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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평김한량 May 17. 2016

자가용이 없는 단출한 삶.

현재 누리는 것은 어차피 언젠가는 사라진다. 

이전 포스팅에서 번아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번아웃은 타임 푸어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저 역시 순간 방심하면 타임 푸어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하루가 어찌나 빠른지 해야 할 일은 태산 같은데 마음만 분주한 시간이 이어집니다. 


우리는 이제 하우스푸어, 카푸어, 타임 푸어까지 연속적으로 무언가에 쫓기며 살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떨어져 있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집과 차 그리고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보겠습니다. 


먼저 최근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은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그 집을 구입하기 위해 우리는 10년에서 30년 상환 대출을 빌리게 됩니다. 또한 월급이 오르는 속도보다 빠르게 자동차 가격도 상승했습니다. 그 차를 구입하기 위해 3년에서 6년 상환 대출을 받습니다. 이 두 가지만 보더라도 큰 빚이 생기게 됩니다. 


자동차 왜 난 그게 무섭게 느껴질까.


그 두 가지 빚을 갚기 위해 우리는 '시간'을 모두 바쳐야 합니다. 양평의 마을에 살면서 '자동차'가 없다는 사실에 모두 놀랍니다. 그리고 계속 구입할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저는 자동차가 집보다 무섭게 느껴집니다. 


자동차에는 많은 유지비가 들어갑니다. 그리고 차가 있으면 안 가도 될 곳을 가서 돈을 쓰고 오게 됩니다. 아내와 계산기를 두들겨 보니 한 달에 100만 원 정도 생활비가 더 지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름값, 보험료, 할부금, 이자, 외식비, 쇼핑 등등.. 모든 것이 연결되어 돈을 지출하게 됩니다. 


이미 한계에 이른 소비 생활 속에서 버스를 포기한다고 가정해봅니다. 자동차를 구입하게 되면 저는 지금의 귀촌생활을 포기해야 합니다. 아무리 고민해도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은 제 형편에 맞지 않는 일입니다.


자동차 없이 사는 일본에 가보니.. 


자동차가 없으면 정말 생활이 안되는지 일본에 가서 그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았습니다. 지방에 가더라도 자동차가 있는 집은 많지 않았습니다. 신기하게도 버스와 기차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일본의 은퇴자 자산은 6억의 현금자산이 있다고 합니다. 반대로 우리나라 은퇴자의 현금자산은 1억 정도 된다고 합니다. 90년대만 하더라도 전 세계 저축률 1위가 일본, 2위가 대한민국이었는데. 지금은 세계에서 채무율이 높은 국가에 대한민국이 올라갔습니다. 


 아내와 8년간 토론한 결론은 이렇습니다.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중요하다.' 


1. 신용카드는 사용하지 않는다. 
2. 할부는 하지 않는다. 
3. 현금 사용을 한다. 
4. 가계부를 작성한다. 
5. 일일결산, 월말 결산을 통해 지출을 통제한다. 


 하루에 6대 있는 버스가 불편하지 않습니다. 주변에서는 자동차를 구입할 것을 강력하게 권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배운 빚은 '사업'을 하기 전에 함부로 써서는 안 되는 히든카드입니다. 사업을 할 때 필요한 돈을 빌리는 것은 꼭 필요한 조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활비를 초월해서 돈을 쓴다는 것은 소득보다 지출을 많이 하는 '과소비'의 전형적인 형태입니다.


수입차를 한번 타볼까.. 


수입차를 타는 지인을 보니 왠지 저도 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그쪽의 자산은 줄어들고 있고. 저희 자산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시골에서 버스를 타고 다니는 삶이지만 저는 돈에 쫓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폼나지 않는 귀촌인의 생활이지만. 저는 이 삶에 만족합니다.


TV를 보더라도 수백 개의 채널에서 '소비'를 계속해서 강조합니다. 왠지 그게 없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효과가 미미한 제품들에 대해서도 과장광고도 합니다. 그렇게 늘어나는 택배는 매일 집으로 방문하는 것. 그게 바로 제가 살아왔던 삶이기도 했습니다. 


진정 무서운 소비자로 거듭나기. 


 소비자가 판매자를 뛰어넘으려면 '구입하지 않으면 됩니다.' 반대로 소비자들이 넘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어떤 기업도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를 만만하게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기업은 제품 판매가 되지 않으면 곧바로 망하기 때문이죠. 


저는 무언가를 구입할 때. 이제 3년은 고민합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을 그때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기 이전부터 공부하고 구입을 준비합니다. 만약 기준에 미달되거나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면 구입을 미룹니다. 


단돈 1,000원이라고 하더라도 쉽게 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돈을 제가 벌기 위해서 얼마나 큰 노력이 드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돈 때문에 피곤한 삶이라고 하는데. 너무 돈을 쉽게 쓰면 또다시 그 굴레 안에 들어가야만 합니다. 


자동차 구입은.. 


자동차 구입은 현찰로 일시납을 하고도 부족하지 않다면 생각해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제 형편에 그 일은 어려운 일입니다. 만약 현찰이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마음에 드는 성능과 가격의 차가 없다면 구입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불편하게 버스를 타며 이동하는 것은 이미 생활에 배어 있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자동차가 필수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때도 구입하고 싶지 않습니다. 차가 없어도 살아가는데 만족을 느낀다는 것을 반대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삶에서 불편함 대신 얻을 수 있는 다른 것들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빚은 무서운 것입니다. 누구도 빠져들게 되면 쉽게 나올 수 없습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우리나라가 빚을 권하는 사회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분명 90년대만 하더라도 '대출'은 '기업인'이 하던 것인데. 누구나 쉽게 빚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비를 많이 하기 때문에 삶은 화려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실상 그 빚으로 인해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아내와 30년을 놓고 고민을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는지. 가족 간의 대화가 넘칠 수 있는지 등등. 결혼생활에 들어가는 모든 부분을 놓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빚을 권하는 사회에서 이렇게 사는 것은 한심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빚은 당장엔 그 파급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면 갈수록 이자에 이자가 붙어 무섭게 불어납니다. 이자가 낮다고 해서 우습게 볼 수 없습니다. 사람은 이자가 낮기 때문에 더 큰 돈을 빌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는 시간을 절약해준다. 


자동차는 시간을 절약해주지만 반대로 그 값을 내기 위해서 그만큼 더 일해야 합니다. 일을 너무 많이 하기 싫지만 그래도 해야 합니다. 신기하게도 제 시간을 벌어주는 기기가 제 시간을 빼앗게 됩니다. 그래서 오래 걸리더라도 불편하게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오늘도 제 진심을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양평 김한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귀촌과 전원주택에 대한 이야기. '아파트를 버리고 전원주택을 짓다'는 현재 브런치에서 독점 연재 중입니다. 매거진을 구독하시면 무료로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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