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책방에 대하여

모든 건 초고에서부터 시작된다.

독립출판을 좋아하는 이유는 지금 구매하지 않으면 다신 볼 수 없는 책들이 많기 때문이다. 제한된 수량만 원고가 있다는 점, 한 작가의 개인 감성이 오롯이 묻어 나온다는 점에서 독립 출판을 좋아한다. 베스트셀러 원고부터 수백 년간 사랑을 받는 고전문학까지 모든 원고에는 초고가 있다. 거친 초고를 들여다볼 때면 내가 좋아하는 작가와 왠지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때론 작가의 인간미를 느껴보기도 하고 문장력뿐만 아니라 책을 대하는 태도나 디자인 감각을 생각해 보기도 한다. 원고부터 책 내지, 표지 디자인까지 직접 해볼 수 있는 경험이 즐거워 언제부터인가 나도 직접 독립출판을 해보게 되었다. 기획, 디자인, 포장을 직접 하면서 나중에는 직접 전국에 있는 독립서점에 입고까지 하는 경험을 하였다. 독립출간물을 구매하는 입장과 창작자의 입장을 모두 경험하면서 독립서점을 자주 드나들며 내 취향에 맞는 서점들을 찾아 나가게 되었다. 

지금도 매일같이 독립책방의 문이 열리고 닫힌다. 읽고자 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독립책방은 더 이상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닌 콘텐츠를 파는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흥미로운 모임을 개최하거나 행사를 만들어 사람들 간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고 있다. 좀 더 나아가서 고유의 색깔을 얹혀 소통을 한다. '문학'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독립책방, '성장'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책방 등 책방마다 이야기하는 고유한 메시지가 존재한다. 백과사전식으로 모든 책들을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에 맞춰 책을 큐레이션 하여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이유로 좋아하는 독립책방을 찾아가는 과정은 곧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는 과정과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게 그림인지, 문학인지 모호하고 취미조차 뚜렷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울 때 취향에 맞는 책방으로 가면 나침반이 되어 준다. 관심 있는 책이 꽤 자주 눈에 띄거나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다는 느낌이 들 때, 아마도 그 책방은 내 취향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이곳은 별책부록인 것 같아

그럼 내가 좋아하는 책방은 어디일까? 내가 좋아하는 독립책방은 해방촌에 위치한 책방들이다. '스토리지북 앤 필름', '별책부록', '고요서사'와 같은 책방은 5-10분 거리에 모여있어 해방촌을 갈 때마다 후루룩 둘러보기 좋다. 스토리지북 앤 필름, 별책부록은 다채롭고 빠르게 새로 입고되는 책들을  매일마다 만나볼 수 있다. 무엇보다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글쓰기, 그리기 워크숍이 많아 흥미롭다. 나는 새로운 것을 만나고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취향인가 보다. '고요서사'는 문학 작품을 위주로 살펴본 수 있다. 낯설게만 느껴졌던 문학작품을 큐레이션 받을 수도 있고, 재미있는 제목을 보면서 찾아갈 수도 있다. 

중구에 있는 '스페인 책방'이나 '노말에이'도 좋아하는 책방 중 하나이다. 정열과 뜨거운 에너지가 느껴지는 '스페인'은 언제 가도 다채롭다. 스페인 여행을 좋아하기에 스페인을 주제로 만든 책방 역시 흥미로운 장소이다. 디자인, 일러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 수준 높은 일러스트 책이 많은 노말에이도 영감을 얻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는 장소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방에 가면 취향에 맞는 작품들이 선별되어 있기에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내가 몰랐던 작품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한다. 업무로 인해 나 자신이 소모된다고 할 때 나를 채우기 위해, 독립책방으로 향해야겠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인지 다시금 떠올리고 싶을 때 책방으로 가서 이야기에 푹 파묻혀야지. 내가 최근에 입고한 Island of Spain 책도 잘 꽂혀서 제 몫을 다하고 있는지 안부를 물으러 찾아가야겠다. 

Island of Spain Lanzarote 입고처는 아래와 같습니다.⁠

서울 중구 : 노말에이 @normala.kr, 스페인 책방 @spainbookshop⁠

서울 용산구 : 스토리지북 앤 필름 해방촌점 @storagebookandfilm ⁠

전북 전주시 : 에이커북스 @tuna_and_frogs⁠

살림책방 @sallim_books⁠

전북 군산시 : 조용한 흥분색 @colors.ordinaryday⁠

광주광역시 : 러브앤프리 ⁠@lovenfree_book⁠

부산광역시 : 스테레오북스 @stereobooks⁠

제주시 : 라바북스 @labas.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