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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Feb 11. 2024

텀블벅 후원이 마무리되고

재미있는 기획을 구체화해 보기 

텀블벅 후원이 마무리되고


대책 없이 시작한 텀블벅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얼마나 대책이 없었냐면 출산하기 전날 텀블벅 시작을 설정할 만큼 감이 없었다. 그냥 하다 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일정을 잡았는데 생각보다 정신이 없었던 첫 펀딩이었다. 출산하자마자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 병동에서 정신없게 답글 달고 진행 과정을 수집했던 것 같다. 다행히 내가 만든 첫 노트와 포스트잇은 누군가의 책장에 잘 인도될 수 있었다. 


텀블벅을 진행하면서 난 이런 걸 느꼈다. 내가 사용하려고 만든 굿즈를 다른 사람도 좋아해 줄까?라는 걱정이 들기도 하였는데 그 걱정은 시도하면 해결이 된다. 시도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은 걱정 자체가 아니라 사실 귀찮음이다. 난 만사가 귀찮은 것투성이다. 어쩔 땐 밥 먹는 것도 귀찮고, 세수하는 것, 머리 감는 것도 귀찮을 때가 있다. 이런 귀찮은 감정은 무언가 사랑하는 감정이 클 때 없어지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요즘 아기를 키우고 있는데 새벽 2시나 3시에도 아기는 울 때가 있다. 귀찮은 감정보다는 아기를 사랑하는 감정이 너무 커서 벌떡벌떡 잘 일어난다. 귀찮음을 이겨내는 건 의지라기보단 사랑의 힘인 것 같다. 텀블벅을 오픈하기까지 귀찮은 것 투성이었으나, 전달하고 싶은 감정, 연결되고 싶은 감정이 커서인지 귀찮음을 이겨낼 수 있었다. 앞으로 사랑하는 감정을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후원받는 건 정말 어렵다는 걸 느꼈다. 단 돈 1만 원 후원받는 것도 엄청 어렵다. 하긴 나만하더라도 스벅에서 500원 아끼려고 늘 숏사이즈를 마시는데, 잘 모르는 누군가에 1만 원을 투자하는 건 쉽지 않다. 돈을 투자한다는 건 그만큼 엄청난 일이다. 오랫동안 월급을 받아서 따박따박 들어오는 돈에 대한 소중함을 많이 놓치고 살았는데 텀블벅 한번 하니까 세상 모든 돈이 정말 귀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매력적인 일 뒤에는 초라한 일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도 느꼈다. 나는 굿즈를 기획하고 물성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 텀블벅을 시작하였다. 스티커를 만들고, 디자인을 하는 과정까지는 참 재미있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일도 있었지만 재미없는 일도 많았다. 예를 들어 포장하기, 일일이 주소 입력하기, 짐 들고 옮기기, 운송장 번호 입력하기 같은 업무들이다. 매력적인 업무 뒤에는 안 보이는 사소한 업무들이 많은데 늘 사소한 업무들은 가려진다. 사소하지만 놓쳐서는 안 되는 일들에 대해 늘 생각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어려운 것 투성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하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게 되는 것도 느꼈다. 나는 출산을 처음 해봐서 출산한 다음 내 몸상태가 어떻게 되는 건지 전혀 감이 안 왔다. 약간 오버해서 손목과 무릎뼈가 녹슨 느낌이다. 이 상태로 짐을 옮기고, 포장을 하고, 답변을 다는 것 자체가 참 어려웠다. 그래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내 노력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던 것 같다. 질문이 오면 답변을 미리 만들어서 복사, 붙여 넣기를 하거나, 남편의 도움을 받거나 뭐 이런 식으로 어찌어찌 운영을 하였다. 


나의 첫 펀딩은 마무리되었고, 재미있게 포스트잇과 스티커, 트랙커 등등을 제작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텀블벅이었지만, 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흠, 경험이 쌓이고, 좀 익숙해지면 점점 내가 생각했던 재미난 아이디어를 좀 더 구체화할 수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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