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읽고
나는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를 업으로 택한 사람들을 늘 부러워했다. 나는 그렇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후회로 꽤 오래 스스로를 괴롭혔다. 그래서 처음 일을 시작하고 어려움을 마주할 때, 나는 스스로를 탓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영 진로를 잘못 선택한 것 같다고 자책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나름의 경력이 쌓여 일과 내 삶의 거리를 두는 방법을 배웠고, 지루한 하루 속에서도 나름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게 되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책망하며 흔들렸다.
어린 시절의 어느 순간 천문학에 빠져 평생 천문학도로 살게 된 심채경 박사도 수많은 현실과 싸우고 있음을 보며, 직장이란 누구에게나 이런 거구나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나에게 별을 보는 일이란 하늘을 쳐다보며 밤공기를 느끼고, 시답잖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그저 낭만적인 일이지만, 지원받은 예산에 걸맞은 성과를 내기 위해 매일 언덕을 오르고 하늘을 관측하는 것은 제 아무리 천문학을 사랑한다 해도 늘 즐거운 일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훨씬 더 많이 해야 하는 것은 대체로 어쩔 수 없는 일인 듯하다.
늘 즐거울 수는 없지만, 심채경 박사가 자신의 일에 대해 갖는 애정과 무료한 일터에서도 의미를 찾아 삶을 잘 꾸려가려는 태도를 보며 나 역시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나의 일은 대부분 가위를 왜 안 챙겨 왔냐, 숙제는 왜 안 했냐와 같이 사소한 잔소리로 가득하다. 고작 가위가 뭐라고 싶지만, 이게 다 습관을 만드는 거라며 오늘도 나는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정작 나 역시도 덤벙대다 전자 호루라기를 두고 출근해 체육수업 중 목청이 터져야 하는 날들의 연속이지만, 그럭저럭 교사의 탈을 쓰고 매일매일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이 너무나 재미없고 멋없게 느껴지는 때도 많지만, 삶이란 게 늘 빛날 수만은 없고, 나 역시 이 거대한 우주 속 먼지 한 톨에 지나지 않음을 생각하며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는다.
네이처지나 사이언스지에 실린만한 논문을 발표하지는 못하지만, 우주의 작은 먼지 하나로 지루한 하루를 분주하게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나는 아주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졸린 눈을 비비며 겨우 준비를 하고, 30분을 걸어 출근을 하고, 숙명과도 같은 잔소리를 하며 하루종일 마음속으로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맛있는 점심이 나오는 수요일이라는 사실에 기뻐했던, 교복을 입고 깜짝 방문한 작년 제자와 초콜릿을 까먹으며 수다 떨 수 있었던 오늘의 하루도 나쁘지 않았다고 말이다.
이 정도면 먼지 한 톨 치고 꽤 괜찮은 하루였다...!
뻔하고 별 거 없는 날이 더 자주겠지만, 그러다 어느 날 좀 더 낭만적인 하루를 보내면, 나는 또 신나게 웃으며 조금 더 많이 행복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