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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Oct 11. 2022

캐나다까지 갈 필요 없어요. 연천이 있으니까요

리치먼드 선플라워 축제 대신, 연천으로 


해바라기는 '행운'과 '생명'의 상징으로 여긴다. 고대 잉카 문명에서는 해바라기를 '태양신'으로 섬겨 무척 신성시하는 꽃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태양을 과감하게 바라보는 자태와 정열적인 노란빛은 바라만 봐도 생명력이 느껴져 수백 년 전부터 수많은 예술가들의 모티브가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빈센트 반 고흐가 있다. 뜨거운 생명력을 과감한 붓터치로 표현해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얼마 전 우영우 드라마에서는 풍수 인테리어용으로 '해바라기 액자'를 선물하는 모습이 나왔다. 해바라기 그림이 걸려 있으면 돈이 들어온다는 이야기와 함께 의미를 담아 '해바라기'를 표현하였다. 그래서일까? 세계 곳곳에서는 해바라기 밭을 일구어 광활한 광경을 선보이는 곳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캐나다 리치먼드에는 2만 4천여 평에서 해바라기 축제가 열리고 있다. 90여 종의 해바라기 품종들이 노란색 물결을 이루고 있다. 수백만 종의 해바라기들이 있어 꽃밭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인생 사진을 건질 만큼 황홀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캐나다 리치먼드만큼 정열적인 노란 물결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우리나라에도 있다. 바로 연천의 호로고루이다. 




호로고루는 고구려, 백제, 신라 3국 시대 때 세워진 성터이다. 고구려가 백제와 신라에게 땅을 뺏기지 않기 위해 만든 고구려의 3대 성터 중 하나이다.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막기 위해 성은 타 지형보다 높은 고지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호로고루를 오르면 주변 경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아직은 때가 덜 묻은 초원, 임진강, 겹겹이 겹쳐있는 산세가 눈앞에 한눈에 펼쳐진다. 파란 가을 하늘까지 더하면 금상첨화이다. 


호로고루 성터까지 가기 위해서는 해바라기 밭과 코스모스 밭을 지나가야 한다. 수백 평 땅에 해바라기를 수백, 수천 종을 심어 놓았다. 멀리서 보면 노란색 꽃들이 바람에 맞춰 춤을 추는 것처럼 노란 물결이 일렁인다. 사람들은 수백 종의 해바라기를 떼를 지어 본 적이 드물어 여기저기 해바라기 밭에서 사진 찍느냐 정신이 없어 보였다. 호로고루 성터 근처에는 해바라기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포토존도 만들어 놓고 여러 조형 물고 설치해 놓아 사람들의 촬영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호로고루 해바라기 밭도 캐나다 리치먼드와 마찬가지로 해바라기 축제가 열린다. 하지만 '해바라기' 자체만을 위한 축제는 아니다. 연천은 북한과 접하고 있는 도시인만큼 그 어떤 도시보다 '통일'에 민감한 도시이다. 전쟁이 나도 가장 먼저 전쟁 영향권에 접하는 도시가 바로 연 천인만큼 연천을 여행하면서 군사 시설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다. 그래서 호로고루에서 열리는 축제의 이름은 '통일바라기 축제'이다. 통일을 바라는 마음과 해바라기가 합쳐 만든 축제인 셈이다. 


책만 봐서는 통일에 대한 염원이 와닿지 않는다. 해바라기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저 멀리 이동을 할 필요가 없다.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산천을 바라보며, 해바라기의 진풍경을 바라볼 때 경험의 밀도는 올라간다. 머리로만 바라보고 이해했던 풍경들이 몸으로 이해하기 시작한다. 눈으로, 코로, 촉각으로 경치를 맛본 그 순간은 절대 잊지 못하게 된다. 무엇보다 굳이 저 멀리 떠나지 않아도 서울에서 1시간 넘어 가을 해바라기를 눈으로 담을 수 있어 뿌듯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하루다. 


호로고루의 또 다른 볼거리

더 올라가 보니 토끼 조형물도 보였다. 큰 벌판에 여러 토끼를 설치했는데 우리가 봐도 귀여운데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다. 이렇게 포토존이 한가득 있어서 그런지 고구려 3 대성 중 하나인 호로고루의 인기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사진을 대신 찍어주는 사진기사분도 보였고, 아이스케키 장사를 하시는 아저씨도 보였다. 


연천의 마실 거리

연천 회관이란 곳을 가기로 했다. 연천 회관은 옛 마을회관을 개조해 카페로 만든 곳이다. 요즘엔 옛 장소를 변형해 독특하게 해석한 곳들이 이색적이다. 스토리도 재미있고, 어떻게 해석을 하였는지 기대를 하게 만든다. 


안에 들어가 보니 공간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음료가 재미있었다. 연천은 율무가 유명하다고 하다. 옛 회관을 개조해 한옥 형태로 꾸민 것도 인상적이고, 음악도 좋았고 음료까지 맛있었다. 


다만 연천의 핫 플레이스답게 사람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편이다. 끝도 없이 사람이 몰려와서 본관 카페는 오랫동안 자리를 앉아있는 것 자체가 좀 민망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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