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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Sep 29. 2022

문제를 풀러 여행을 갑니다

기획자에게 고민이 생겼을 때 여행이 답을 주겠지

"그게 가능해? 어떻게 한 조직에 오랫동안 있을 수 있어?"


대학원 동기랑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올해도 계속 기획팀에 있다는 이야기를 하니까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물었다. 나의 대학원 동기는 스타트업을 1-2년에 한 번꼴로 이직하곤 했다. 한때는 회사에 정착하지 못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요즘은 능력이 그렇게나 출중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내가 회사를 나가거나 옮긴다는 사실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 스스로 반성해 보기도 한다. 




그렇다. 나는 요즘 문제가 있다. 조직의 업적을 정리하고 임원의 성과를 요약하여 작성하는 문서는 내가 원했던 일이 아니다. 재미도 없다. 신입사원도 아니고 10년간 회사 생활을 하였는데 아직도 재미를 운운하는 내가 누군가는 황당할 수도 있다. 회사를 다니면서 늘 좋은 일만 있진 않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종종 후배들은 내게 와서 회사가 재미없다는 고민을 털어놓을 때마다 꼰대 같은 말로 다 지나간다고 이야기를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다. 재미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투덜투덜거리면서 샤워를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문제를 기획자가 풀어야 하는 문제로 생각한다면 나는 무슨 설루션을 제안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다. 기획 업무를 하면서 제일 답답했던 게 답이 없다는 점이었다. 업무에서 가장 피곤한 게 답이 없는 걸 답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 힘들었지만 난 계속 훈련을 받아야 했고 결과를 내놔야 했다. 인생에서의 대부분 문제는 답이 없다. 다행히 기획 업무를 하면서 답 없는 문제들을 자주 만나 인생 문제를 갖고 생각하는 것도 쉽게 적용을 해볼 수 있었다.



문제를 정확히 정의를 하기 위해서는 유저 리서치를 진행한다. 인터뷰 대상자가 없으니 나 자신에게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해보았다. "너는 요즘 무슨 일을 하나요?", "너는 언제 일에서 보람을 느낄까요?"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질문을 내게 계속 물어보았다. 그렇게 인터뷰를 하면서 내 문제는 업무가 재미가 없다고 정의를 하였다. '재미없다'는 원인은 다양하다. 익숙하기도 했고 그래서 두근두근 설레지도 않고 당연하게 느껴졌다. 일로 뭔가 배우는 느낌도 없었다. 총체적인 난국을 어떻게 돌파해야 하는 것일까.




기획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설루션을 도출하기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낸다. 대학원? 업무 전환? 가장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호기심을 유발하는 설루션이 무엇일까 고민을 하다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포착한다. 그래. 여행. 여행은 언제 가도 늘 새롭다. 어제의 하늘 색깔은 오늘의 하늘 색깔과 다르고 어제는 사람 풍경은 오늘의 풍경과 완전히 다르다. 회사에 대한 고민과 방황은 결국 여행으로 귀결이 된다. 


흰 종이를 꺼내 나의 문제를 쓰고 내가 가고 싶은 장소들을 나열하였다. 9월 2주 차에는 연천에 다녀왔으니 이번 10월에는 강릉에 다녀올까? 목포나 여수를 안 간 지 오래되었으니 그쪽 동네를 다녀와볼까 생각하고 있다. 여행 계획을 차곡차곡 만들어가면서 설레기 시작한다. 내려갔던 나의 감정 온도가 다시 사르르 올라오는 기분이다. 지칠 때 떠나는 것, 어쩌면 문제를 가진 자만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늘 떠나는 여행은 때론 지치거나 식상 해질 테니 말이다. 어쩌다 한번, 고민이 생길 때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해결의 단 맛을 안겨주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바로 기차표를 예매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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