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마을 속초에서 살았던 시간. 2년 5개월.
살기 위해 갔던 곳에서 진정한 여행이 시작 되었다.
2년 5개월의 시간동안 우리 가족이 집중했던 것은 이 아름다운 자연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척에 바다를 두고 계절과 시간, 날씨에 따라 변하는 바다의 색을 바라보고 바람을 느끼고, 설악산의 능선을 손가락으로 함께 그려가며 보냈던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구경하러 오는 속초와 삶이 이어지는 속초는 아주 달랐다. '진정한 여행은 살아보는 것' 이라는 어떤 글귀가 떠오른다.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삶이었다.
나는 계절마다 속초를 써내려갈 생각이다. 때마다 불어오는 속초에 대한 기억을 우려내어 가슴 깊이 향기를 맡고 그것을 마시며 온 몸을 돌게 하려 한다.
벚꽃 명소에 속초가 없다는 게 의아할 정도로 속초의 봄은 아름답다.
아름답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될 정도의 그 무엇이 마음을 쿵쿵 울린다. 황홀하다는 말은 이럴때 쓰라고 생긴 말 아닐까.
분홍빛을 머금은 벚꽃들이 폭죽터지듯 꽃잎들을 터트려내는 4월. 많은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영랑호는 산책하기에 더할나위없이 좋다. 둥글게 이어진 길을 따라 심긴 벚나무는 그늘까지도 아름답게 그려낸다.
봄이라서 미세먼지때문에 설악산의 산 그림자가 선명하진 않지만, 날씨가 좋으면 저 멀리에 늠름하게 서있는 울산바위도 볼 수 있다.
호수를 옆에 두고 걷는 길이 너무 좋아서 자전거를 샀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때로는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바람을 맞는 기분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저마다의 빛과 색을 가지고 매번 새로이 피어나는데 신기하게도 모든게 그대로인데 모든게 다른 그런 풍경이다.
자전거로 산책하기에도 낭만적인 곳. 페달을 밟는 다리가 어찌나 가뿐해보이는지. 바라보는 사람도, 타는 사람도 느낄 봄의 기운. 호수의 물비린내까지도 기꺼이 기분 좋게 맡아지는 봄이다.
이제 한 열흘 남짓이면 속초에서는 흔히 볼 풍경이다. 흔하게 보이지만 결코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거리의 풍경들.
속초에는 기약없이 걷기 좋은 길이 많다. 영랑호가 그렇고, 설악산으로 가는 목우재 터널 길이 그렇고, 숨어 있는 골목들이 그렇다. 벚꽃이 지고 나면 하얗고 밝은 꽃을 피우는 조팝나무가 줄기를 길게 늘어뜨릴 것이다. 꽃내음과 함께 거리에서는 스치듯이 바다냄새가 날 것이다. 모든 외로움과 절망들은 따스한 빛을 품은 희망으로 가득차리라. 그 어두움에게까지 평안의 생기를 불어 넣으리라.
자전거 페달을 밟아 달리는 것 만으로도 세상의 아름다움이 다 내게로 오는 것만 같았던 속초의 봄.
속초는 그런 곳이었다. 작은 병속에 바다와 산과 호수와 나무와 꽃의 냄새를 켜켜이 재어두고 조금씩 떠서 차를 우리듯 그렇게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곳.
봄의 속초가 그립다. 사진첩 속 작년 이맘때를 보면서 그때를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