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긴 여정의 끝은 결국 처음이었다.
#브런치 무비패스
작곡가인 c와 그의 연인 m은 교외 조용하고 단란한 집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사랑했다. 행복했고 더 행복한 일상들로 그들의 삶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c는 세상을 떠났고 홀로 남은 m은 무거운 슬픔에 빠진다.
고스트가 되어 깨어난 c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m을 기다린다.
m은 연인을 잃은 상실에 괴로워하다가 슬퍼하다가, 시간이 지나 c를 잊어간다. m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그렇게 m의 기억 속에서 c는 점점 잊혀간다.
하지만 c는 계속해서 m을 기다린다. m이 떠나도, 계속해서 m을 기다린다. 다른 사람들이 이 집에 들어오고 억만 겹의 세월이 흘러도, 그래도 계속해서 m을 기다린다.
이렇게 영화는 누군가를 잃고 그리워하고 수없이 기다리다가 잊게 된다. 과거를 기억하려는 듯한 화면의 뿌연 색감과 과거를 붙잡으려 애쓰는 듯한 카메라의 오랜 시선은 영화를 굉장히 정적이고 쓸쓸하게 만들어 준다. 잃고, 기억하고, 잊는 억만 겹의 과정이 음악의 선율을 따라 영화의 시간대 이곳저곳을 왔다 갔다 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유령의 이야기에 홀리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떠나간 남자와 슬퍼하는 여자, 유령이 되어 다시 기다리는 남자. 그들을 통해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상실은, 사랑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위로의 노래 같다. 누군가가 떠나간 빈자리. 그것이 빠져나간 빈자리에는, 그 억만 겹의 상실에는 오로지 기다림만이 흰 천조각을 덮어쓰고 들어가 앉아있다. 상실을 채워줄 무언가가 없다는 것, 그저 기다림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것, 누군가를 잃은 우리가 필히 가져야 할 그 고통스러운 여정에 영화는 가장 감각적인 화면과 선율로 위로를 기여한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뿐이다. 그를, 그녀를.
사진은 지나는 시간을 붙잡고 그것을 추억한다. 어떤 이는 사진을 액자에 담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기도 하고, 또 시간이 지나서 누군가를 잊을 때는 그 사진부터 없애기도 한다. 영화는 이러한 스물네 장의 사진의 연속이고, <고스트 스토리>는 모든 이야기를 마치 사진처럼 액자에 걸어 담아낸다. 4:3의 꽉 차있는 비율은 인물들과 그들을 둘러싼 작은 공간과 공기 하나까지도 아늑하게 담아냈고, 이는 곧 작은 화면을 감정으로 가득 메웠다. 때로 그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화를 내거나 음악을 들을 때 감정에 이끌리는 직관의 힘도 흔들거리며 느껴지게 했다. 기다림과 상실의 감정이 그저 문틈 사이에 끼워진 종이를 빼내려 애쓰는 것만큼 부질없는 감정일지는 모르나 그 길고 긴 기다림의 끝에서, 고스트는 끝내 바라던 무언가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정녕 그 여정의 끝이, 결국 처음이었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