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가격, 회복의 가격

by 서하루

허리 통증을 줄일 방법을 고민하던 나는 의식적으로 생수 박스나 빨래 주머니 같은 무거운 물건을 들 때 배에 힘을 빡! 주었다. 바닥에 놓인 청소 도구나 쓰레기를 주울 때는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 스쿼트 하듯 엉덩이에 힘을 딱! 주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습관만으론 이미 생겨버린 아픔이 가시지 않아 몇 달째 쉬고 있던 요가를 다시 등록했다. 자주 가진 못할 것 같아 10회 쿠폰을 끊고 휴무인 날 오전에 다니기로 했다. 요가 다닌 지 일주일이 지나자 나를 괴롭히던 허리 통증이 사라졌다. 기뻤다! 내 몸이 이제 청소 노동으로 얻은 통증을 해소하고, 애초에 통증을 만들지 않기 위한 노하우를 터득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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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깐 청소할 방이 8개나 되던(내가 근무하는 스테이의 총 방 개수는 9개다.) 어느 날 그런 일이 있었다. 예약이 있던 방 3개를 먼저 끝내고, 4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잠시 빈 방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커피 머신이 없는지라 303호에 머물던 누군가가 식탁 위에 놓고 갔던 카누 커피와 301호 냉동실에 남아있던 얼음을 꺼내 아이스커피를 만들어 마셨다.(대표님은 매주 구매 필요 물품 목록을 체크하는 영자 매니저가 보내는 청소 물품은 바로바로 주문해 주시지만, '근무자용 커피'라는 문구는 끝까지 못 본척했다.) 15분간의 휴식 시간 동안 <세븐 스테이> 광화문 지점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청소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청소 일이 처음인 그녀는 요즘 매일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고, 청소가 끝나면 늘 마사지를 받으러 가곤 한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요지는 결국 그녀가 2개월이 되는 차에 그만두기로 했으니 광화문 지점에 충원이 필요하고, 혹시 주변에 추천할 사람이 있으면 소개하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이 대화에서 한발 빠져나와 이런 생각을 했다. '저런 바보가 다 있나. 하루 5만 원 남짓한 돈을 벌고 1시간에 10만 원짜리 마사지를 받다니...' 그러면서 티 나지 않게 혀를 찼다.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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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정직원으로 근무했던 스타트업에서 나는 밥먹듯이 야근을 했다. 몸이 축나면서 만성 위염과 소화불량, 어깨통증에 안구 건조증, 수면 부족으로 인한 푸석한 피부까지 얻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점심시간을 이용해 내과에 다녔고, 침을 맞으러 다녔고, 정기적으로 안과를 다녔으며, 그보단 가끔 피부과 케어를 받곤 했다. 그러기를 7년 반복하자 문득 현타가 찾아왔다. 분명 나는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건데, 병을 얻고 치료하느라 그 돈이 다 빠져나가곤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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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단 휴식을 끝내고 남은 방을 마저 청소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자 갑자기 사라진 줄 알았던 허리 통증이 다시 찌르르 찾아왔다. 그런데 이 통증을 신호삼아 보다 더 큰 혼란이 머리를 휘젓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월급 110만 원을 받는 청소 노동자이자, 허리 통증을 얻은 노동자이고, 이 통증을 없애기 위해 10회에 36만 원짜리 요가를 끊은 노동자다. 나는 도대체 무엇에 그리 기뻐했던 것일까?


IMG_5573.HEIC 객실 냉장고에 비치해 두는 생수가 이렇게 배달 온다. 이 생수를 창고로 옮기는 일은 내 허리 통증 유발 주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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