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의 런던 1
3번째 떠나는 유럽여행. 이번 여행도 첫 도시는 어김없이 런던이다.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는 템즈 강변 위를 날아 히드로 공항으로 향한다. 늘 초저녁쯤의 템즈 강변을 내려다보며 여행을 시작했었는데 이번에는 겨울의 유럽인지라 해가 진 런던 시내를 바라다보며 히드로 공항에 들어섰다.
1달치 짐이 가득한 캐리어를 끌고 유럽의 돌바닥을 걷고 있으니 여행의 설렘은 사라지고, 그 무게감만이 가득했지만 굶주림을 채우기 위해 짐을 대충 던져두고 저녁 식사를 하러 나섰다.
영국은 음식이 맛없기로 유명하지만 영국에서 파는 다른 나라 음식은 하나같이 다 맛있다. 우리의 첫 식사는 아시아 스타일 누들을 파는 'Wok to walk'
긴 레이오버 때문에 입맛도 없고, 너무나 피곤했던 우리는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숙소로 돌아와 맥주를 하나씩 먹고 일찍 잠을 청했다.
잠을 설쳤더니 제멋대로가 된 머리를 도저히 되돌릴 방법이 없어 대충 묶고 'Monmouth coffee company'로 향했다. 플랫화이트가 맛있는 곳인데 지난 방문 때 너무 귀여운 바리스타가 있었던 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때 그 귀여운 직원은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손님들로 북적인다.
몇 년 사이 이곳은 일회용품 사용을 중단했다.
잔을 들고 야외로 나와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느껴보는 런던 감성... 나쁘지 않아...
돌아보면 다 추억이다.
트라팔가 광장까지 걸어 내셔널 갤러리에 들어갔다.
공사가 한창이라 볼 수 없는 작품이 많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수련과 해바라기를 보고, 작품 감상보다 더 재미있는 뮤지엄샵을 신나게 살폈다.
그래도 영국에 왔으니 점심은 피시 앤 칩스를 먹기로 했다. 제 아무리 영국이라도 맥주와 튀김은 맛있다.
미술관 두 탕을 뛰기 전 다시 한번 카페인을 수혈하고 테이트 브리튼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루에 미술관 두 곳이라니 이게 무슨 강행군이냐 싶겠지만 볼거리 가득한 런던은 어쩔 수 없다. 벌써 세 번째 찾는 런던임에도 뭐라도 놓치고 갈까 싶어 또 욕심을 부린다.
처음 방문하는 테이트 브리튼에서 만난 ‘오필리아의 죽음’에 한참 동안 시선을 빼앗겼다.
한국에서 놓친 ‘더 큰 첨벙’도 보았다.
생각보다 더 큰 ‘더 큰 첨벙’
해가 지고 나서야 테이트 브리튼을 빠져나왔다. 찬 바람 덕에 따뜻한 국물이 간절했으므로 쌀국수를 먹기로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영국에서 다른 나라 음식을 먹으면 실패하지 않는다.
지난 여행 때도 왔었던 'Viet Food'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다. 운이 좋게 바로 자리를 잡았는데 우리 뒤로 긴웨이트가 생겼다.
첫날이니만큼 이쯤 되면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데, 오늘 아침 예매해 둔 뮤지컬을 보러 가야 한다...
단 한 번도 극장에서 졸아본 적 없는데 이번엔 쏟아지는 졸음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정말 정신력으로 버티며 관람을 마쳤다.
그래도 그네 장면을 볼 땐 눈물도 흘렀다.
길고 긴 첫날의 여정이 끝났다.
시차적응에 능하지 못한 인간으로선 꽤 버거운 일정이었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 런던에 오면 욕심쟁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