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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Sep 26. 2022

의미 있는 여행의 조건

여행을 갈 때 목적을 생각해본다



한번은 친구와 밥을 먹다 여행 이야기가 나왔다. 친구는 여행 가서 돈만 쓰고 오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여행이 현실 도피처럼 느껴진다는 말과 함께 당분간 여행은 가지 않겠다고 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다녀왔지만, 손가락으로 사진을 하나씩 넘겨보며 허탈한 얼굴로 이야기를 건넸다. 안타까웠다.


쓸데없는 돈 낭비를 의미 있는 여행으로 바꾸는 것은 여행의 목적이다. 여행하는 목적이 분명하면 정해진 방향에 따라 여행지가 선택될 수밖에 없다. 여행이 쓸데없는 돈 낭비라고 생각될 땐 목적이 없어서인 경우가 많다. 여행 가는 목적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너무 피곤해 물에 몸을 녹이고 싶을 수도 있고 아름다운 미술관에 가보고 싶을 수도 있다. 진짜 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정하면 된다.


“어디로 여행갈까? 왜 여행 가고 싶은데?”

“여행 가면 좋으니까.”

“아니 너한테 왜 좋은 건데. 그런 얘기 말고 좀 더 솔직한 생각이 궁금해.”

“응? 그런 거 없는데…”

“SNS에 자랑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푹 쉬고 싶은 거야? 가장 원하는 게 뭐야?”



나는 여행의 목적을 ‘여행 책 완성’으로 정한 경우 여행 동선을 취재로 빼곡히 채운다. 하루에 수십 개가 넘는 상점을 돌아다니고 여러 음식점에서 음식을 조금씩만 먹으면서 여행 책의 데이터를 만들어 간 경험이 많다. 방 안에 헬스장이 마련된 스위트룸에도 가고 수용소 같은 숙소에도 가고, 바나나 삭힌 음식과 같이 내키지 않는 음식도 정보를 위해서 맛을 본 경우가 있다. 



만약 그저 편안히 경치를 즐기고 싶은 부모님과 함께 여행 책 취재를 떠났다면 부모님도 화가 났을 테고 나에게도 이도 저도 아닌 최악의 여행이 됐을 수 있다. 어떤 목적도 괜찮지만, 목적을 솔직하게 해야만 만족하는 여행이 될 수 있다. 목적은 본인의 가장 은밀한 욕구인데 솔직하지 않거나 외면해서 여행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여행의 목적을 정한 뒤 해결할 문제를 생각한다. ‘단기간 내 효율적인 라오스 여행 취재’가 목적이라면 해결할 문제는 새로 생긴 레스토랑 4곳과 관공서에 대한 정보 수집, 라오스 현지 예술가 정보 수집 등이다. 신혼여행의 목적을 가성비 좋고 이국적인 곳에서 쉬다 오는 것으로 정했다면 특가 비행기 표를 구매해 쿠바와 같이 하루 숙박료가 저렴한 나라로 선택지를 좁힐수 있다.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어떻게든 목적을 정리하고 출발한다. 이왕이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도 함께 생각해보면서 내게 필요한 여행을 계획한다. 함께 가는 여행이라면 서로의 목적을 사전에 충분히 확인하고 인지한다. 여행을 보다 의미있게 만들기 위해, 여행을 통해 무언가를 바라보기 위해 미리 내 여행의 목적은 무엇인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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