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호 화장실 청소를 맡다

1mm의 세계

by 서하루

그러니깐 나는 경력을 속이고 들어간 청소일에서 출근하자마자 “204호 화장실 청소부터 하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204호는 내가 일하게 된 숙소에서 가장 작은 방으로, 최대 2인까지 숙박 가능하다지만 내가 봤을 때 1인이 최대 2일 정도 머물기에 참을만한 크기다. 즉, 매우 작은 방이다. 당연히 화장실도 좁다. 자그마한 화장실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당황스러움으로 가득 찼다.


나는 평소 집에서 화장실 청소를 대대적으로 하지 않는다. 샤워 후 나오기 전에 하루는 변기를 닦고, 하루는 거울을 닦고, 하루는 바닥 물때를 제거하는 식이다. 원래 모든 공간에 대해 ‘대청소하기’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나는 하루하루 조금씩 청소를 하며 깨끗한 정도를 적당히 유지하는 걸 택한다. 여기서 ‘적당히’가 중요하다. 나는 늘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는다. 완벽주의자는 나와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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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를 졸업한 나는 당연한 수순처럼 사회생활을 디자이너로 시작했다. 7년을 일한 첫 회사를 그만둔 이유 중 하나는 “‘적당한’ 내 성향과 맞지 않아서”가 1순위였다. 인쇄를 수십 번 반복하면서 폰트 자간 -30과 -29를 비교하는 일이, 밤을 새더라도 매장 벽면에 붙은 시트지의 1mm 위치를 결정하는 일이, 새벽 1시에 비몽사몽 화면 속 RGB 수치를 1씩 조정하는 일이 나에겐 너무 버거웠다. 그런데 내 옆에 앉은 동료는 모두 그 “1”의 차이를 두고 밤을 새우고, 상사에게 의견을 구하고, 협력업체에 다시 요청을 하는 일을 반복했다. 결국 나는 디자이너로서 부족하구나를 늘 느끼며 자존감이 떨어지는 나날을 보냈다. 매일 이어지는 야근 속에서 내 머릿속은 단지, 깊어가는 이 밤, 단 1분이라도 일찍 집에 들어가 잠을 자고 싶을 뿐이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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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화장실 청소 도구함과 함께 작은 화장실로 밀어 넣어진 나는 뭐부터 시작해야 이 화장실을 깨끗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효율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청소를 완료하며 경력자인척할 수 있을까 생각하느라 머리가 복잡해졌다. 나는 오늘 이 자그마한 화장실 속 거울, 변기, 하수구, 세면대, 클렌징 용품, 그리고 바닥과 벽까지! 더러움 없이 완벽히 청소하면서 물기까지 제거한 뽀송한 화장실로 재탄생시킬 수 있을까???


내가 일하는 업체에서 사용하는 화장실 청소도구 키트다. 기본 청소제, 물때 제거제, 유리 세척제가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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