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손 델 챔피뇬 (Meson del champinon)
사실 입이 좀 짧은 편이다. 입이 짧으면 식탐이 없을 것 같지만 오히려 입이 짧은 사람들이 더 까다롭게 더 많은 음식을 자주 먹는다. 무척 가까운 가족, 친구나, 매일 보는 직장 동료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너는 입맛이 까다로우니까.’라며 신뢰한다. 입이 짧기 때문에 다양한 맛을 보고, 음식의 맛 뿐만 아니라 분위기나 위치까지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행지마다 각각 지닌 매력이 있는데 스페인을 유독 오랫동안 자주 여행하는 이유는 ‘타파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짧은 입맛을 충족하는데 타파스만한 메뉴가 없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타파스는 스페인에 사는 인구만큼 종류가 있다고 이야기 할 정도로 종류가 무궁무진하다. 어느 도시를 갈때마다 새로운 타파스를 먹는 재미가 남다른데 그 중에서도 마드리드의 타파스는 단연 으뜸이다.
처음 마드리드에 왔을 땐 도무지 도시에 재미가 없었다. 중세시대의 멋을 담고 있는 바르셀로나처럼 이색적이지도 않고 세비야처럼 강렬하지도 않았다. 그냥 마드리드는 도시 같았다. 어느 나라나 있는 큰 도시. 하지만 음식을 맛보면서 점점 마드리드라는 도시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우와 진짜 맛있다!’라고 생각하는 인생 타파스집을 발견하는 재미를 알고부터 점점 마드리드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인생 타파스 가게 중 하나인 ‘메숀 델 챔피뇬’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꽤 알려진 타파스 가게이다. ‘꽃할배’에서 방영되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파는 버섯 요리는 마드리드에 가면 꼭 맛보아야 할 타파스로 유명하다. 메숀 델 챔피뇬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시장인 ‘산 미겔 시장’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 시장을 들려 이곳에 가기 좋지만 맛있게 타파스를 먹고 싶다면 솔광장을 지나 허기질때 이곳에 들리길 추천한다. 시장에 비해 훨씬 조용하고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을 지나 내려가면 커다란 타일 문양과 함께 간판이 보인다. 타일 그림과 그림 사이에 있는 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하몽, 소세지, 각종 와인들이 비치된 바 테이블이 보이고 그 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앉아서 식사를 하실 수 있는 장소가 나온다.
안쪽 좌석에는 버섯 요리가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모든 오브제가 버섯을 형상화 한 느낌이다. 천장에는 동글동글한 버섯 머리가 붙어있는 듯하고 천장의 그림 모양 역시 버섯의 머리 단면을 붙여놓은 모양새이다. 마주보고 각각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과거 스페인의 문화를 살펴볼 수 있어 그림이 재미있다. 천천히 실내를 둘러보는 동안 주문을 받으러 아저씨가 왔다.
워낙 한국 사람들이 많이 와서 동양인이 들어온 순간 "어느 나라 출신이에요? 한국에서 왔어요?"라고 물어보고 고개를 끄덕이면 바로 아이패드를 꺼내 한국어로 세팅을 해서 보여준다. 약간 해석이 어색한 한국어 메뉴가 나오지만 사진과 함께 메뉴가 떠서 바로 어떤 메뉴인지 알아볼 수 있다. 이 가게의 대표메뉴인 ‘버섯 타파스’를 시키니 바로 주문이 들어간다. 기다리는 사이 주변을 둘러보니 대부분 10명에 8명은 버섯 타파스를 먹고 있는 중이다. 다들 큰 접시에 버섯 타파스 꼬치를 한개씩 집어 입 안에 쏙쏙 넣고 있는데 혼자 와서 버섯 타파스만 담백하게 먹는 사람들도 꽤 보인다.
한 5분?정도 기다리니 드디어 인생 타파스격인 버섯 타파스가 나왔다. 하얀 접시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양송이 버섯 타파스가 12개 정도 올라온다. 올리브 오일을 발라 바삭하게 구워진 채 등장한 타파스에서 송이향도 나고 고소한 소스 향도 난다. 한입 깨물어 먹으면 버섯의 오독한 식감이 살아있어 풍미를 더한다. 버섯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고 게다가 양송이는 맛이 없어 더욱 싫어하지만 이상하게 이곳의 버섯 타파스는 하나 먹을 때마다 놀랄 정도로 맛있어 금새 타파스가 바닥이 날 정도이다. 양송이가 손바닥만큼 커다란게 아니라 좀처럼 딱 알밤정도의 크기라 한입에 쏙쏙 넣다보면 금새 10의 버섯은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진다.
식사를 다 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보니 바 테이블이 궁금해져 둘러 보았다. 역시 여느 타파스 가게처럼 천장에는 하몽이 데롱데롱 메달려있고 그 옆에는 초리소나 살라미와 같이 소세지도 천장에 메달려있다. 옆 선반에는 스페인 전통 도자기도 팔고 있었다. 타파스 가게에서 도자기와 같은 기념품을 판매하는 경우는 많이 못 보았는데 워낙 스페인에 관광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그런지 도자기를 팔고 있는 모습까지 독특하게 느껴진다. 바 테이블 가격표를 보니 앉아서 먹었던 버섯 타파스 가격보다 더 저렴해 확인을 해보니 바 테이블에 앉아 먹으면 더 저렴하다고 한다.
입이 짧은 내가 타파스와 카페를 즐기는 이유는 조금씩 다양하게 맛보면서 만족스런 음식을 찾는 과정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어렷을 적 보물찾기하는 마음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모처럼 마드리드에서 버섯을 활용한 타파스를 발견했을 땐 새로운 보물을 만난 기분이다. 그 보물은 인간이 생각하는 최상의 창의력을 발휘하여 독특한 향으로, 맛으로, 시각으로 만족을 하게 만든다. 아마 마드리드에 자주 들리게 될 것 같다. 이렇게 내 감각을 만족하는 보물을 찾으러 경험하러 가는 순간 내 인생의 즐거움은 더해진다.
* 흩어지는 순간은 기억하고자 기록합니다.
* book_j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