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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May 26. 2019

나도 나를 잘 모를 때, 여행이 답을 주겠지

오늘도 여행을 떠나는 이유

한창 결혼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친구가 내게 "할 것도 많은데 굳이 여행을 떠나야 할까?"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친구는 여행이 일종의 현실 도피라고 비관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누군가는 나에게 "여행은 단순히 돈 낭비가 아니니?"라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학교 취직 준비를 코 앞에 두고 있을 때 이미 예정된 토익 학원에 등록을 해 놓았다. 토익에 1도 관심이 없지만 공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니까 내 마음을 안심하기 위해 일단 돈부터 낸 것이었다. 사실 어떤 것을 공부해야 할지, 앞으로 무엇이 될지, 이런 것들은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저 어쩌다보니 취업할 나이였고 그렇게 휩쓸리듯 학원에 가게 된 것이었다. 


'무엇을 해야 하나...'


인도 사진은 어디로 갔는지 찾을수가 없어 최근 다녀온 여행 사진으로;;;


방콕하며 덩그라니 앉아 있을 때 엄마는 시간을 흘러 보내는 내 모습에 울화통이 치밀어 올라오셨는지 남동생을 데리고 인도에 갔다오라고 하셨다. 왜 수많은 나라 중에서 인도였을까...? 나이가 나보다 한참 어린 동생에게 교육을 목적으로 인도 문명을 보여주고 싶은데 마땅한 사람이 나밖에 없던 것이었다. 동생덕분에 얼떨결에 난 인도행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다. 


인도인들의 삶의 방식은 그야말로 쇼킹 그 자체였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들에게는 전혀 당연하지 않았다. 매 시간마다 연착되는 기차, 노선을 알 수 없는 도로는 혼란스러웠다. 내가 진리라고 믿었던 것들이 진리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었다. 토익? 토익이나 취직이 전부였던 내게 그 요소들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다. 오히려 유연하게 살아가는 방식을 빠르게 체득하는 것이 살아가는데 훨씬 도움 되었다. 


하루에도 몇 십구의 시체가 태워지며 자연스럽게 삶과 이별을 고하고 있었다. 나는 유유히 배를 타며 아름다운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데 저 멀리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삶의 평화와 안녕을 기하는 의식을 치르고 있었다. 삶과 죽음이 무척 가깝게,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장면이라 내가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사실.. 그러니까 '언젠가는 죽는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고민하는 취업, 토익점수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이것은 그야말로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마주하는 시간이었다고 할까.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내가 살아가는 곳이 책상 앞 점수가 전부로 살아갔을 것이다. 토익 점수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닐텐데 사실 마음이 급하면 내 인생의 큰 그림은 간혹 잊게 된다. 새로운 지역에서, 문화를 보고, 사람을 만나다보면 마음이 유연해진다. '이렇게도 살아갈 수 있겠구나,....' 삶과 죽음을 가까이서 보게 되었을 때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 역시도 언젠가 죽을텐데 죽는 순간 내게 미안해 하면서 죽지는 말아야지... 나를 혹사시키면서 살지는 말아야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행이란 익숙함에서 멀리 벗어나 낯선 환경에서 오롯이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다.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삶이 있는지, 아름다운 모습과 반면에 더러운 모습이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몸으로 느끼는 과정이다. 세상에 이렇게 볼 것이 많고 사랑해야 할 것도 많은데 현실의 작은 문제로 우울해하고 고민한다면 아쉬운 일이다. 나도 나를 모를때, 생각이 복잡할 때, 그때야말로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야하는 시간이다. 거창하게 해외가 아닐지라도, 낯선 곳이라면 어디든 모두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낯설게, 계속 자신을 낯설게 느껴보는 시간을 계속 계속 만끽하는 우리가 되길!





* 흩어지는 순간은 기억하고자 기록합니다.

책 <맛있는 스페인에 가자>에서 발췌하였습니다.

@traveler_jo_

* book_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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