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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Apr 24. 2023

콩치노 콘크리트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고 싶을 때, 


새로운 주제의 글을 쓰거나, 데이터로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떠올리는 일들은 모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시간들이다. 무언가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조합하고 부딪히고 쪼개 봐야 하는데 이때 가장 필요한 건 '감정 관리'이다.  감정이 조금이라도 나쁘거나 어지러워지면 새로운 것들을 생각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기 조차 힘들어진다.

이럴 때면 기분이 좋아지는 음악을 나름대로 선곡하여 듣기 시작한다. 디즈니, 지브리 OST를 들으면 즉각적으로 감정을 맑게 바꿔준다. 다양한 감정과 정신 상태로 순식간에 이동을 시켜 주는 것이다. 감미롭고 기분을 밝게 만드는 음악을 들을 때면 그날이 무슨 날이든, 내가 어떤 상황이든 간에 내 기분이 점차 좋아질 수 있다. 그 후로 나는 나를 위한 '뮤직 테라피' 시간을 만들었다. 빨리 집중을 해야 할 때, 기분이 울적할 때면 나를 달랠 수 있는 음악을 선곡한다.


잠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변화시키는데 공간 자체가 음악을 듣기에 최적의 공간이라면 어떠할까? 위안, 열정을 느끼면서 나의 행동에 집중하고, 또 다른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의 '콩치노 콘크리트'는 공간 자체가 거대한 청음실이다. 공기는 온통 향 냄새와 음악 소리로 짙게 배어 있다.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음악'이라는 공통의 키워드로 모여 저마다의 음악에 심취하는 장소이다.

철저히 '음악 청취'에 집중하는 공간이기에 음악 청취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은 사전에 차단을 한다. 카메라로 '찰칵' 소리를 내어 촬영하는 것도 안되고, 커피나 디저트를 판매하지도 않다. 그 어떤 것도 음악을 듣는데 방해가 된다면 철저히 배제가 된다. 건물의 구조 자체도 음악 감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건조한 콘크리트이다. 음악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지며 일종의 위안, 열정을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은 최대한 배려를 한다.  

건물은 총 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 고유한 공간에는 저마다의 음색과 에너지가 달라 여러 공간을 자유롭게 탐색하며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과 그 음악이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을 배회하며 찾아 나가는 과정 역시 이 공간의 묘미이다. 빛과 그림자의 대비, 울려 퍼지는 음향의 감각은 온전히 경험으로서 여러 감정과 감동을 이해하고 느낌게 해준다.

1층에서는 프로그램에 따라 아름다운 음악을 선곡해 준다. 1층의 필로티와 2층 연주 공간은 음악이 울려 퍼지는데 충분한 천고를 갖고 있다. 3층과 4층으로 공간이 이어지며 소리 역시 이어진다. 공간의 목적이 음악 감상답게 어느 곳에서 바라봐도 음악을 듣기에 최적이다. 계단, 창가, 방, 의자 어디에 걸터앉아도 음악과 공간은 제법 잘 어울린다. 각 공간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빛의 이동에 따라 다양한 형상의 빛이 연출된다. 역이 비추는 빛에 따라서도 음악을 감상하는 묘미가 달라진다. 여느 카페와 다르게 책상은 없고 오직 의자만 있다. 의자 옆에는 간단하게 음료를 내려놓을 수 있는 걸치기가 있다. 책상이 없기에 노트북을 이용하거나 태블릿을 활용하기가 어렵다. 공간은 순수히 음악을 즐기는데 집중하고 있다.

음악은 해설사의 선곡에 따라 달라진다. 왜 이 곡을 선곡하였고, 작곡가에겐 어떤 스토리가 담겨있는지 흥미롭게 설명해 준다. 음악의 장르는 팝, 재즈, 클래식 등 장르를 넘나들며 희귀한 명반을 제공한다.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이 무엇인지, 감정에 푹 빠지고 싶은 음악은 무엇인지 알고 싶을 때, 특별한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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