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때문에 집나가신 시아버님, 그분과의 첫 만남
시아버님을 처음 만난 건 결혼 전 인사 차 남편집을 처음 방문했을 때였다. 친정엄마가 우리 귀한 딸 가서 대접받으라고 값진 과일들을 여러 상자 준비해주셨고, 나 또한 엄마에게 사준적 없는 시어머니의 고가의 귀걸이를 준비해 갔다. 난 가서 공손히 인사드린 후 밥상 차리는 시어머니를 열심히 도와드리는 착한 며느리 역할을 하며 식사 준비를 마쳤다. (생각해보면 남편은 우리 집에 왔을 때 차려주는 밥상과 과일상 찻상을 받기만 했다.) 식사 준비를 마치고 “아버님, 식사하세요~^^”라며 웃으며 말했고, 컴퓨터 앞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고 계시던 아버님이 식사를 하러 오시며 우리의 식사가 시작되었다.
저녁밥을 다 먹은 후였다. 아버님이 부르시며 할 말씀이 있다고 하셨다. 자리에 남편과 내가 앉았다. 얘기인즉슨 어른께 “식사하세요.”라고 하는 건 기본예절에 어긋난단다. 못 배운 사람이 그렇게 하는 거라고... 어른께는 “진지 잡수세요.”해야 한단다. 그러며 엄청 혼나기 시작했다.
순간 자존심도 상하고, 너무 억울했다. 날 잘 알지도 못 하면서 그렇게 나를 내리까는 시아버님이 당황스러웠다. 난 주변 어른들, 친구들로부터 싹싹하다. 친절하다. 주변 사람을 잘 챙긴다. 소리를 들었으며, 대학 때도 내 시간 아껴가며 여러 봉사활동도 하고 엄마와 함께 독거노인분들을 찾아가며 반찬봉사도 하고, 더군다나 학창 시절 상위권 성적을 늘 유지했고, 고등학교도 대학교도 상위권이라 불리는 곳을 나왔다. 그런데 식사하세요. 한마디에 나는 몰상식하고 부족한 며느리가 되어있었다.
거기에 한 말씀 더 보태셨다. 매일 점심시간마다 문안 전화를 본인에게 드리란다. 안 그래도 매일 연락드리고 잘하려고 했는데 그런 마음이.. 흔들린다.
그런데 직업 특성상 점심에도 내 시간이 잘 없는터라 점심시간은 어렵고, 저녁에 퇴근하며 매일 전화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질 수 없는 제안이었다. 자신만 옳으신 분에 꽉 막힌 분이셨던 것이다. (난 정말로 2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알람을 맞춰놓고 시아버님께 문안 전화를 드렸다. 덤으로 시키지 않아도 시어머님껜 자진해서 퇴근길에 전화를 드렸다. )
자상하고 유쾌하고 상냥한 남편을 보고 결혼을 결심했으나 마음이 흔들렸다. 처음 방문한 시댁은 나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우리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난 갑자기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태어나 누군가에게 이런 평가를 받는 게 서러웠다. 남편은 차를 세우고 날 위로해줬다. 많은 말을 했던 것 같은데 미안하단 말과 우리 아빠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단 말, 그리고 시아버님이 별로면 자기랑 결혼 안 해도 된다고 했던 것 같다. (이런 앙큼한 남자가 내 남편이다.)
무튼 서론이 너무 길었다. 다음 글에 시아버님을 가출시킨 나의 얘기를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