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의 럭셔리한 카페, 코바 커피 (COVA COFFEE)
이탈리아에서 여행을 하는 동안 무엇이 가장 좋았냐고 묻는다면 단연 '커피'였다. 난 하루에도 커피 서너 잔을 마실 정도로 커피를 어마어마하게 사랑한다. 이탈리아는 커피의 본고장답게 카페 어디를 가도 풍미가 깊은 커피 한잔을 맛볼 수 있었다. 커피의 맛은 대체로 훌륭한 편이었고 인테리어의 취향, 맛의 취향 등에 따라 조금씩 명성의 차이가 느껴지는 정도였다. 어떤 역사가 담겨있고 누가 즐겨갔던 카페였고, 이 카페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었는지가 어쩌면 더 큰 차별화를 만드는 요소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밀라노에 있으면서도 카페 투어는 계속되었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가보고 싶었던 카페는 고 이건희 회장님이 자주 가셨다는 '코바 커피'이다. 코바 커피는 명품거리 근처에 위치해 럭셔리한 카페로서 독보적인 브랜딩을 하고 있다. 럭셔리한 카페라는 명성에 맞게 가격대는 꽤 높지만, 그래도 수십 년간 맛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계속 찾아가는 카페이기도 하다. 코바 카페의 외관은 품위가 고스란히 느껴졌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화려한 샹들리에가 먼저 보여 럭셔리함을 더해주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여느 카페처럼 일어서서 마시는 스탠딩 바 구역과 테이블 좌석으로 나뉘어 있다. 스탠딩 바에도, 테이블 좌석도 이미 만석일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였다. 간단히 커피를 마시고 나가는 사람들은 따로 마련된 계산대에서 계산을 한 뒤 스탠딩 바에서 커피를 마시면 된다. 나는 당시 너무 무릎이 아파 큰맘 먹고 테이블 좌석에 앉아 카푸치노와 티라미슈를 맛보기로 하였다. 안쪽에 이미 사람들이 만석이라 테이블석에 앉는 것만 하더라도 무려 10분 넘게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주변을 둘러보며 기다린 끝에 푹신한 소파 좌석으로 안내를 받았다. 직원들은 모두 정장 형태의 유니폼을 차려입은 채 깔끔한 서빙을 해주고 있었다. 곧이어 메뉴판을 가져다주었는데 세상에, 메뉴판까지도 무척 럭셔리하다. 메뉴판을 살펴보시면 코바 커피에서 유명한 것들은 이렇게 'COVA'라고 붙여진 시그니쳐 라벨이 붙어 있다. '1800년대 전통 제조 방식으로 만든 티라미슈'라는 설명에 매료되어 바로 티라미슈를 시켜 보았다.
작은 컵에 두껍게 쌓아 올린 마스 포카네 치즈가 인상적인 티라미슈가 곧 나왔다. 가운데는 앙증맞게 'COVA'라고 새겨진 초콜릿이 위에 올려져 있다. 이어서 카푸치노도 나왔다. 초콜릿 한 조각과 함께 카푸치노는 풍부한 우유 거품과 함께 커피잔에 예쁘게 담겨 있다. 티라미슈와 함께 맛보는 커피 한 잔은 그야말로 여행의 피로가 한 번에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12월 밀라노 날씨가 제법 싸늘해 커피를 마시며 몸을 녹이면서 커피를 마시는 사이 천천히 실내를 둘러보았다. 벽면에는 COVA 커피의 역사를 말해주는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가령 1800년대 밀라노의 코바 커피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려주는 사진이라던지, 어떤 디플로마를 받은 이력이라던지 등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온몸 그대로 카페로서의 역사와 자부심을 어김없이 전해주고 있었다.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은 많지만 오랜 역사를 지탱하며 커피를 만들 수 있는 곳은 드물다. 서울에서만 하더라도 백 년 이상 된 카페를 많이 찾아보지 못했다. 부드러운 카푸치노와 티라미슈를 맛보면서 무엇이 이 가게의 전통을 만들어갈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마도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분위기가 아닐까. 불편하지 않은 친절함, 편안한 맛과 향, 명성과 같은 것들은 수년이 지나도 계속해서 필요로 하는 가치일 것이다. 오랫동안 앉아 있어도 전혀 눈치 주지 않고 편안하게 공간과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준 직원들과 카페를 생각하며 변하지 않는 가치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