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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맘 Mar 25. 2020

그놈의 커피

나이 든 남자의 커피 한잔


“에이고~ 그놈의 커피”

시어머니의 말이다. 코로나 때문에 어린이집 못 가는 아이 하나, 학교 못 가는 아이 하나를 데리고 시어머니 생신 겸 고모가 왔다. 나도 어린이집 못 가는 아이가 둘이다.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고모와 나는 아이들 보느라 바쁘고 시 어머니는 밥 차리고 애들 간식 챙겨주고, 아이들이 어지른 방을 치워 주시느라 바쁘다. 우리 집에서 가장 한가한 건? 바로 시아버지다.


그런 시아버지가 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내 커피는 언제나오냐고 노래를 부르신다.


아직 설거지도 못 마치고 남은 반찬을 처리하고 바쁜 시어머니에게 아버님의 커피 달라는 투정이 짜증 날 법만도 하다.


그래도 시어머니는 설거지하려는 내 옆에 서서 나에게만 들리게 “에이고~ 그놈의 커피”라고 말하며 커피를 아버님께 대령했다.


비교적 가정적인 우리 친정아빠도 커피는 꼭 엄마에게 타 달라고 하신다. 청소도 도와주시고, 엄마가 무거운 짐 들까 시장도 꼭 같이 가시면서 왜 그놈의 커피는 엄마가 타야 하는 걸까? 커피 타는 일이 하루 한 번이면 그나마 낫겠지만 그놈의 커피는 시아버지나 우리 아빠나 하루에도 몇 번씩 찾으신다. 자기가 먹을 커피는 자기가 타서 마셔야 하는 거 아닐까?? 그것도 바쁜 사람에게 꼭 타 달라는 심보는 무엇인가?? 하지만 내가 본 나이 든 남자들 중 자기가 먹을 커피를 자기가 타는 사람은 딱 한 명밖에 본 적 없다. (내가 엄청 존경하고 좋아했던 교장 선생님 한분뿐)


시댁이나 친정이나 어머니가 안 계시면 그 커피 심부름은 나에게 온다. 친정 아빠에겐 “나 애들보느라 바빠~ 아빠가 타 먹어~”라고 하거나 아니면 아이 좀 봐달라고 맡기고 여유롭게 커피를 타곤 한다. (우리 아빠는 아이들도 참 좋아하고 잘 봐주신다.)하지만 시댁에 오면 아무 말 없이 커피를 타야 한다.


제발 자기 커피는 자기가 타 먹으면 좋겠다. 가끔 시어머니가 말씀하신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나도 힘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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