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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평김한량 Apr 21. 2016

300년 일본 주택 이야기.

도쿄 에도박물관에서 체험해보는 주택과 도시.

오사카 주택박물관보다 볼거리 많은 에도박물관


우리는 도쿄의 에도 박물관에 방문합니다. 그곳에는 에도시대부터 현재 도쿄까지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박물관에 방문하면 정말 소소한 디테일에 놀라곤 합니다. 그것은 이번에도 박물관에서도 이어집니다. 이제 우리 부부가 떠난 일본 여행도 서서히 막을 내려갑니다.


원래 유럽으로 집에 대한 공부를 위해 떠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터진 파리 테러사건은 그 계획을 수정하게 합니다. 아내와 저는 그 대안으로 주택이 많은 나라 일본을 선택했습니다. 고베, 오사카, 교토, 나라.. 그리고 도쿄까지 이어지는 대장정은 주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갑니다. 매일 매일 무언가를 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살기 위해서는 생활공간이 필요합니다. 그 생활공간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하고 있었을까요?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서 모델하우스에 가보고 부동산도 방문 해봅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거공간에 대해서 투자 개념이 너무 강합니다. 제겐 생활공간은 투기와 거리가 있었습니다. 단지 집은 사고팔면서 이득을 보는 존재로 보기엔 너무 소중한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제가 원하는 집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이 여행에서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에도의 다리를 재현한 에도박물관. 실내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에도 박물관에서는 실물로 되어 있는 건축물과 미니어처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충분히 체험할 수 있는 체험 위주의 전시가 많이 있었습니다. 부족하지 않게 보고 들을 수 있도록 에도의 역사를 정리해주었습니다. 시청각 교육이 아닌 체험 교육인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국어 음성 가이드 프로그램도 사용 가능합니다.


에도 박물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큰 목조 다리를 지나가게 됩니다. 어찌나 옹이가 적고 각이 살아 있는지 보기에도 좋은 나무처럼 보였습니다. 일본에서 주택을 지을 때는 1등급 이상의 나무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사실 일 등급이면 훌륭한데. 캐나다에서 지정한 1등급으로는 일본에서 만족할 수 없다고 하여 JAS라는 등급을 만들었습니다.


주택을 지을 때 사용되는 스터드는 외부에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주택을 지을 때 JAS 등급을 사용합니다. 내부에 사용하는 나무를 JAS를 사용하려면 건축비는 상당히 올라갑니다. 저도 사용하고 싶지만. 금액이 매우 부담스러웠습니다.

시간에 맞춰 공연을 진행하는 공연장.
도쿄엔 왜 인구가 이렇게 많을까?


에도시대는 기본적으로 모두 목조주택을 지었습니다. 단층 건물이 대부분이었으며. 좁은 면적에 높게 지어야 하는 경우엔 복층 건축물도 함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도 답게 매우 많은 사람들이 살았습니다. 1590년에 에도 인구는 2천 명 정도였지만. 1788년이 되어 약 163만 명의 대도시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에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시 프랑스 파리의 인구 50만 명. 영국 런던의 인구는 80만 명이었습니다. 어떤 도시든 정부의 계획에 따라 성장하고 축소가 됩니다. 에도 역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막부의 정책에 의해 성장하게 됩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일본을 통일한 후에 산킨고타이(참근교대)라는 것으로 인해서 지방 연주가 반란을 일이 킬 수 없도록 합니다. 그 결과 수도인 에도로 많은 영주와 가족들이 모이게 되었으며. 상당한 경비와 인원의 대 이동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1년에서 3년마다 시행되었기 때문에 그 물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였습니다. 그리고 서민들에게는 에도 주변을 개간하는 자에게 땅을 주도록 했습니다. 땅을 갖고 싶은 사람이 에도로 계속해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대도시 인구가 될 수 있는 시초가 되었습니다.


부동산 버블은 언젠가는 가라 앉는다.


일본 목조주택을 많이 보았지만. 에도 박물관에 있는 집들 중에서 특이한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과거의 서민주택입니다. 보통 집 한 채에서 여러 가구가 함께 살았습니다. 그 집 방 한 칸마다 한 가족이 사는 것이 기준이었습니다.


아마 에도시대에도 인구밀집으로 인해서 물가는 상당히 비쌌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는 일자리도 많이 있고. 장사도 잘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그곳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싶어 합니다. 반대로 너무 많은 사람이 모이면 집값은 계속 상승하게 됩니다. 수 백 년간 이어진 부동산 상승은 일본 부동산 불패신화라는 것을 만들어 버립니다. 그 후 90년대에 불패신화는 처참하게 부서지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강남 불패신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끝은 어떻게 될지는 지켜보아야 합니다. 저는 너무 치열한 경쟁을 피해 현재 경기도로 이사 가지만. 3040세대 대부분이 그렇게 이주를 하고 있고. 서울의 인구는 올해 900만 명대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도쿄의 역사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은 어떻게 될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일본의 주택은 프라이버시를 중요시 하고 있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모습.


도시와 주택은 지형의 특성을 반영한다.


일본은 축제의 나라입니다. 매해 계절마다 이어지는 축제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일본 역시 농업국가였기 때문에 풍년을 기원하고 마을의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그 전통을 이어나갔습니다. 에도는 섬나라 일본답게 배들이 오갈 수 있는 항구를 갖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바다를 보기 위해서 인천으로 이동해야 하지만. 도쿄는 바다를 편리하게 오갈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에도 박물관에서는 배들이 자유롭게 지나다니는 장면을 미니어처로 표현했습니다. 배는 물류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상업활동에 매우 유리한 요소입니다.


결국 도시는 입지 조건에 따라 맞게 발전합니다. 서울은 한반도의 남과 북을 잇는 교통의 요지입니다. 그리고 한강을 따라서 나루터가 존재했으며. 물줄기를 따라 전국의 물자가 이동했습니다. 에도시대 역시 그런 물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300년전 에도의 집은 이렇게 단칸방이 여러개 연결되어 서민이 살았다고 한다. 근대화가 이뤄지고 공업화가 성공한 이후 중산층은 단독주택을 짓기 시작한다.
실제 초밥과 유사한 모형 초밥들. 집 뿐만 아니라 당시의 시대적인 의식주를 잘 표현하고 있었다.


주거공간에 대한 창조력은 인간의 본능.


일본의 미니어처 기술은 실제와 매우 유사합니다. 에도시대의 초밥을 재현해놓은 것을 보니 군침이 돌 정도였습니다. 초밥을 보면서 마치 제가 에도시대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습니다. 결국 사람에게 피할 수 없는 것은 의식주입니다. 저는 이곳에 주택인 '주'를 보러 왔지만. '식'으로 인해 군침을 흘린 것입니다.


사람에겐 본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감각에 따라 행동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아무거나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집 역시 기준에 따라서 우리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게 됩니다. 음식의 기호가 있듯이 거주 공간에도 각자가 원하는 바가 있습니다. 그래서 단일화된 평면보다 좀 더 특별한 구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에도시대를 넘어 명치유신을 거친 일본은 거주공간의 급격한 변화가 옵니다. 전통적인 일본 가옥에서 점점 서구화되는 과정을 겪습니다. 오사카에 있는 주택박물관보다 더 큰 규모로 되어 있는 에도 박물관은 300년의 주거공간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단독택지에 들어선 일본주택. 300년전 에도시대에 비해서 좀더 주거공간이 넓어지고 각 기능을 나눠 놓았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체험해볼 수 있다. 세계 2차대전 이전까지 이런 주택이 일본의 주류였다.


일본의 중산층 탄생은 주거문화를 바꾸다.


서구화되기 전의 거주공간에 비해서 좀 더 단독택지의 규모가 커지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중산층의 탄생을 이야기합니다. 그전의 서민의 삶에 비해서 풍족해지는 것이 주택에서 보입니다. 단칸방이 서민의 거주지였다면. 이제는 주방, 거실, 방, 화장실 등. 분리되어 있는 공간이 탄생하기 시작합니다.


일본에서도 서구화 이전에는 공공화장실이 일반적인 생활이었습니다. 그러나 서구화를 거친 일본의 주택은 현재도 거리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100년이 지나도 목구조로 되어 있는 집들은 세월을 견디며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에도 박물관에서는 다다미방에 실제로 들어가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내와 친구 셋이 집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방과 방 사이의 벽이 얇아 역시 소음을 막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조용히 이야기해야 했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이런 집 구조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일본에도 소규모 아파트 단지는 존재한다.


그러다가 도쿄의 주택은 1950년대에 획기적인 변화가 시작됩니다. 맨션이라는 아파트가 도입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주공아파트와 비슷한 저층 아파트입니다. 현대 아파트의 초석이 된 맨션은 관리가 편리한 장점과 좁은 땅에 많은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좁은 땅에 많은 집을 짓다 보니 이제는 주택의 표준은 아파트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본과 다른 점은 바로 단지 가구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000세대 이상의 대단지를 선호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대단지 규모는 쉽게 찾을 수 없습니다.


오사카 센 리 신도시, 도쿄 다마신도시가 우리나라 신도시의 모델이 되었지만. 그곳의 규모 역시 우리나라보다 작은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현재 일본에서는 고층 주상복합, 저층 아파트, 단독주택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에도 박물관에서 느낀 것은 일본에도 표준적인 주택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획일적인 수천 세대의 아파트 단지가 아닌 소규모 아파트가 형성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용적률 100%를 떠나서 300%까지 사용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안에 들어가는 주거형태는 획일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용적률 안에 주택이 들어가게 된다면 좀 더 다양한 삶을 표현할 수 있는 평면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제가 이야기하는 다양한 평면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여쭤보면 은퇴 후에 살고 싶은 로망의 집은 누구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만 되돌아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고 싶지만 못하는 것이 자신의 집 짓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찾으면 분명 방법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성을 살린 주택은 삶을 다양하게 한다.


일본 주택 중에서 이렇게 서양식 중목구조에 일본 다다미방이 조합 또한 보였습니다. 에도 박물관에서 본 이 집은 당시 부자들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노출이 되는 나무의 질을 보나 원목 가구를 보면 지금도 짓기엔 부담스러운 견적이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에도 박물관에 있는 여러 가지 주택을 살펴보았습니다. 에도시대부터 도쿄의 근대 모습까지 재현해놓은 것이 인상적입니다. 1900년대가 되면서 프랑스 파리에서도 신도시를 만드는 시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모두가 높은 효율의 아파트를 만들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커뮤니티가 사라진 아파트. 너무 높게 지어서 폐기 처분하기 힘든 건축물의 문제점은 곳곳에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지은 아파트는 이제 30년이면 재개발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매년 짓는 50만 동의 아파트가 30년 뒤엔 어떻게 될지 걱정부터 앞섭니다.


목조주택의 수명은 관리를 잘하면 100년에서 200년까지 유지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30년이면 수명이 끝났다며 재건축을 시행합니다. 그 폐기물 양 또한 어마 어마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단지 집이 허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담긴 추억도 폐기됩니다.


집을 잘 지어서 오랫동안 보존되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스토리가 전해지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제외한 유럽, 미국, 일본에서는 당연한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집니다. 저 역시 일본으로 전원주택 투어를 온 후에야 일본에 이렇게 오래된 건축물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전에 몰랐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이 꼭 최고의 건축물은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집을 샀는데 얼마가 올랐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그리고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서는 프리미엄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 집은 우리가 삶을 사는 곳이 아니라 이젠 투기의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가장 소중한 공간이 이젠 돈으로 평가받게 된 세상입니다. 모두가 주거의 안정을 원하지만 역설적으로 집값은 오르길 바랍니다.


일본에서는 기모노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상점가 어디서나 기모노가게를 볼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한복이 점차 유행하기 시작했다.
지켜야 할 우리의 소중한 집.


만약 우리의 손으로 설계하고 집을 짓는다면 어떨까요? 아마 남다른 애정이 생길 것 같습니다. 아내와 제가 평면을 그리는 동안 고민한 시간을 모두 합치면 수 천 시간은 될 것입니다. 현재는 물론. 과거, 미래까지 우리가 서로 몰랐던 부분을 공유하면서 집의 설계도면을 고치고 또 고쳤습니다. 아마 마루 건축 우 소장님은 이렇게 지독한 부부를 보고 놀래셨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앞으로 수 십 년 동안 우리 가정의 소중한 추억을 보전할 집을 위해서는 이 정도 애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사람들 역시 집에 대한 애착이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가 박물관 안에 실물 크기와 같은 주택들을 넣을 생각을 했을까요? 그리고 실제 일본 거리에 있는 집들은 딱 보기에도 오래되어 보이는 것이 많았습니다.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결코 일본 사람들에 뒤처지지 않습니다. 우리 역시 주거공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집을 꾸미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각자 가족에게 맞는 평면구성을 만들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높이 더 높이 아파트를 짓게 되다 보면. 더 이상 재개발이 불가능한 구역도 생기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전에 우리가 생각하는 집들을 지을 수 있도록 무리한 개발을 좀 더 늦췄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겐 재개발이 불가능한 땅이 아니라 존속 가능한 토지가 필요합니다.


도쿄에서 학습한 주거공간.


우리나라엔 아직 주거와 관련된 대형 박물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삶 속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주거공간입니다. 이렇게 삶과 관련된 박물관이 많이 생겨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주거에 대해 체험해보고 다양한 주거공간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학습한 주거 문화는 우리나라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 적용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일본인은 일본인에게 맞게 우리나라엔 우리나라에 맞는 주택 설계가 시도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똑같은 평면이 아닌 창조적인 집들이 앞으로 많이 나오길 기대하며 도쿄의 주택 투어 후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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