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딩은 어떻게 하는데요?
오래 생각할 시간이 없다. 단순한 논리를 세우고 첫 번째 미션인 화장실 청소를 완수하자! 더러움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 보내기로 했다. 그러니깐 가장 위에 위치한 거울부터 닦는 거다! 그 뒤엔 세면대, 변기, 바닥, 배수구 순서로 청소하기로 계획을 짜고 모든 곳에 세제를 충분히, 듬뿍 뿌린 후 솔과 수세미로 박박 닦아냈다. 물을 한 바가지 뿌려 모든 세제를 흘려보낸 뒤 스퀴즈로 물기를 닦고 걸레 3개를 동원해 물방울 하나 없는 뽀송한 화장실로 만들어냈다.
사실 화장실 청소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애초에 상태가 그다지 더럽지 않았기 때문인데, 내가 일하는 숙소는 오픈한 지 1년이 채 안된 곳이라 물때가 아직 끼지 않았고, 이번 손님은 하루만 머물다간 터라 화장실도 그만큼 더러워지지 않았다. 무사히 미션을 클리어한 나는 바닥을 걸레로 훔치느라 구부렸던 허리를 펴며 상기된 얼굴로 화장실에서 나왔다.
다행히 샴푸, 린스 등 벽에 매달린 바쓰용품을 상표가 보이는 방향으로 가지런히 두어야 한다는 지적 외에는 모든 면에서 합격 점수를 받았다. 야호!
그런데 도대체 오늘 하루가 호락호락하지 않을 모양인지 위기 상황이 또 닥쳤다. 함께 근무하던 영자 매니저는 다음 미션을 주며, 나를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는데, 두 번째 미션은 바로 <베딩 하기>. 그녀는 말했다. “우선 하루님이 하시던 방식으로 베딩 시작해 보세요.” 그녀의 말이 메아리로 울리며 내 머리를 또 한 번 복잡하게 만들었다. 어쩌지? 나에게 숙소 베딩하는 방식이 입력돼 있을 리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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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청소하는 숙소는 청소 전반과 물품 관리를 외주 업체와 계약했고, 나는 그 외주 업체와 계약이 되어있는 구조다. 이곳에 면접 온 첫날, 내가 계약을 체결하게 될 ‘화사 클린’ 대표는 나에게 가장 큰 방인 303호와 가장 작은 204호를 보여주며, 이 숙소가 가진 콘셉트와 구조 등을 설명해 주셨다. 마지막으로 직전 근무자가 퇴사한 이유를 알려주셨는데 바로 ‘베딩이 힘들어서’였다. 그런데 나는 경력직이라 잘하실 거라며 웃는 대표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색하게 마주 웃는 것 밖에 없었다. 첫 화에서 밝혔듯이 나는 사실 경력을 속이고 면접을 봤기 때문이다.
그러니깐 너무 힘들어서 사람을 그만두게 만두는 원인인 그 무시무시한 베딩 업무가 나에게 홀로 주어진 상황이었다. 그것도 영자 매니저의 감독 하에 말이다. 과연 나는 이불커버를 무사히 씌우고 정리정돈까지 해내며 경력자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을까??? 방금 화장실 청소를 열정적으로 마친 탓인지 나도 모르는 새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