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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평김한량 Feb 20. 2017

100년 주택을 찾아 떠나는 여행.

기타노 이진칸, 히메지성, 생명을 찾아 나라 사슴공원. 

전원주택 설계를 하면서 아무것도 몰랐던 우리 부부는 지쳤습니다. 막연하게 튼튼하게만 지으면 된다는 이야기보다는 좀 더 무언가 눈으로 보고 배울 자료가 필요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주택문화는 아파트가 주류이기 때문에 전원주택에 대한 정보가 적었습니다. 과거의 주택은 하자 문제로 머리가 아팠고. 현대에 이르러 만들어진 집들은 검증이 필요했습니다. 


유럽으로 떠나려 했었던 주택 투어는 테러로 취소가 되고. 새로운 장소를 물색한 결과 일본을 방문하기로 합니다. 저희 부부가 일본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고. 모두가 즐기는 쇼핑여행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루에 2만보 ~ 3만보에 이르도록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의 스케줄에 맞추어 집을 보며 생각을 다듬었습니다. 


100년 된 집은 살만한 곳일까. 

https://brunch.co.kr/@lklab2013/28


전원주택을 짓게 되면 그 집의 수명을 결정하는 것은 첫째가 제대로 된 시공. 그리고 둘째가 관리입니다. 관리 문제는 꾸준히 하면 되겠지만. 처음 시공을 잘못한 것은 나중에도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집을 짓고 들어가서 계속 이어지는 하자 문제는 스트레스가 만성화되고 집에 대한 애정은 줄어듭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지은 집이 100년 동안 남아 있을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 지어진 아파트들의 경우 20년만 지나도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며. 30년이 지난 곳은 재건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합니다. 주택 수명은 제가 볼 때 100년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집을 짓는 것도 그런 꿈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기타노 이진칸 스타벅스


 일본에서 스타벅스가 유명한 곳 두 군데가 있습니다. 됴쿄의 스크램블 거리의 스타벅스, 그리고 고베의 기타노 이진칸 스타벅스입니다. 스크램블 거리의 경우엔 유동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으로 유명하고. 기타노 이진칸은 오래된 건물에 들어선 분위기로 인해서 유명합니다. 


저 역시 기타노 이진칸 스타벅스를 보면서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이렇게 카페로 꾸며 놓으니 100년의 세월의 가치가 크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일본에 가게 되면 꼭 고베에 들려서 기타노 이진칸 스타벅스에 들려보시라고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모에기 하우스


 모에기 하우스는 이번 방문 이후에 몇 번 더 일본을 방문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100년이 지난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면서 평온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다음 재방문에서는 수리기간으로 인해서 다시 들어갈 수 없었지만. 이곳은 지금 생각해도 다시 꼭 방문하고 싶은 곳 중에 하나입니다. 


오래된 일반인의 주택도 문화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6.25 전쟁이 아니었다면 상당히 많은 주택이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오래된 집을 통해서 집의 역사를 볼 수 있고. 집 안에 스토리가 있을 수 있죠. 아파트는 일회용 종이컵처럼 쓰이다가 버려지는 존재로 재활용이 될 수 없습니다. 특히 기둥식 아파트가 아닌 벽식 아파트로 99% 지어지는 현실에서 재사용 가능한 부분은 전무한 것은 주거공간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100년 전부터. 200년 전부터 이어져온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을 자녀들에게 이야기해주는 것만으로도 살아있는 역사를 알려주는 것이겠죠. 아파트가 지어지면서 대단지가 형성되고 과거의 모습은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현실보다는 좀 더 재밌는 이야기가 많을 것입니다. 그럼 그 집에 대한 애정도 더 생길 수밖에 없죠. 우리가 살아간 이야기 역시 후대에 전해지게 될 것입니다.



100년 전 집을 다시 방문한 주인.

https://brunch.co.kr/@lklab2013/30


정말 오래전에 살았던 집이 남아 있고. 그 집을 다시 방문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10살 이전에 살았던 집을 80세, 100세에 방문한다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에 빠질 것입니다. 실제로 가자미도리관이라는 집 (풍향계의 집)이 그렇습니다. 


어린 시절 살았던 집주인의 딸은 할머니가 되어 다시 이 집을 방문합니다. 어렸을 때. 사용했었던 가구이며. 정원. 그리고 집의 모양 등. 추억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모두 느낄 수 있습니다. 저희 역시 이곳을 방문한 후에 나중 여행에서 다시 방문을 하게 될 정도로 매력이 넘치는 집입니다. 


저희가 설계를 할 때. 집 안에 큰 공간을 뚫어놓은 것 역시 이 가자미도리관의 역할이 있었습니다. 저희 집과는 비교되지 않게 크게 지어진 집이기 때문에 완벽히 접목은 어렵지만. 높은 천정고 역시 참고 사항에 해당했습니다. 무언가 여유 있는 공간이 주는 만족감을 이곳에서 충분히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벽돌로 지어진 집으로 일본에서도 기타노이진칸에서 조금 특별한 건물입니다. 그러나 조적 벽돌로 지은 집은 고베 대지진의 피해를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대적인 재보수를 통해서 일반인에게 공개되었습니다. 더욱 튼튼하게 내진설계가 반영되어 지어졌습니다. 


내가 지은 집이 100년간 이 자리를 지켜주길 바라면서 짓는다면 정성이 필요합니다. 아파트를 지을 때도 정성이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주인이 직접 관여하면서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지어지는 것과는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타노이진칸에서 가자미도리관은 입장료를 내고서라도 꼭 방문하라고 추천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외부에서 기념촬영만 하고 떠나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모두 같은 설계로 되어 있는 아파트에 비해서 집을 구경하기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100년의 세월을 초월한 주택과의 만남을 꼼꼼히 볼 수 있으며. 정원을 누리면서 여유롭게 조용히 쉬다가 나올 수 있는 그런 묘미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만난 인생의 스승님.

https://brunch.co.kr/@lklab2013/33


집을 짓게 되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마을에 대한 개념도 별고 없었고. 서울에 살면서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서 주변을 되돌아볼 기회도 별로 없었습니다. 집을 지으면서 주변의 지지가 전무한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을 혼자 도전하다 보니. 특이한 사람 취급받기 일수였습니다. 


그러나 기타노이진칸의 스타벅스에서 정말 귀한 인연을 만났습니다. 자리를 양보해주신 할아버지께 인사를 나누고 아내와 함께 인생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물론 다시 방문해서 할아버지와의 만남을 이어나갔지만. 우리나라에서 제게 누구도 해주지 못했던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양평에 와서 그 이야기를 실천하며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브런치에 이야기를 계속해서 세세하게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 역시 이 분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제게 올바른 일에 대한 확신과 마을을 이루면서 살아가려고 하는 모습을 격려해주었습니다. 


전원주택이 아닌 아파트에 지금도 살고 있다면 얼마나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을까 생각이 듭니다. 아파트를 버리고 전원주택을 짓는 것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물론 세상은 등가교환이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만큼 얻는 것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인생에 대한 고민은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조언해줄 수 있는 경험 많은 사람을 알고 있다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집은 사람이고 사람은 집입니다. 아파트가 일회용 종이컵처럼 취급받고. 단지 투자의 대상이 된다면. 사람 역시 그 정도의 가치로밖에 인정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귀한 만큼 집의 가치 역시 올바로 평가받아야 하며. 건강히 살 수 있도록 올바른 자재로 지어져야 합니다. 이웃에게 정을 나누고. 다양한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 저는 이 분을 통해 삶의 확신을 더욱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쟁보다는 협력의 가치를 알려주셨습니다. 



500년의 세월이 느껴지는 히메지성.

https://brunch.co.kr/@lklab2013/37


기타노이진칸에서는 100년 된 목조주택을 10군데 정도 돌아보았습니다. 브런치에 모두 옮겨 적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여기엔 두 군데 정도만 적혀 있지만. 더 많은 집들을 통해서 집의 설계에 반영했습니다. 잡지에 나온 최신 집들을 통해서도 설계를 익힐 수 있지만. 고풍적인 집의 느낌은 좁은 것보다는 넓은 공간감에서 오는 여유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히메지 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 당시부터 이야기가 이어져온 성입니다. 그리고 도쿠가와대에 대대적인 증축이 이뤄져. 세계 2차 대전에서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대형 목조건물입니다. 목조주택을 짓는 입장에서 이만한 크기의 성을 볼 수 있다는 재밌는 공부가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100년이 아닌 500년의 세월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집을 설계할 때. 비밀공간을 만들어 넣는 것은 이곳 히메지 성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었습니다. 설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히메지성은 오사카의 도톤보리처럼 유명하지는 않습니다. 너무 외곽에 있고. 오직 히메지성만을 위해 이곳에 와야 한다는 점에서 많이 방문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콘크리트 건물이 주는 맛보단 확실히 목조주택이 주는 맛이 깊이가 있었습니다. 성을 찬찬히 돌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건물의 역사가 주는 흥미로움을 그대로 배울 수 있습니다. 


100년 주택이 아닌 500년 주택이 욕심나기 시작했습니다. 



집도 세상도 모두 생명을 위해 존재.

https://brunch.co.kr/@lklab2013/38

 이전부터 일본에 개인적으로 방문했지만. 나라는 가지 않았습니다. 오직 사슴만을 보기 위해서 다녀와야 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사슴이 뭐길래 먼 그곳까지 가야 하나 하는 것이 어린 시절의 제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언가 생명이 많은 곳이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이번이었습니다. 


그곳은 사슴이 신성시되는 곳으로 사슴이 자유로이 노닐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곳입니다. 사슴들이 사람보다 많다고 해도 사실로 느껴질 정도로 사슴공원엔 사슴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사슴 전용 센베 과자를 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저희 역시 센베 과자값만 만원 가량 들여가며 사슴들과 놀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나라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나라에서도 전원주택 단지가 어마어마한 크기로 형성되어 있어서 오히려 오사카나 고베에서 보다 양평에 적합한 집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고층 건물보다는 대부분 1층 ~ 2층으로 되어 있는 곳이 나라였고. (중심가 제외) 신축 전원주택도 상당히 많아서 다양한 세라믹 사이딩의 패턴을 보고 설계에 참고할 수 있었던 것도 의외의 수확이었습니다. 만약에 집을 다양하게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너무 복잡한 곳보다는 여유 있는 곳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나라에서 또한 본 것은 아파트들의 공실이었습니다. 중심가를 살짝만 벗어나면 상가들도 상당한 공실이 있었으며. 아파트 또한 공실이 많아서 계속해서 아내와 구경하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일본의 현실이 지방에서는 더욱 심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괜찮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도 생겼습니다. 



의외의 수확? 

일본의 전원주택 수천 채를 한눈에 보다.

https://brunch.co.kr/@lklab2013/39

걸어도 걸어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원주택을 파악한 것은 구글 지도였습니다. 고베에서는 집들이 나라만큼 여유 있게 지어지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나라의 땅값이 고베보다는 확실히 저렴할 것이다라고 생각한 것이 이 부분입니다. 


그리고 세라믹 사이딩으로 집을 짓는 것은 일본에서 가장 기본자재로 사용될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제 주변에서 세라믹 사이딩을 사용한 집은 아예 없었기 때문에 그것을 보기 위해서는 상당히 먼 거리를 이동해서 겨우 하나씩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라에서 보았던 전원주택의 상당수는 세라믹 사이딩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 분양과 집의 분위기를 보면서 저희도 외장재를 결정할 확신을 얻게 되었습니다. 


세라믹 사이딩으로 집 외관을 꾸밀 경우 약 2000만 원 정도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됩니다. 요즘 유행하는 스타코 계열의 제품에 비해서 세라믹 사이딩의 내구성은 훨씬 뛰어납니다. 처음에는 모두 새집이라 깨끗한 외관으로 보이지만. 3년.. 이렇게 지나가기 시작하면서 외관의 느낌이 크게 차이 납니다. 내구성이 좋은 자재는 오랜 수명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자재로 짓는지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집을 지으면서 다양한 시도를 아기자기하는 것은 아파트의 인테리어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파트에서는 외관에 개인의 개성을 가미할 수 없지만. 전원주택에서는 개인의 개성을 가미할 수 있습니다. 전원주택의 디자인을 보면 집주인의 성격이 반영된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집을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한 달이라는 시간을 이곳에 모두 바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상황 적으로 가능했고. 궁금한 점을 해소할 길이 없어 막연히 떠났던 모험이기도 했습니다. 숙소는 민박에서 해결했으며. (고베 사랑이네~! 정말 친절하고 좋습니다.) 식사도 걸으면서 해결할 정도로 시간에 쫓기는 일정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한 집이라도 더 보기 위해서 걷고 또 걸었죠. 


저는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서도 집을 지을 때. 100년 주택을 꿈꾸며 지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집이 일회용 종이컵처럼 쓰이고 버려지고 사라지는 것보다는. 여러분의 삶이 누군가에게 구전으로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는 그런 스토리로 남기를 희망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오사카 주택박물관과 도쿄의 에도 박물관에서 배운 주택 이야기를 압축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양평 김한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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