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객을 기다리다/ 김덕남

by 이광

협객을 기다리다

김덕남


아슬한 물방울이 암반에 홈을 파듯


적벽의 소나무가 바위를 쪼개내듯


결박된 봉두난발이 한 시대를 깨우듯



요즘 그런 사람이 드물어서 그런지 협객이란 말은 잘 쓰지 않지요. 세상이 어수선할 때 불의를 참지 못하고 나서던 의협심 강한 사람을 칭하던 말입니다. 시인이 말하는 협객은 더 나아가 ‘한 시대를 깨우듯’ 사회의 비뚤어진 통념과 맞서는 열사의 면모를 지닙니다. 초장의 ‘아슬한 물방울’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갑거나 아찔하게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결의에 찬 힘이 지층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중장에 나오는 ‘적벽’은 전남 화순에 소재한 적벽으로 보입니다. 시인은 적벽의 절경에서 소나무가 바위를 쪼갠 형상을 목격한 모양이군요. 물방울이 수없이 되풀이하여 암반에 홈을 파듯 바위틈에 솔씨가 뿌리내려 수많은 시간을 견디고 마침내 균열이 이루어지니 인내는 시인이 말하는 협객이 지녀야 할 덕목인가 봅니다. 마침내 시인은 역사 속의 한 인물을 불러내는군요. 종장에 들어서면 봉두난발에 결박된 몸을 한 사내가 나타납니다. 한 시대의 불의와 싸우다 결박된 그 비장한 눈빛이 행간을 뚫고 나올 듯합니다.


협객을 기다린다는 건 길고 긴 수련 과정 같습니다. 나다니엘 호돈의 소설 ‘큰바위얼굴’이 생각납니다. 주인공이 기다리며 바라보던 바위를 닮은 사람은 결국 오랜 세월 바위의 얼굴을 지켜보던 주인공 자신이었다는 내용이지요. 시인의 내면에 부조된 협객은 시인이 희원하는, 작가정신으로 충일한 자신의 모습 아닐까요. 시인은 한 시대를 깨울 절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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