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무암 바위 옆 콘서트장

Jameos del Agua

by 여행하는 기획자

독특한 포도밭에서 와인 시음을 한 뒤 우리는 화산 터널 문화센터인 '하메오스 델 아구아(Jameos del Agua)로 이동을 했어. 하메오스 델 아구아는 란사로테 출신인 예술가 만리케가 만든 예술 문화센터야. 이 센터가 유명한 이유는 화산 지형을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이야. 만리케는 화산으로 발생한 현무암 동굴을 활용해 독특한 공간을 재창조하였다고 해. 과연 그의 상상력이 가미된 문화센터가 어떨지 기대를 하면서 하메오스 델 아구아에 도착하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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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오스라는 이름은 스페인어로 용암 동굴의 큰 구멍을 의미해. La Corona라는 화산을 분출로 이 지역이 형성되었다고 해. 무려 길이가 6km 정도의 대형 동굴 터널이 만들어진 것이지. 화산 분화구의 물길은 바다로 통해서 이 터널의 별명이 '아틀란티스의 터널'이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들었어. 이 터널들은 3개의 텅 빈 공간으로 형성되고 있어. 3개의 텅 빈 구역은 하메오(Jameo)라고 불리는데 지형이 독특해 환경보호 조치가 설정된 지역이기도 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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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 Jameos del Agua

란사로테 출신의 만리케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이 섬을 세계에서 가장 예술적인 섬으로 만들고 싶었어. 이 문화센터도 그의 꿈을 실현시킨 일부로 독특한 지형을 그대로 활용하여 작품을 만들었지. 그는 란사로테의 자연 자체가 예술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가급적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보존시키고자 노력했지. 자연을 훼손하거나 망가뜨리는 대신 공존하며 예술을 덧붙여 조화를 만들어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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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으로 움푹 파인 지형은 총 3곳이 있는데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곳은 Jameo Chico라는 곳이야. 화산이 폭발한 잔해에 나무로 만든 나선형 계단을 덧붙여 간단히 식사나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지.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La Atlántida라는 터널이 나오면서 두 번째 지형인 Jameo Grand가 나와. 바로 이 공간의 하이라이트인 동굴 속 콘서트홀이 있는 곳이야. Los Jameos del Agua라는 이름을 가진 콘서트홀은 지형을 전혀 훼손시키지 않은 채 날것 그대로의 독특한 공간을 만들고 있어. 날것 그대로 지형을 드러내니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콘서트홀보다 더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공간으로 다가오더라. 콘서트홀 무대 건너편에 마지막 지형인 Jameo la Caquela가 등장하면서 이 지형을 모두 둘러볼 수 있게 되지.


공간을 대표하는 콘서트장은 550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웅장하며 현무암 그대로 자연 강당을 이루고 있어. 동굴 지형을 활용해 깊은 울림을 제공하지. 좌석은 화산이 움푹 파인 Jameo 지형을 활용해 입구에서부터 시작해 지형의 경사를 따라 배치되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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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os del Agua의 라군은 약 7m 정도 깊이에 약 80여 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아름다운 문화공간뿐만 아니라 지형학적으로 연구 가치가 높아 많은 학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해. 나는 생물에 대한 관심보다는 어떻게 이 푸른 라군과 레스토랑이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날것 그대로 콘서트장을 만들 수 있는 용기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가 놀라울 따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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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서트홀을 보고 나니 알겠더라. 그냥 원석 그대로 온전히 드러내는 것이 갈고닦고 하는 것보다 훨씬 아름다울 수 있다는 모습을 깨달았어. 꾸밈없이 자연 그대로 노출하는 용기와 배짱이 멋지기도 하고 말이야. 하도 비슷한 건축물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렇게 동굴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이 더 세련된 것 같기도 한 것 같아. 나는 누군가 이야기를 할 때 때론 더 아는 척, 더 배운 척 노력을 하며 덕지덕지 내가 아닌 무언가를 꾸며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있어. 이 장소를 와보니 알겠더라. 나에게 필요한 건 그냥 내 지금 모습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용기라는 걸. 인상적인 장소를 둘러보고 괜스레 나도 조금은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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