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의 봄_2

숨은 골목 찾기 좋은날.

by 팔월의고래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갔을 때 가장 빨리 그 곳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은 걷고 또 걷는 것이다.

온전한 내 속도로 걸음을 옮기면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동네의 곳곳을 볼 수 있고, 여러 길을 익힐 수 있다. 낯선 곳에 처음 떨어졌을때는 여기가 어디인지,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다. 그래야 어디라도 가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걷기를 잘하면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긴다. 이쪽에서 이렇게 꺾으면 이 길이 나오네! 하는 식의 깨달음은 하나하나 알아가는 맛이 있었다. 나는 이사하고 동네 곳곳을 산책하며 여러 골목을 만났다.

언젠가 보았던 부산의 어느 동네처럼 가파른 경사 높은 곳에 계단이 솟아 있진 않지만 속초의 골목은 저마다의 색과 느낌이 소박하고 단정하며 투박하기도 한 느낌이 든다.


KakaoTalk_20160701_130248357.jpg 교동에 있는 도서관으로 가는 길.


집 터를 완전히 허물지 않고 그 곳에 계단을 쌓아올린 듯한 모습이다. 나는 이 골목을 지나면 나오는 도서관에 가기를 좋아했다. 길을 알기 위해서, 동네를 느끼기 위해서 산책을 하기도 했지만 차를 타고 길을 가다가 내 마음에 드는 골목이 나오면 기억해두었다가 꼭 다시 한 번 가 보았다. 이사를 가면 제일 먼저 알아두는 것이 슈퍼의 위치, 도서관과 서점이었는데 이 곳은 길이 예뻐 기억하고 있다가 우연히 도서관을 발견하게 되어 너무 신이 났던 기억이 난다.


KakaoTalk_20160701_130247136.jpg
KakaoTalk_20160701_130247987.jpg
KakaoTalk_20160701_131234572.jpg
KakaoTalk_20160701_131234972.jpg
KakaoTalk_20160701_131235368.jpg


속초에는 아름다운 골목들이 많이 있다.

계단을 오르고 올라야 다다르기도 하고, 좁게 나 있는 길을 따라 가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아름다움을 마주하게 된다. 아무렇게나 깎아놓은 듯한 길, 오르내리는 사람이 많아서 계단이 한없이 낮아진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나도 그 아름다운 풍경의 하나가 된다.


이름을 알지 못 하는 누군가의 집으로 향하는 골목.

저 길 끝에서 무엇을 보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늘 지금 걷는 이 길보다 고운 길을 걷게 될 거라고 그렇게 기대하며 걷고 또 걸었다.

길을 알고자 했던 처음의 마음과는 다르게 이제는 자꾸 가고 싶은 골목을 찾기에 힘을 냈다.



햇빛과 나의 걸음을 따라 함께 움직이는 그림자를 데리고 다니다보면 어느새 낯선 집 앞에 다다르고 도착지가 정해지지 않은 걷기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몇 시간을 걷고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우리동네 숨은 골목 찾기는 지친 마음에 쉼을 주는 일같은 것이었다. 그저 두 다리를 움직여 걷기만 하면 눈 안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풍경을 바라보는 일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일상의 긴장감을 잠시 내려두고 그저 내 집으로 간다는 생각으로 걷는 걸음은, 퇴근 후 사랑하는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가는 어느 누구의 걸음처럼 가볍고도 편안했다.



그래서 누군가가 속초로 여행을 오겠다 하면, 나는 걷는 것을 추천한다.

온전히 그 동네를 느끼기에 가장 좋은 방법. 바다도 좋고 산도, 호수도 모두 좋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길을 찾아 걷는 것도 너무나 멋진 여행이다. 내가 그곳의 풍경의 되는 일. 오래 기억에 남을 여행속의 또 다른 작은 여행이 될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속초의 봄_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