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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May 30. 2023

공간을 닮고 싶어라, LG 아트센터

다채로운 예술 활동이 준비되어 있는 복합 문화 공간

어렸을 적부터 몸을 사용하는 운동을 싫어해 체육 시간만 되면 곤욕이었다. 발레나 달리기, 체조와 같은 종목은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였다. 비록 나는 몸을 사용하길 참 싫어하였지만 친구들 중 부채춤을 잘 추거나 달리기를 잘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마냥 동경하였다. 수학과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보다 신체 감각이 타고난 아이들이 더 부러웠고 마냥 대단해 보였다. 운동이라곤 걷기와 숨쉬기가 전부여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30대가 훅 넘어가니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여행을 하는데 갑자기 무릎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하였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한 것이다. 살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였다. PT도 해보고 필라테스, 크로스핏 등등 여러 종목을 해보았지만 가장 기분이 좋아지는 운동은 발레와 수영이었다. 


발레는 6개월을 등록하면 2개월을 무료로 추가해 준다는 말에 혹해 한꺼번에 결재를 하게 되었다. 덕분에 매일마다 예쁜 발레복을 입으며 클래식 음악에 맞춰 발레 동작을 하나씩 익힐 수 있게 되었다. 평생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운동을 하려니 목각인형처럼 생각과 몸이 따로 움직였지만 춤을 추는 순간만큼은 재미있었다. 발레 학원에 가는 시간이 잦아질수록 더 잘하고 싶었고, 발레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급기야 발레 공연이나 영화를 찾아서 보게 되었다. LG아트센터는 발레 때문에 생긴 인연이지만 공간 자체도 발레를 보는 것처럼 율동감이 느껴져 자주 들리는 장소가 되었다. 



서울 식물원 초입에 있는 LG 아트센터는 세계적인 건축 거장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건물로 유명하다. 안도 타다오의 건물은 콘크리트, 유리, 강철과 같은 재료를 노출한 채 그대로 건축에 사용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공간 내 비추는 빛과 그림자의 변화 역시 공간 내에서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건축으로 유명하다. LG 아트센터 역시 그의 설계답게 노출 콘크리트로 기하학적 형태의 건축을 만들고 있다. 오후 5시만 되면 입구에서부터 시그니쳐홀까지 찬란한 빛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서쪽에 위치한 공간답게 노을 풍경도 일품이라 인간이 만든 공연과 자연이 만든 예술을 함께 나란히 감상할 수 있다. 


'튜브'

동그란 타원 모양이 겹겹이 쌓여놓은 형태는 마치 건축물이 춤을 추는 것처럼 율동감이 느껴진다. 기울어진 타원형의 입구부터 예술 작품에 집중하도록 구성하고 있다. 10M 높이에 달하는 기하학적 형태의 튜브가 겹겹이 겹쳐있어 몰입감 있게 건물을 관통하며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다소 차가울 수 있는 인상을 주는 노출 콘크리트 대신 나무 모양의 알루미늄을 구부린 막대로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튜브에서는 LG 아트센터만의 특별한 향기를 느낄 수 있는데 오직 이 공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향이다. 편백나무 향 같기도 하고 숲향 같기도 한 오묘한 향이 이 공간과 제법 잘 어우러진다. 설치된 예술작품인 '포크캐논'도 있는데 공연이 시작되기 30분 전 동그란 도넛 모양의 증기 고리가 허공에 비쳐 관람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튜브 공간은 연결 통로를 통해 공연장, 교육센터, 디스커버리랩이 연결되어 예술과 과학이 한데 어우러지고 있다. 


'스텝 아트리움'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공연장으로 안내하는 길에는 확 트인 천고를 마주할 수 있다. 무려 24m의 천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에는 네덜란드 콜렉티브 아티스트 트리프트의 키네틱 아트 설치 작품 <메도우(Meadow)>가 설치되어 있다. 작품은 LG상록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화담숲에서 자생 중인 진달래, 꽃창포 등 토종꽃 7여 가지의 색상이 담겨있는데 빨간색, 초록색이라고 딱 찍어서 말할 수 없는 신비한 색상을 보여주고 있다. 


다소 차가울 수 있는 콘크리트 외관은 야외 식물원과 절모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건축물을 자연환경에 강요하고 있다기 보단 아트센터와 자연과의 통합하기 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탁 트인 로비, 루프탑 공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람과 빛, 그림자가 공간에 스며들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게이트 아크'는 안도 다다오 건축 트레이드 마크인 노출 콘크리트의 웅장함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길이 70m, 높이 20m의 초대형 벽면체로, 각도를 달리하면서 보는 게 가장 좋다. 무거운 건축 소재로 지어졌지만, 꽤 리듬감 있게 느껴지는 공간이고, 시간대에 따른 햇볕의 유입에 따라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로비로 사용되고 있는 1층 공간이라 사람들이 많은 시간대보다는 한적한 시간에 가서 둘러보기를 권한다.



발레, 클래식,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 공연이 주를 이루지만 공간을 알리기 위한 독특한 교육 프로그램도 이색적이다. 성인과 아동 모두 서커스 단원처럼 체조를 해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건축에 대한 오디오 투어를 상시 준비하고 있다. 건축학과 교수님을 초빙하여 아트센터 건축물에 대한 심도 있는 강의를 들어볼 수도 있다. 어디서도 쉽게 받을 수 없었던 예술 교육을 진행한다. 마치 내가 발레를 하며 몰랐던 발레의 세계에 입문을 했던 것처럼 낯설지만 아름다운 공간에 노출되기 시작하면 어쩌면 나도 공간을 닮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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