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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평김한량 Jun 12. 2018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연습하기.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은 사람에게 많은 배움을 줍니다. 그런데 그 경험이라는 것이 결코 달콤하지 않은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런저런 경험들을 하지 않고 그냥 '결과'만 얻길 바라곤 합니다. 자신이 경험한 것들은 무언가를 알려주려는 신호이지만 우리는 그것이 힘든 일로만 비칠 때가 많습니다. 


보통 왜 나에게 이런 일들이 일어났지? 


하는 생각들이 많이 들곤 합니다. 그리고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극복을 하면서 멋지게 해결하는 엔딩을 기대합니다. 그 엔딩이 다가올 때쯤. 해결이 되지 않은 채 아예 그 사건 자체가 잊힐 때도 있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심각했던 일이 시간이 지나고 나니 별일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정말 다 해결될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괜찮았던 일도 갑자기 울컥하고 확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이런 것을 지인에게 이야기하면 '그냥 생각하지 마' '잊어버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은 절대 쉽게 잊히거나 생각하지 말라고 해서 생각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깊숙이 꽁꽁 숨어 버립니다. 


시간이 다 해결해준다는 것은 일부는 맞지만 일부는 틀립니다. 왜냐하면 내가 받아들이면 별일 아닌 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흘러서 비슷한 경험을 할 때마다 엄청난 상처의 아픔이 다시 느껴지고 예민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그냥 참고 사는 것은 모두가 화병에 걸리는 지름길이 됩니다. 저는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누르는 법을 배웠습니다. 학교에서 배웠고 군대에서 배웠습니다. 그리고 가정에서도 그렇게 보통 배우는 것 같습니다. 


받아들이는 건 뭘까? 


 그냥 쿨한 척하는 건 받아들이는 게 아닙니다. 생각은 그렇지 않은데 그냥 웃으면서 '난 상관없어'라고 말하는 것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을 의식해서 그냥 넘어가는 것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이 모든 방법은 결국 상처를 여러 군데 만들게 되고 겉과 속이 다른 나를 하나 더 만들어 상처를 줄 뿐입니다. 


받아들인다는 것은 혼자 그 일이 현재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과거의 사건은 지나간 것으로 지금 나에게 다시 한번 그런 일을 경험하게 하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왠지 모를 공포감으로 인해서 그때의 기분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그럼 사람들은 힘겨운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받아들이는 게 되면 미래의 일에 대해서도 깊이 빠져들지 않고 현재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줍니다. 현재 풀리지 않는 일들은 이미 내 손을 떠나간 경우가 많습니다. 수능 시험 결과를 받기 전이나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나는 미래가 불안하지만 그것은 이미 결과가 나온 상황으로 내가 어쩔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나는 받아들이는 것 밖에 없습니다. 


왜 받아들이기 힘들까? 


 삶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망했다고 해서 이번 생 전체가 망하는 것은 아니고. 흥했다고 해서 이 생 전체가 흥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르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고 왁자지껄 기운에 따라서 오르내립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최고의 시나리오의 결과 값입니다. 그런 결과 값을 기대하지만 보통 나오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그렇게 실망을 하기 시작하면 어느샌가 분노가 쌓이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노력했었던 것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릅니다. 몇 개월, 몇 년.. 심하면 십 년 동안 해온 일이 모두 물거품처럼 느껴집니다. 자신이 해온 일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은 누구나 받아들이기 힘든 일입니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받아들이는 것은 누구도 강제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어려운 상황을 '무조건 긍정'으로 내몰아서 웃게 만든다고 해서 그 감정이 해소되는 것도 아닙니다. 슬픔, 분노, 좌절, 불행, 심하면 내가 이 세상을 살아야 하나 하는 허탈감마저 듭니다. 하지만 이것을 받아들이고 아니고에 따라서 삶은 완전히 다릅니다. 


받아들임 연습해보기. 


 먼저 과거를 생각했을 때. 불쾌했던 일을 하나 떠올려 봅니다. 그 생각이 떠오른다는 것은 결코 당신이 그 문제에 대해서 '쿨하지 못하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시간이 흐르면 그 감정은 어디론가 또 깊숙이 숨어 버린다.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 중요한 이유는 내가 잘살기 위해서입니다. 불쾌한 감정을 덜 느낀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요? 


생각을 지우기 연습은 너무 고난도이기 때문에 그것보다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떠오른 그 생각을 먼저 이렇게 분류해봅니다. 


1. 그것이 지금 나를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 

2.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같은 결과로 나왔는가? 

3. 그 일이 정말 잃기만 한 사건인가? 얻은 것은 없는가? 

4. 그때 고민하고 상처받았던 나에게 이렇게 말해본다. '그래 네가 상처를 많이 받았구나. 힘들었겠다'


마지막에 그 말 한마디는 남이 누군가 한마디 해주길 바라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그 따듯한 말 한마디 조차 듣기 힘든 사회가 현재의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그런 따듯한 말을 포기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내가 스스로 나에게 한마디 소리 내서 해준다고 해도 효과는 똑같이 나올 수 있습니다.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기. 


 상황을 극복하고 역경 속에서 대단한 성과를 이뤄냈었던 과거의 선조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위인전 속의 스토리입니다. 모두가 엄청난 실패를 했고 성공을 했다고 하더라도 임종 직전까지 그것이 유지된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결국 글에 그렇게 쓰여 있을 뿐. 엄청난 좌절과 고통을 경험하며 살아간 위인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 안에서도 좀 더 행복하거나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살았던 사람들은 '받아들이기'를 많이 한 경우였습니다. 


우리가 존경하는 세종대왕은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늘 지병을 달고 살았다. 이순신 장군은 큰 전공을 세운만큼 질투를 받아 백의종군을 하는 등 치욕적인 사건이 많았고 결국 전쟁이 끝날 때 결과를 보지 못하고 죽었다. 스티브 잡스는 30대에 만든 애플이란 회사에서 쫓겨났다가 겨우 돌아올 수 있었고 췌장암으로 인해서 수술을 했으나 재발하여 유명을 달리했다. 


우리가 경험하는 큰 사건들이 앞의 사건들에 비해서 쉽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사람에게 지금 당장의 고통이 가장 큰 법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의 위인들은 크게 성장하는 만큼 큰 시련을 받아들이기로 넘어가 버렸습니다. 지병이 있어도, 남들이 오해해도.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도 그냥 인생을 살아갔고 자신이 해야 할 소명을 찾으려 애썼습니다.


이렇게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특히 아끼고 사랑하는 것들로부터 나쁜 결과를 얻는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실망, 소중하게 생각했던 일들의 실패, 기다린 결과에 대한 좌절. 이것들을 누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특히 현재 문제라면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어집니다. 


방법은 단 하나. 


 결국 지금 현재의 고통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할 수 있는 것은 내려놓는 것입니다. 내려놓음 역시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의미인데 좀 더 쉬운 표현으로 '될 대로 돼라' '될 놈은 된다' '이 또한 지나가리' 정도 됩니다.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라는 조언도 있지만. 그런 게 있다면 지금 하면 됩니다. 


하지만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도 실제로 존재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 착착 모든 일을 로봇처럼 해내면 좋겠지만. 사람은 로봇이 아니므로 감정 소모가 일어나게 됩니다. 현재의 좌절된 상황에 깊숙이 빠져들게 되는데 그런 것을 운에 맡겨 보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많은 노력을 하며 삽니다. 자신이 아는 한에서 최고의 것을 선택하려고 노력합니다. 그 많은 노력의 과정 중에서 자신이 노력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운이다. 운은 수백만 가지 변수들이 얽히고설켜서 완성되는 것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운에 대해서 아무것도 없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잘 안 풀리면 '이번엔 운이 없었네'라고 흘려보는 건 어떨까? 그래도 효과가 없다면 조금 더 고민을 해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껏해야 내 눈에 보이는 것을 내 두 손으로 만져보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지시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는 매우 좁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매사 스스로를 너무 힘들게 합니다. 그러니 이 방법대로 운에 맞기는 연습을 하는 것이 더 노력하는 것보다 삶이 유연하게 될 것입니다.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 


 우리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기다립니다. 내가 원하는 삶을 기다리기도 하고. 좋은 인연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지금 상황이 힘들면 이 상황이 끝나길 기다립니다. 이 모든 기다림 속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실망을 더 많이 한다. 실망이 9번 정도 라면. 기대 이상은 1번 정도입니다. 


삶은 그 기대 이상의 것으로 누리는 큰 기쁨 1번으로 인해서 살아갑니다. 나머지 9번의 실망조차 완벽하게 바꾸려는 시도는 오히려 나머지 1번의 기쁨 조차 놓치게 합니다. 실망 역시 받아들이고 조만간 다가올 큰 기쁨을 다시 기다려 봐야 합니다. 실망하는 기분이 있다고 해서 미래 전체가 망하는 것은 아니니 받아들여도 괜찮습니다. 


다행히 시간은 나이가 들면 들 수록 빨리 흘러갑니다. 그러니 기다리는 것으로 너무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좋습니다. 조바심을 내면 낼 수록 시간은 더디게 갑니다. 받아들이게 되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확실히 줄어들게 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더 이상 괴롭게 살지 않아도 됩니다. 


받아들이며 사는 것. 

익숙지 않은 문화이지만 우리에게 분명 필요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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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양평 김한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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