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별
정광영
어느 외진 별에서는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
지상엔 알 수 없는 부호
봄날을 날아다니고
꽃나무 주술呪術이 풀려
번쩍번쩍 눈을 뜬다
기별이란 소식을 알린다는 뜻으로 소식이 적힌 쪽지를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별을 보낸다고 다 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무심결에 지나쳐 버리는 수도 있으니까요. 기별을 받아들이는 이는 꽃나무처럼 ‘주술이 풀려’ 눈을 뜨기도 합니다. 사실 이 세상은 ‘어느 외진 별’과 같은 우주에서 보내는 신호와 함께 대자연이 건네는 기별로 가득합니다.
과학이 우주와 대자연의 기별을 분석하는 학문이라면 문학은 ‘알 수 없는 부호’의 신비스러움 그 자체를 전하려 합니다. 과학이 문명의 발전을 이끌었다면 예술의 한 갈래인 문학은 문화에 힘을 기울여 왔지요. 시인은 대자연의 기별을 인간의 언어로 풀어내는 전령의 역할을 맡은 사람입니다. 밤하늘 작은 별이 속삭이듯 보내는 신호는 사소한 이익 다툼이 부질없는 일임을 깨우치게 하고 이른 봄 들판의 아지랑이는 유년의 설레던 동심으로 이끌어줍니다.
어두운 현실에서 밝은 내일을 여는 먼동과 같은 빛은 희망의 기별이고, 힘든 일 마친 자에게 휴식을 주듯 아늑한 석양의 놀은 아름다움이 주는 기별입니다. 우주의 기별을 느끼기 위해 늘 깨어 있으라는 말을 상기합니다. 자칫하면 맘몬의 주술에 걸려 황금만능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습니다. 세속에 영합하지 않을 때 우리의 심미안은 꽃나무처럼 ‘번쩍번쩍 눈을’ 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