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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 llOK May 01. 2024

생각보다 관대한 런던

지난겨울의 런던 2


런던까지 왔지만... 아침은 라면입니다...

한국에서도 잘 먹지 않는 라면이 여행만 오면 그렇게 맛있다. 그래도 과일에 요거트까지 나름 알차게 차린 아침이다.




든든하게 msg 가득한 아침을 챙겨 먹고, 애비로드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옥스퍼드 스트릿으로 향했다.

옥스퍼드 스트릿에는 온갖 브랜드의 매장이 즐비한데 흔하디 흔한 나이키 매장이 눈을 사로잡는다.



입구에 놓인 다양한 체형의 마네킹에 홀려 매장 안으로 들어섰다. 이토록 다채로운 표준이라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리고 런던의 나이키 매장에는 디제이가 있다...!



여행자의 시선으로는 뭐든 좋아 보이기 마련이지만, 리듬을 타며 스몰톡으로 시작하는 이들의 아침은 뭔가 달라 보여서 이곳에선 내 아침도 조금 여유로우려나 생각해 본다. 장소의 문제가 아닌 마음이 문제라는 것을 알지만...






옥스퍼드 스트릿에서 버스를 타고 조금 중심가를 벗어나면 애비로드가 있는 주택가가 나온다.





비틀즈의 앨범 커버 속 장소라는 이유로 한적한 주택가의 평범한 횡단보도에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있다. 사진 한 컷을 건지기 위해 애쓰다 보니 이름도 국적도 모르는 이들 사이에 동지의식이 피어오른다.


자연스럽게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이게 뭐라고 애쓰는 서로가 웃겨서 배가 아플 정도로 함께 웃었다.


이 날의 가장 성공적인 한 컷을 찍은 우리의 동지들과

고맙게도 기다려주는 운전자들...



빨리빨리의 나라에서 온 나는 누구 하나 빵빵거리거나 불평하는 운전자가 없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애비로드를 빠져나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노팅힐로 넘어갔다.



영화 속 장소들은 기념품 샵으로 바뀌었다. 몇 년 전에 비해서도 또 달라져 버린 분위기를 보니 한편에 실망감이 피어오르기도 했지만, 바뀌어버린 트래블북샵의 모습에도 머릿속에선 ‘She’가 재생된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런던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인 빅토리아 앤 알버트로 향했다. 이 뮤지엄에는 정말 예쁜 중정이 있다.




전시를 보다가 출출해지면 중정의 잔디에 앉아 챙겨 온 음식을 꺼내먹거나 뮤지엄 카페에서 파는 간식을 먹을 수 있다. 이곳의 직원들도 점심시간이 되면 중정에 나와 식사를 하곤 한다.



2019년 여름에 찍어둔 V&A 중정



그 모습을 기대하고 부지런히 왔건만 공사를 하고 있어 중정으로 가는 문이 굳게 닫혀 있다.


피크닉을 즐기려고 무겁게 도시락을 이고 지고 왔건만.....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어서 뮤지엄 카페의 구석에서 피크닉을 열었다. 우리가 무얼 하던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과 외부 음식도 관대히 허용해 주는 카페 덕분에, 비록 푸른 잔디밭 위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꽤 즐거운 피크닉을 만끽했다.


그리고 제대로 취해버렸다.


우리가 무얼 하든 신경 쓰지 않는 그들의 무관심이 어쩐지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각자의 방식을 그저 내버려 두는 관대함으로 느껴지는 건 오늘 아침 본 나이키의 마네킹 때문일까..



피크닉에 취한 우리는 이미 체력이 바닥났다는 것도 잊은 채, 야경까지 보겠다며 뱅크 지역으로 가 기어코 스카이가든 위까지 올라갔다.






하루종일 걷고 또 걸었더니 발바닥에는 거의 감각이 없고, 종아리가 땅겨오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다.

지금의 여행이 즐거워서라고, 아까 마신 와인 때문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며 숙소로....








내일의 체력을 담보로 조금 더 놀다 돌아가는 길에 만난 세인트 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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