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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Apr 17. 2023

내가 예술을 사랑하는 이유

의정부 예술 도서관 이야기 

한때 MBTI가 유행하여 재미로 한번 검사를 해보니 '계획형'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아주 오래전부터 어떤 일을 할 때 미리 계획을 세운 후 착착 진행해오곤 했다. 모든 건 눈에 보이는 관리를 해야 안심이 되고 진도는 수치로 표현이 돼야 불안함을 떨칠 수 있었다. 애매모호하고 두리뭉실하기보단 명확한 것을 좋아하기에 어쩌면 '계획형'이라는 결과는 딱 맞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업무에서도 성격에서도 나는 늘 계획, 명확을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삶은 내가 원하는 대로 명확하게 이어지기보단 오히려 생각하고 고민해도 답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내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 나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등의 질문에 그 누가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내 인생이기에 나에 대한 질문의 대답은 나 스스로 해야 하겠지만 명확하고 뾰족한 대답을 단번에 내놓기는 늘 어렵다. 가령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할 때 'UX'를 전공하였고, 전자 회사에서 '기획'업무를 하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마다 이해하는 게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디자인을 하는 줄 알고 또 누군가는 세탁기나 냉장고의 제품을 개선한다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 '가전을 사용하는 고객들이 좀 더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만들어요.'라고 구체적으로 정의하면서 설명을 해야 그나마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1 더하기 1은 2입니다라고 명확하게 말하고 싶지만 이렇게 나의 직업을 이야기해도 될지, 이 설명으로 내 업을 모두 설명할 수 있을지는 늘 고민이 된다.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명확한 것보다 모호한 질문들이 내 머릿속을 두둥실 떠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모호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생각하는지 알기 위해 도서관에 들려 책을 읽었고, 삶의 여정이 담긴 영화들을 보기 시작하였다. 시, 조각, 미술, 건축물들은 나의 가치가 이것이고 이 지점에서 이런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감상을 하며 해답을 찾아가는 힘을 길렀다. 그 어떤 예술 작품도 "당신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답은 이것입니다."라고 속 시원하게 정답을 들려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타인의 삶, 예술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정선을 따라 간접적으로 내 삶에 접목을 시켜볼 수 있었다. 예술 작품을 마주하면 할수록 모호한 삶 속에서 더 깊이 내 삶을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남편 뒷모습 ㅎㅎㅎ


명확하지 않은 질문들에 대한 자기만의 답을 찾는 여정이 이어질수록 예술품과 책을 일부러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의정부에 '미술 도서관'과 '음악 도서관' 개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술 도서관은 도서관과 미술관을 융합하여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책 애호가, 지적 자극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안식처로서 역할을 제공하고 있다. 

 



공간 내 탐험과 발견을 장려하도록 설계되어 개방감 있는 복도를 걸어 다니면 뜻밖의 예술 서적을 쉽게 탐색할 수 있다. 각 영역별 특정 주제나 테마를 담고 있어 책을 읽는 사람들이 관심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단순히 공간 내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감각적인 영감과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심미적으로, 콘텐츠적으로 알찬 구성을 해놓았다. 공간 내 적절한 조명과 조경으로 탁 트인 시야와 쾌적하고 감각적인 가구들의 배치, 일반 도서관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미술사, 비평, 유명 예술가의 작품, 건축 디자인 도서까지 다양하게 구비를 하고 있다. 


예술책을 접하면서 명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창의적인 생각 출구를 제공한다. 명확하게 말하지 않아도 사진, 그림, 건축, 디자인으로 감정, 생각, 아이디어를 전달한다. 때론 예술 작품들을 바라보며 내 감정을 탐구해보기도 하고 거창하게 고민 해결이 안 되더라도 소소하게 감동과 위안이 전해지기도 한다. 타인과 함께 '감동'이라는 감정으로 연결이 되기도 하고 정보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들이 모두 합쳐져 독특한 관점이 만들어지고 어렵기만 했던 모호한 질문들에 대한 답이 될 때가 있다. 


어쩌면 살아가는 건 명확하지 않은 질문들에 대한 자기만의 답을 찾는 여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만 이해해서는 문제가 풀리지 않으니 미술, 책 등과 같은 표현 수단으로 타인과 소통하고 주변을 이해하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래도 풀리지 않은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받아들이려 노력을 한다. 세상에는 숫자처럼 정확한 답이 있는 게 아니고, 설사 답을 찾았다 할지라도 얼마든지 나만의 정답지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의정부 미술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 보니, 문득 아직도 어른이 되려면 한참 멀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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