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과 운동 효과에 대한 의외로 오래 되지 않은 미신
땀을 흘리는 것과 다이어트 효과가 정비례한다는 속설이 있다. 이것은 사실 미신에 가까운 믿음인데, 요즘 들어서는 그래도 인식이 꽤 개선된 편이지만 그래도 이를 믿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뿐만 아니라 땀을 비오듯 흘리고 나서도 일부러 수분 섭취를 적게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로 들은 경우 중, 이에 관한 가장 황당했던 믿음은 ‘땀을 흘린 뒤 갈증을 하루만 참으면, 몸이 그 상태에 적응해서 체중이 줄어든다’ 라는 이야기였다. 또한, 운동 중에 물을 마시면 몸이 처져서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이야기 역시도 일반적으로 통하는 곳이 많다. 회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는 트레이너들 중에서도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아직 어느 정도는 있을 정도로, 얼핏 들으면 그럴듯한 가설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믿음은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주류 운동계에서도 비교적 꽤 최근까지 있었다. 수분 섭취는 몸을 무겁게 할 뿐이라는 이야기는 요즘 들어서야 농담거리로 쓰이지만, 불과 4~50여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믿음은 당시의 엘리트 체육인들 사이에서 꽤 진지한 화두였다.
일례로 마라톤을 예로 들어보자. 마라톤은 장시간을 일정 이상의 강도로 달리는 운동으로서,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체온 조절을 위해 흘리는 땀은 물론이고 심호흡을 하면서 코와 입의 점막을 통해서 공기 중으로 빼앗기게 되는 수분 역시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금이야 물론 운동 중 수분 공급을 제대로 해 주는 것이 상식이지만, 마라톤 국제 경기에서 ‘운동 중 급수 금지’ 규정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것은 놀랍게도 겨우 1972년의 일이었다. 이 규정이 확립되기 전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경기 중 사선을 넘나들어 왔다. 달리기라는 운동이 경기의 종목으로 확립된 역사를 생각해 보면 사실 황당하다 싶을 정도로 최근에야 해결된 문제다.
물을 마시면 몸이 둔해진다는 믿음들과는 달리, 오히려 물을 마시지 않으면 몸이 둔해진다는 것이 더 사실에 가까운 묘사다. 땀을 흘리게 되면 땀을 흘리는 만큼 체중이 감소하는데, 이것은 체내의 수분이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에서 약 70% 가량이 수분이라는 이야기는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는 명제인데, 이 수분의 거의 대부분은 혈액이다. 땀을 흘리면 체내의 수분이 감소하는데 이 과정에서 혈액의 부피 또한 감소하게 된다. (적혈구가 감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혈액 양이 줄어든다는 표현은 엄밀한 의미에서 옳지 않다)
혈액의 부피가 줄어들게 되면, 혈액이 혈관 벽을 밀어내는 압력(즉 혈압)이 떨어지게 된다. 혈액의 부피가 줄어들고, 혈압이 저하되면 우리의 몸의 각 세포와 근육들은 빠르게 양분과 산소를 공급받기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우리의 몸은 어떻게 반응할까?
뇌는 심장을 더욱 빠르게 뛰게 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심장의 펌핑 빈도를 높여, 조금이라도 더 각 세포로 혈액을 보내려는 일종의 보상 작용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피부에 전달되는 혈액 양은 점차 감소하게 되고, 체온은 계속해서 올라가게 된다. 이 상황에서 움직임이 둔해지는 것은 어쩌면 필연이다.
즉, 일부러 체온을 증가시키거나 몸을 고온 상태에 둠으로서 굳이 안 나와도 될 땀을 더 나오게 하고, 수분 섭취를 게을리하는 일련의 행위는 몸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다. 특정 필요에 따라서는 열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서 일부러 다소 더운 곳에서 운동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으나, 체형 관리와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신경 쓸 부분은 아니다.
몸을 생각한다면, 몸이 뻣뻣해지지 않을 정도의 낮은 온도 하에서 운동을 하며 수분을 수시로 충분하게 공급하는 편이 더욱 좋다. 땀을 흘리는 것은 체온 조절을 위한 작용이고, 운동을 격렬하게 하면 급격히 올라간 체온을 내리기 위해 많은 양의 땀이 분비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것이 ‘운동 효과’와 직결된다는 식의 믿음은 미신이나 마찬가지다.
참고로 갈증이 생기기 전 까지는 물을 굳이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것 역시도 사실과 다소 거리가 있다. 갈증이란 몸이 이미 수분이 부족함을 인지하고서 수분의 체내 재흡수로 해결이 안 되는 시점에 나타나는 자각 증상이다. 이미 탈수가 일어난 상황에서 수분을 몸 구석구석으로 온전히 보내는 것은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용이기 때문에, 수분 부족이 발생하지 않는 한편으로 체온 유지를 위해서 수분을 자주 조금씩 섭취해주는 것이 옳다.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땀을 일부러 많이 흘린다고 해서 운동 효과가 늘어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빠져나간 땀만큼의 체중 감소는 수분을 섭취하면 다시 돌아오는 착시일 뿐이다. 운동 효과를 결정하는 것은 얼마나 높은 강도로 몸을 사용했는지, 운동 시간이 얼마였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이 팔다리를 움직이며 근육을 활발하게 사용했는지다. 굳이 땀을 더 흘리기 위해 땀복을 착용하거나 더 더운 곳에서 운동할 필요는 없다. 피부 질환이 생기고 싶은 게 아니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