 가격으로 큰 추진력을 가진다.


서점에서 꿈과 관련된 책을 고심하며, 서점을 이리저리 오가며, 원하는 책을 한 권 손에 쥐면 벌써 꿈을 다 이룬 듯 대단한 일을 해낸 것만 같다. 손에 들린 것은 책 한 권이지만 내가 산 것은 바로 내 꿈이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성비 좋은 꿈의 값이라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 몽골 여행에 다녀온 뒤, 정신 못 차릴 만큼 몽골에 빠진 나는 가장 먼저 책을 구입했다. 제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몽골어를 배우자' 하고 몽골어 관련 책을 구입했다.


하지만 얼마 못가 몽골에 시들해진 나는 책 첫 장을 펴보지도 않았다. 나의 꿈은 그렇게 책장에 잠들었다. 하지만 또다시 내 마음이 몽골에 일렁이면 꿈도 살아나고, 책도 다시금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라는 믿음을 나는 가지고 있다. 언젠가는.


나는 또다시 다른 꿈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현실적인 문제에 놓일 때면 책 분야도 현실적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작사가의 꿈을 꿀 때는, 현직 작사가가 쓴 책을 구입했다.


책을 사는 것은 희망이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 상황이 좌절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책의 내용이 너무나도 현실적일 때.


꿈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 작사가의 꿈을 꾸며, 학원까지 등록하려 했던 나의 꿈은 실제 작사가의 책을 읽고, 현실의 벽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작사는 그야말로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회사생활을 시작하고는 업무와 관련된 꿈을 사기 시작했다. 현재의 업무와는 관련이 없는 다른 직무의 책을 구매하고 있는 것을 보니 업무와 관련이 없다고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현재가 불안할 때면 나는 이 직무 저 직무를 기웃거린다. '아, 이거다. 이게 나랑 딱 맞을 거 같은데?'

책으로만 접하는 이야기는 그저 멋있고, 전문적이고, 재밌기만 하다. 책이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 채 말이다.


책을 구입할 때면 나는 이미 꿈을 다 이룬 듯 행동한다. 책만 읽으면 현실의 문제는 잊은 채,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훨훨 날고 있다. 책 속에 동화되어 좋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허황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끝까지 읽지도 못할 책을 사며, 나의 꿈을 사려는 야무진 생각에 취해 있었다.


비록 집에 고스란히 잠들어있는 책으로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책을 사서 집에 오는 길이면 희망이 나와 함께 걸어온다.


책 한 권 값으로 짧기만 한 달콤함 꿈을 꾸고 희망의 세상을 걸어간다. 꿈은 이루지 못했어도 달콤한 희망을 얻었다면 그거야 말로 성공이 아닐까.


나는 또 희망을 사기 위해 서점에 들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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