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추폭포
우아지
살다 살다 거침없이
추락하는 도도한 생
떨어져 솟구쳐서 흘러가야 길이 된다
눈뜨고
뛰어내리는
부서져서 더 눈부신
자연의 섭리를 품고 흐르는 물은 종종 우리 삶에 비유됩니다. 시인들은 물길을 바라보며 자신이 살고자 하는 어떤 흐름을 그려보곤 하지요. 용추폭포는 시인의 고향인 함양군 안의면 소재 용추계곡에 있는 폭포입니다. 성장기의 시인은 폭포 앞에서 생의 도도한 추락을 보았을 것입니다. 여기서 도도하다 함은 오만한 태도를 말하는 게 아니고 막힘없이 흐르는 힘찬 물결을 뜻합니다. 그 도도함은 작품 전반에 힘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초장의 ‘살다 살다’는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 쓰는 말로 ‘살다 살다 별꼴 다 본다’ 할 때의 그것입니다. 별의별 꼴을 다 본 만큼 거리낄 바 없는 생의 연륜이 담겨 있는 것이겠죠. 그리하여 때가 되면 거침없는 추락이 이어집니다. 폭포의 추락은 추락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떨어져 솟구쳐서’ 자기 갱신을 이루며 새로운 길을 열어갑니다. 반면 추락으로 끝나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욕심부리다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길을 내지 못하고 그만 웅덩이에 갇히기도 하지요.
종장 첫음절 ‘눈뜨고’에 주목합니다. 눈을 감는 게 아니라 ‘눈뜨고/뛰어내리는’ 용기가 돋보입니다. 또한 ‘부서져서 더 눈부신’ 헌신의 정신으로 더 큰 세계로 나아가는 구도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낮은 곳으로 뛰어내리듯 온몸을 쏟는 물을 보며 사람이 가는 길을 관조하고 있습니다. 부서지며 일으키는 물보라에 무지개가 어리는 걸 보십시오. 폭포처럼 살아가는 생이 눈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