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민병도
풀꽃에게 삶을 물었다
흔들리는 일이라 했다
물에게 삶을 물었다
흐르는 일이라 했다
산에게 삶을 물었다
견디는 일이라 했다
‘삶이란’ 이런 제목으로 시를 쓴다는 건 그만한 연륜과 배포 없이는 펜을 잡기조차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많은 시인들이 삶의 다양한 모습을 노래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서에 바탕을 둔 것이지 철학자처럼 존재의 근원을 탐구한 건 아니지요. 철학이 관념과 논리로 정연한 사유 체계를 갖춘 것이라면 이 작품은 직관과 관조로 그러한 사유 체계를 뛰어넘고 있습니다.
초장에서 시인은 흔들리는 풀꽃에서 사람들의 일상 또한 이와 다를 바 없다고 느끼며 첫 번째 답을 발견합니다. 흔들리는 것은 바람을 타는 상황일 수도 있고 바람에 몰리는 처지일 수도 있겠지요. 그 속에서 삶은 꽃을 피우고 씨를 날립니다. 그다음 중장을 보겠습니다. 흐르는 물에 시선을 두고 있으면 흘러간 날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시인은 두 번째 답을 얻습니다. 삶은 흘러 흘러 큰 물줄기로 이어지고 그리하여 거시적인 안목으로 역사가 이루어짐을 묵상합니다.
종장에 이르러 마침내 산이 나오는군요. 사람도 대자연의 일부라는 세계관 속에 들어와 있음을 알게 됩니다. 우리 앞에 우뚝 서 있는 산은 오랜 세월 사람들이 쌓아온 지혜의 고갯길을 품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시인은 삶이 곧 견디는 일이라는 궁극적인 답을 구합니다. 삶은 견딤으로써 지탱하는 것입니다. 시인은 삶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듣는 일관된 자세를 취함으로써 전달이 아닌 제시의 방식으로 독자 스스로 삶을 일깨우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