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러스 더 자세히 알고 먹기
나와 츄러스는 참 인연이 깊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 무리를 해서 예정대로 여름 휴가를 떠나게 되었다. 당시 비용을 아끼기위해 모 항공을 타고 경유로 가게 되었다. 경유를 할 때만 하더라도 새로운 나라를 한 곳 더 볼 수 있다는 희망에 뭘 해도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그렇게 설레이는 감정을 안고 바르셀로나에 도착을 했건만 스페인에 도착한 것은 덩그라니 '내 몸뚱아리'뿐이었다. 캐리어가 오지 않은 것이었다. 경유를 하면서 짐이 안 실렸다고 하는 어이없는 답변만 들려올 뿐.... 어안이 벙벙하였다. 하염없이 공항에서 캐리어를 기다리게 된 꼴이라니...수중에 돈은 얼마없지만 이 상황에서도 배는 고파왔다. 결국 얼마 없는 돈으로 뭔가 끼니를 때워야 하는데 그때 내가 먹을 수 있는 금액대는 오직 츄러스밖에 없었다. 츄러스 한 봉지 사들고 공항에서 하염없이 캐리어를 기다리는 내 자신이 참 비참할만도 했지만...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살려 주었던 것은 츄러스가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아, 짜증나지만 츄러스는 겁나게 맛있네...'
혼자 중얼중얼 거리면서 결국 츄러스를 먹고 또 먹고 초콜렛에 찍어 먹으면서 그 짜증나는 상황을 버텼던 것 같다.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소리지만 사람들이 의외로 츄러스에 대한 유래를 잘 모르는 것 같아 이번 기회에 츄러스를 전격 해부하여 소개를 해보려고 한다.
츄러스는 먼 옛날 양치기들이 산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고민하다 만들어진 간식이다. 간편하게
커다란 팬과 기름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어 개발이 되었다. 이름이 ‘츄러스’인 이유도 산에 사는 츄로(Churro)라는 양의 뿔과 비슷하게 모양을 만들어서이다. 만들기도 쉽고 맛도 있어 곧 누구나 쉽게 즐기는 간식거리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나중에 스페인 군대가 신대륙을 개척하면서 남아메리카까지 츄러스 문화가 전해지게 되고, 남아메리카의 설탕과 초콜릿이 만나면서 오늘날 대중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츄러스가 완성되었다.
츄러스 전문점에 가면 반죽이나 토핑에 따라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츄러스 안에 캐러멜 시럽을 넣은 것부터 반죽 자체에 양파나 계피를 섞어 만든 것도 있다. 보통 얇은 막대를 츄로라고 하고손가락 2개 정도의 굵기를 뽀라라고 부른다. 츄러스나 뽀라는 있는 그대로 먹기도 하지만 쵸콜라떼를 한 잔 시켜 함께 곁들여 먹는 경우가 많다. 쵸콜라떼도 전통 방식으로 시키면 무척 걸쭉한 질감의 음료가 나오는데 여기에 찍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
여름에는 츄파라는 열매를 갈아 만든 음료인 오르차타(Horchata)와 함께 먹기도 한다. 음료와 츄러스가 제법 잘 어울려 츄러스를 파는 곳마다 오르차타를 함께 파는 곳이 많다. 겨울에는 따뜻한 쇼콜라떼와 함께 마시는 것을 추천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오르차타와 함께 먹는다면 훨씬 맛있게 츄러스를 맛볼 수 있다.
* 흩어지는 순간은 기억하고자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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