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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평김한량 Apr 20. 2016

교토, 철학자의 길 옆 전원주택들.

생각에 생각이 더해져 만들어지는 전원주택과 마을 분위기.

교토에 가게 되면 꼭 봐야 하는 코스가 있습니다. 기요미즈데라, 긴카쿠지, 킨카쿠지, 교토 타워 등등.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은 교토의 철학자의 길이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지금 집을 짓기 위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파트와 다르게 전원주택은 모든 것을 일일이 선택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 선택에 대한 몫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무언가를 고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나라엔 주택을 짓는 것에 대한 '스펙'과 '가격'에 대한 정보는 많지만. 이야기나 생각에 대한 정보를 구하긴 힘이 듭니다. 결국 아파트에만 살았던 우리에겐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것을 선택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교토에 있는 철학자의 길은 다른 곳에 비해서 사람이 많이 붐비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나 어느 곳 보다 주택에 대한 분위기를 즐기기엔 좋은 곳입니다.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주택의 형태를 볼 수 있는 박물관과 같은 곳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시대별로 체감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옹기종이 모여 있는 주택들.

교토의 철학자의 길 주변에는 많은 주택들이 있습니다. 물론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도 있고. 음식점이나 상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 부부는 철저히 집을 바라보며 경치를 즐기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오래된 주택들이 즐비한 것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생활공간에서 2층 테라스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작은 테라스도 알차게 이용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결국 집을 지을 때. 그 공간은 쓰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로는 식당과 찻집으로 바뀌어 있는 곳도 있었다.
똑같은 모양이 없는 주택의 개성.


우리는 '국민주택'이나 '표준' 등. 정형화되어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정형화되어 있는 것은 결코 우리의 개성을 온전히 반영해주기 어렵습니다.


이런 생각들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없다면. 우리는 온전히 자신만의 집을 만들기 힘듭니다. 그러나 효율이라는 것으로 인해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획일화된 공간에 통일되게 살아야 합니다. 아무리 인테리어를 바꾼다고 하더라도 분위기가 바뀌는 정도의 제약이 있습니다. 문제는 공간과 외관에 대한 자유가 허락되어야 합니다.


철학자의 길을 걸으면서 오사카에 비해서 좀 더 개성 있는 집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집 앞에 길이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집은 실내에서만 지낼 것이 아니라 길을 걸으면서 집 밖의 풍경을 조화롭게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려면 우리 집에서 몇 발작 떨어져서 걸을 수 있는 그런 조화로움이 허락되어야 합니다. 철학자의 길의 분위기는 그 길을 따라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본의 기와 사랑은 대단하다. 물론 그 사랑은 현대까지 이어진다.
기와 느낌은 우리나라 전통 한옥과는 또 다르다.

목재를 사이딩으로 외장을 해놓은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목재를 갖고 외장재를 사용하게 되면 뒤틀림이나 여러 가지 내구성이 생길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어 있는 주택들을 보면 어느 정도 내구성은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목재를 외부에 사용하는 경우를 찾기 어렵습니다.


결국 저는 현대의 '세라믹 사이딩'과 '목재'의 매력을 두고 고민하게 됩니다. 한쪽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매력이 있습니다. (세라믹 사이딩), 그러나 반대쪽은 시간이 고스란히 반영이 됩니다. 어떤 것이 더 매력적일까요?


철학자의 길을 걸으면서 많은 주택들은 제게 계속 물음을 던졌습니다.

주택에서 느끼지는 정취와 함께 누리는 차한잔.

철학자의 길은 분위기는 차를 즐기기에 좋습니다. 차 한잔을 하면서 누릴 수 있는 평안은 꼭 누려볼 만합니다. 만약 이런 집들이 우리 집이라면 어떨까요? 정말 즐거운 상상입니다.


마을을 이룬다는 것은 혼자만이 이뤄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저희가 짓는 집 외에 다른 주택들도 조화로움을 이뤄야 합니다. 그러기 시작하면 마을의 분위기는 자연히 형성됩니다. 철학자의 길은 계획도시처럼 완벽함을 추구하는 곳은 아닙니다. 그래서 시간이 흘러온 흔적이 모두 남아 있습니다.


이곳에서 느낄 수 있는 기분은 각자에게 다릅니다. 각자의 삶이 다르듯 우리는 사색에 잠기게 됩니다. 집이라는 공간. 마을이라는 공간 역시 그 안에서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꿈꾸는 마을 분위기의 모습입니다.

집 가까이에서 나무와 풀을 누린다는 것은 정말 좋다.
오래 된 주택의 외장재가 나무라는 것에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집인지 숲 속인지 모르는 듯한 분위기.


 만약 우리가 각자 살고 있는 집들이 100년, 200년 보전된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미국, 캐나다, 일본, 유럽 등에서는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선 10년, 20년만 지나도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사람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생각 속에서 늘 추억에 잠깁니다. 추억을 동반하기 위해서는 공간, 분위기, 느낌 등 여러 가지가 모여야 합니다. 결국 우리는 우리만의 철학자의 길을 꿈꾸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각자의 공간이 소중하고. 마을이 소중하며. 어릴 적 걸었던 길들이 변치 않는다면. 우리는 온전히 그곳의 느낌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은 네모 반듯하게 새로 개발한 신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취이기도 합니다. 꼭 어딘가를 가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곳이 그렇게 된다면 더 없이 좋겠죠.

경고 표시로 가까이 가보지는 못했다.
일본 주택은 프라이버시에 대한 부분을 매우 잘 반영한다.
오래 되었다고 해서 철거하지 않고 최대한 보전하는 방향으로 한다.
우리집 앞에 만들게 될 대청마루는 어떻게 될까. 2*2 로 만들어 놓은 것도 참고해봐야겠다.
집의 특색은 곳곳에서 느껴지기 마련이다.

바쁘게 산다는 것. 우리에겐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모두가 목표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달려가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신경 쓰지 않도록 편리함을 추구하게 됩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바쁘게 사는 우리는 현재 얼마나 많은 것을 얻었을까요? 얼마나 편리한 만큼 소중한 것을 더 챙기고 있을까요?


오히려 편리함으로 인해서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너무 많은 일을 처리하느라 피곤해하지는 않는지 궁금했습니다. 제 자신이 철학자의 길을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본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주변의 오래된 주택들은 각자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고. 차분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고양이를 만나게 됩니다.

사랑받는 고양이들은  행복해 보였다.

그 나라가 선진국인지 아닌지를 아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동물과 어린이 그리고 노인이 행복한지 보면 된다고 합니다. 이것은 사회적 약자들이 살만한 곳인지 먼저 보라는 말과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GDP가 언제 3만 달러가 되는지. 그게 넘으면 바로 선진국이 될 것이란 착각에 빠져 살았습니다.


과거엔 모든 것이 경제 성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나눔 대신 다툼이 난무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역시 노인빈곤 문제나 여러 가지 사회의 약자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에서도 버블경제 당시 복지국가가 아닌 건설경기 부양이라는 무리수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거나 목숨을 잃게 되는 사건을 90년대 겪었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선사해줍니다. 타산지석의 기회로 삼고 싶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인연이 있습니다. 바로 길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분이었습니다. 이 분은 이 마을에 사는 분입니다. 사료와 참치를 주며 고양이를 쓰담으셨습니다. 사랑을 받은 고양이들은 예쁘게 자라나고 수가 늘었습니다. 그리고 철학자의 길에서 이 고양이는 명물이 되었습니다. 충분히 사랑받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사람을 보고 도망가지 않고 예쁘게 모델 포츠를 취해주기도 했습니다.

아주머니께서 오기 전에 모두 저기서 쿨쿨 자고 있었다.
어찌나 푸짐하게 주시는지..
고양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시작했다.
여러 그릇에 나누어 주셔서 그런지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먹고 있다.

철학자의 길을 걸으면서 깨달은 것은 우리 마을의 분위기에 대한 것입니다. 물론 철학자의 길처럼 만들기엔 단지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길을 걸어가면서 생각을 정리하기엔 아파트보다는 영유로 울 것 같다는 기대를 해봅니다.


이 철학자의 길 위에 집이 한 채만 있었다면 외로워 보였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러 집이 모여 마을을 형성하고 그 길을 따라 여러 철학들이 완성되었다는 점에서 분위기의 힘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 길 끝에서 만난 고양이들을 보니 얼마나 관심과 사랑이 중요한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내가 사는 것이 너무 바쁘고 퍽퍽하면 고양이 한 마리에게도 친절을 베풀기 힘듭니다. 저 역시 한 밤중에 들어가는 시간에는 침대에 빨리 눕고 싶은 생각만 간절합니다.


높은 건물들에 둘러 싸여 있는 기분보다는 낮은 건물들 사이를 지나다니는 기분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을 주변에 자유로워 보이는 여러 가지 동물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더욱더 정서적 안정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느낀 체감을 이제 다시 우리에 맞게 바꿔 마을을 이룰 때 반영이 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철학의 길을 빠져나왔습니다.


이곳 고양이들은 마치 개처럼 사람을 반긴다. 고양이도 사랑을 많이 받으면 사람을 보고 도망가지 않나보다. 우리는 고양이와 이렇게 20분 정도 놀다가 헤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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