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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체질이 아니지만 회사 다닙니다

회사가 싫은 신입사원에게

처음은 누구나 힘들다


신입시절을 떠올려 보자. 까마득해서 기억조차 안나는 사람, 갓 신입 티를 벗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말은 누구에게나 여물지 않았던 첫 시작이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나의 첫 사회생활 역시 만만치 않았다. ‘내가 이렇게 바보였나’하는 생각을 매일 했으니까. 하나를 가르쳐 주면 10까진 아니어도 다음을 넘겨짚는 ‘센스’가 내겐 없었다. 하나를 가르쳐 주면 익히는 시간이 필요했으며 긴장하면 곧잘 실수를 했다. 첫 직장에서 10개월을 채우고 퇴사하며 ‘회사는 내 길이 아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대부분 신입에게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신입 입장에서는 회사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견디는 일이다. 제 분량을 소화해 내기까지 업무를 익히고 주변의 관심에 호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빠릿빠릿하지 못하면 성실하기라도 해야 하고 친해져야 한다는 명목 하에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


생각보다 신입의 평판은 ‘첫인상’에서 많이 갈린다. 여기서 말하는 첫인상이란 업무를 처음 시작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느끼는 사항들이다. 초반에 몇 번 실수는 괜찮지만 실수가 계속될 경우 자칫하면 ‘실수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힌다. 시간이 지난 후 정착하여 제대로 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모를까. 지속적으로 실수하다보면 어느 순간 ‘무슨 일을 해도 신뢰가 안 가는 사람’이 되어 있다. 의외로 첫인상은 잘 바뀌지 않고 한 번 각인된 기억은 쭉 간다.


내향형 인간인 나는 씩씩하지 못했다. 손대면 확 움츠러드는 달팽이 더듬이처럼 필요 이상으로 위축돼 있었다. 신입은 혼나도 된다. 하지만 혼나는 일이 계속되면 스스로 회사에 맞지 않는 사람인가 의구심이 들고 일련의 생각들은 결국 확신으로 바뀐다.


프리랜서는 아무나 하나?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노력하지만 늘 겉도는 사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 그렇게 첫 회사를 박차고 나오며 다시는 회사를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다짐이 무색하게 몇 개월 뒤 다시 채용공고를 뒤지고 슬금슬금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프리랜서는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해서 하는 게 아니라 주변에서 인정받은, 인맥도 어느 정도 있는 경력직의 무대란 걸 알게 됐다.


이력서를 초라한 성적표처럼 들고 살기 위해, 다시 생업에 뛰어든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했던가. 티끌 모아 티끌이었지만 미세한 티끌들이 모여 어느덧 선임의 위치에 올랐다. 신입 티를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도 늘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신입의 마음이 누구보다 이해된다. 상사와의 관계, 회사의 모든 상황이 불편할 것이다.


돌연 퇴사를 막으려면 목표를 분명히 하자. 회사는 이상향과 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목표가 회사에서 자아실현을 하는 건지, 퇴근 후 자아실현을 위한 돈벌이인지 노선을 정하자. 그렇지 않으면 자꾸 헷갈린다.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든다면 초반에 잡았던 목표를 끄집어내야 한다. 건물주라서 숨만 쉬어도 매달 내 명의로 된 통장에 900만 원씩 찍힌다면 굳이 돈벌이로 회사를 나올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물주가 아니라서 회사에 다닌다. 자소서에서 제일 쓰기 힘든 항목 중 하나가 ‘입사 동기’인 이유도 ‘돈 때문에’ 4글자를 200~300자로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자아실현을 목표로 회사를 다닌다면 인생이 고달파질 것이다. 회사는 애초에 개인의 자아실현에 관심이 없다. 자아실현을 표방한 회사 이윤 추구가 목적이기 때문. 신입인데 회사 다니기가 싫다. 창업은 할 수 없고 부모님이 차려준 가게도 없다. 그렇다면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되는 궤도에 오를 때까지 직장생활을 하면 된다. 궤도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회사에 들어갔다면 ‘일 잘한다’ 소리는 한 번쯤 들어보자. 내 이름 대면 ‘그 사람 일 괜찮게 하던데’ 이야기가 나올 정도가 되어 보는 것이다.


신입시절을 거쳐보니 그렇다. 회사는 무조건 싫은 곳, 가면 혼나는 곳이었지만 어느 정도 안정선에 오르자 회사를 다니든, 무엇을 하든 커리어를 쌓을 곳이 필요하다. 지금 회사가 정신 이상을 불러올 만큼 힘들고 괴롭다면 떠나라. 하지만 모든 회사가 자신과 맞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럭저럭 다닐 만한 회사를 찾고 경력을 쌓으면 연봉도 오른다.


신입과 경력직 모두 원하는 회사를 가기 위해 노력하는 건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신입보다 경력이 그동안의 성과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 수월하다는 것. 그러니 처음부터 원하는 회사에 가지 못해서 망했다고 자책하지 말자. 시작은 마음에 안들 지 모르지만 성과와 경험에 따라 앞으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지금 고생하고 있다면 성장하는 과정으로 생각해보자. 정 아니다 싶으면 다른 길, 다른 회사를 모색하면 된다. 기죽이는 일 앞에 기죽지 말자.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당신의 가치는 훨씬 더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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