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등/ 최화수

by 이광

외등

최화수


빛이 고픈 땅거미가 초저녁부터 보챈다

화색 흠씬 돌 때까지 외짝 젖을 내주느라

한잠도 못 잔 저 어미, 눈이 퀭한 새벽녘


외등은 주위가 어두워지면 불을 밝혀 동이 트는 새벽녘까지 젖 물리듯 빛을 내어줍니다. 이 작품을 감상하기 전 먼저 머릿속으로 하나의 장소를 소환해 볼까요. 외등이 서 있는 골목길의 기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학창 시절 야간 학습을 마치고 귀가할 때 동네 어귀에서 따뜻하게 맞아주던 외등을 떠올려도 좋고, 신혼살림을 차린 전세방 있던 골목길 외등도 생각나지 않은가요.


초장 전구 ‘빛이 고픈 땅거미’는 멀어져가는 빛을 아쉬워하며 바닥에 깔리기 시작한 어스름이지요. 막차를 놓친 사람이 발을 동동 구르듯 빛을 보채는 땅거미를 외등은 동그랗게 품어줍니다. ‘화색 흠씬 돌 때까지 외짝 젖을 내주’는 외등의 헌신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를 상기시킵니다. 종장의 ‘한잠도 못 잔 저 어미’ 앞에서 눈을 그만 지그시 감게 됩니다. 자식을 위해 정성을 다한 어머니, ‘눈이 퀭한 새벽녘’ 외등의 모습처럼 수척해진 노모의 얼굴이 어른거립니다.

필자에게도 같은 제목으로 사랑을 다 쏟고 떠난 어머니를 노래한 3수로 된 졸시가 있지만 이를 단수로 간결하게 녹여낸 시인의 솜씨가 일품입니다. 시인이 종장 전구의 ‘저 어미를’ 외등이라 쓰고, 제목을 어미라 하여 미리 속내를 드러냈다면 감동이 반감했을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짧은 단수는 독자가 단숨에 읽고 지나치다 자칫 감동의 지점을 놓칠 수도 있는데 각 장을 한 연으로 처리하여 독자에게 사유의 공간을 주는 넉넉함이 보기에도 좋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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