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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평김한량 Mar 24. 2017

여행에서 배운 사람, 집, 마을에 대한 이야기.

1차 전원주택 투어를 마치며.

 다시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은 일본 전원주택 투어의 1차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일본으로 떠났던 탐사는 브런치에서는 집을 짓는 이야기와 맞물려 1차 밖에 올리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했던 여행이었기 때문에 저에게는 값진 여행으로 기억됩니다. 


우리나라에서 빨리빨리 하는 관행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결과 지상주의가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과정을 중요시 생각하는 분들도 많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집을 짓는 것 역시 과정이 중요합니다. 남들이 전원주택에 사니 나도 한 번 살아볼까 하는 분들은 머지않아 도시로 되돌아 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사람, 집, 마을에 대한 고민을 몇 년 동안 계속해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해답은 우리나라에서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쉬운 일이었습니다. 집은 투기의 대상이었으며. 사람은 경쟁상대로 넘쳐나고. 마을에 대한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편리한 아파트는 지하에서 엘리베이터로 그리고 현관까지 모든 것이 직선으로 연결되어 만남이 없는 삶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일본 여행에서 그것에 대한 해답을 모두 얻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가 잊고 있었던 어떠한 흔적은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만을 하는 것과 빗겨 나 있습니다. 어떤 분께서는 제게 집 짓는 매뉴얼을 요구하는 분도 계시지만. 결과물에 대한 빠른 길은 없습니다. 무엇이든 고민한 만큼 결과는 따라오는 것뿐입니다. 



일본과 유사했던 우리나라의 집들. 


https://brunch.co.kr/@lklab2013/40

일본과 유사했던 우리나라 집들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엔 이유가 있습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유사하게 주거공간이 발전을 하다가 80년대 말 버블로 인해서 일본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난 후 다른 길을 걷습니다. 


집에 대한 해답은 딱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주거공간은 그 시대의 반영인 동시에 사람들의 요구에 의해서 발전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재건축 바람은 물론이고 35층짜리 수천 세대의 아파트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반면. 일본에서는 뉴타운 사업의 실패 이후로 다른 선택을 하게 됩니다. 


오사카 주택박물관에서는 전쟁 전후. 그리고 일본의 부흥기에 대한 집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놀라게 됩니다. 바로 주공아파트가 일본의 아파트와 매우 유사한 점이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편리를 위해서 더욱더 발전시킨 아파트는 일본에서는 보기 힘든 구조라는 사실입니다. 


100년 동안 주거공간의 발전을 보게 되면. 일본 역시 전쟁으로 인해서 파괴된 것을 만들고 다시 개발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재개발을 꾸준히 하면서 그 시대에 맞는 풍경이 펼쳐지게 됩니다. 


우리나라 역시 현재 계속해서 올라가는 아파트들에 대한 기록이 박물관으로 세워질 날이 있으리라 기대를 해봅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지만 주거공간에 대한 추억 역시 빠르게 변하기만 하는 것보다는 추억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는 공간으로 남으면 좋겠습니다. 


겉모습보다 중요한 것을 깨닫는 오사카성. 


https://brunch.co.kr/@lklab2013/41


히메지 성은 목조건물인 반면. 오사카성은 터를 제외하고는 현대식 건물입니다. 유명한 오사카성이라는 존재감에 비해서 현실적으로 방문 후에 느끼는 만족감은 낮습니다. 단지 상징성의 의미만을 간직한 것 같아 아쉬움이 컸습니다. 


만약에 일본의 성을 제대로 느끼고 싶은 분이시라면. 오사카 성이 아닌 옆 지역에 있는 히메지 성을 시간 내서 가보시길 바랍니다. 


오사카성은 마음 편히 일본 성의 모양을 느끼기에 알맞으며. 남산타워가 서울을 상징하듯. 일본을 상징하는 곳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혹시 일본 전국시대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방문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완전히 새로 새워진 건물에는 과거의 흔적이 없었으며. 성과 어울리지 않는 엘리베이터로 인해서 역사적 가치가 느껴지지 않아 100년 주택을 찾아 헤매던 저희에게는 임팩트가 약했습니다. 



철학은 정신을 배부르게 한다. 철학자의 길.


https://brunch.co.kr/@lklab2013/44


 저는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취미 역시 걷는 것이고 기분이 좋으나 복잡하나 그냥 계속해서 걷습니다. 취미가 걷는 일이다 보니 크게 돈이 들 일도 없습니다. 걸으면 걸을수록 생각이 정리되고. 생각이 정리되면 행동에 확신이 생기게 됩니다. 행동에 확신이 생기면 어떤 일을 할 때 다른 사람에게 휘둘릴 일도 없습니다. 


교토의 철학자의 길은 아내에게 추천받은 길이었습니다. 어떤 길이길래 그런가 그냥 따라나섰지만. 정말 많은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주었던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일본 개화기 당시의 집들 역시 잘 보전되어 있습니다. 


어떤 집은 고급 요릿집으로 카페로 변경이 되었지만. 아직도 사람이 사는 곳도 있어서 분위기가 차분한 것이 좋았습니다. 교토에는 많은 유적지들이 있어서 철학자의 길 코스를 그냥 지나갈 수도 있지만. 만약 여행을 통해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분들이 시라면. 철학자의 길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곳은 기요미즈데라처럼 사람이 북적이는 곳을 피하고 싶은 분들께 딱 추천해드리고 싶은 곳입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들의 흔적을 보면. 간혹 집을 지을 때 사용하면 좋을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https://brunch.co.kr/@lklab2013/45


사람은 사람과 더불어 살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떨까요? 저는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서 그것을 체감했습니다. 우리나라 명동보다 사람이 많은 곳이 있다는 것을 알고 경험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사람은 바닷가의 파도처럼 밀려왔으며. 횡단보도의 신호가 바뀔 때마다 나는 그들과 함께 어디론가 떠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스타벅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며. 그곳에서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는 재미로 알려진 곳입니다. 


도시. 화려한 네온사인. 그리고 맛있는 먹거리. 저 역시 이렇게 도시에 태어났습니다. 도시는 에너지가 넘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그런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결국 이 에너지는 전기적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에너지이며. 그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을 뿐입니다. 


전기로 만들어진 에너지는 살아있는 것이 아니고. 살아있는 에너지는 분명 자연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것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도쿄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결국 도시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 극명하게 체험한 후에 돌아오는 시간이었습니다. 


300년 주택 이야기를 배우다.


https://brunch.co.kr/@lklab2013/47


오사카 주택박물관에 이어서 도쿄의 에도 박물관에 방문했습니다. 한국어 관련 자료가 있었기 때문에 편리하게 자료를 천천히 살펴보며 자료를 숙지할 수 있었습니다. 음성안내 역시 잘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박물관에서는 한국어 안내를 받을 수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단순히 건축과 관련된 박물관이라기보다는 집, 도시, 사람들의 생활이 주된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에도 모습을 실내에 완벽히 재현해 냈으며. 타임머신을 타고 거닐듯이 집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일본에서 식도락 여행이 유행이지만. 박물관의 금액이 아깝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면. 꼭 박물관에 모두 방문해보시길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300년이라는 시간 동안 변해온 도쿄의 거리를 실물 사이즈 혹은 미니어처로 모두 볼 수 있었으며. 당시에 사용되었던 물품들까지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1차 일본 전원주택 투어를 마치며. 


https://brunch.co.kr/@lklab2013/59


원래 북유럽으로 계획되어 있었던 전원주택 투어는 이렇게 일본으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나름 길게 잡았다고 생각했었던 15일간의 기록을 마치고. 다시 일본을 방문하기까지 많은 것을 보고 배울 기회를 얻었습니다. 


집이라는 개념이 2년 살고 이사를 꼭 가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20년 살면서 내 삶의 역사를 남기고. 그 후세에게도 함께 공유할 추억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의 가치는 매우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을 짓는다는 것. 


 집은 과거부터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그 땅의 위치가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었고 그것에 따라서 삶이 변화될 만큼 큰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우리는 아파트를 통해서 빠르게 재산을 증식시키는 많은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게임에 참여했습니다. 


집은 살면 살 수록 오히려 돈을 받으며 살 수 있는 곳으로 변질이 되었으며. 집이라는 존재에서 소중한 가족들의 추억은 돈으로 바꿔지고 추억의 동네는 흔적 없이 사라진 곳들도 많이 있습니다. 대단지 규모의 아파트에 대한 찬양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수천 세대의 대단지 안에 있었던 과거 추억은 이제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집은 한번 지으면 100년, 200년도 더 살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20년만 지나도 재건축을 희망할 정도로 빠르게 소모품으로 전락했습니다. 100년 주택을 꿈꾸며 전원주택을 알아봤던 시간. 100년이 넘는 흔적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불편하다 정도의 인식보다는 이곳의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남은 것은 우리의 선택. 


삶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우리는 우리나라에서 우리 스스로 선택을 하게 됩니다. 아파트를 짓더라도 100년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그런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축비 15% 인상이 무서워 아무도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수명이 30년에 불과한 아파트가 수백만채씩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이야 35층짜리 아파트로 어떻게 지었다고 하지만. 이다음 30년 후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벽식으로 빠르게 지어진 아파트의 내구성은 분명 30년 뒤에 골칫덩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15%의 비용이 더 들어감녀 내구성이 3배 길어지지만. 우린 그 투자를 피하고 있습니다. 건설사도 원치 않고. 분양사도 원치 않고. 입주민도 원치 않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전원주택은 100% 나의 기호대로 지을 수 있습니다. 더 좋은 자재를 사용하고 더 좋은 건축 구조를 통해서 내가 원하는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외관 내관 구조 어느 것 하나 나의 손길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해보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에 번거로울 수 있지만. 완성이 되면 그것만큼 뿌듯한 것도 없을 것입니다. 


이상 1차 일본 전원주택 투어 요약을 마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전원주택 평단가, 건축비를 아끼는 설계, 귀촌에 대한 삶 등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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