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픽션 일기 3
펜을 잡았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일기장을 폈다.
지나간 시간과 나, 너의 이야기를 매일 하다 보니 요즘은 펜만 잡아도 네가 떠오른다.
파란색 펜이다. 파란 글을 쓴다. 파랗다니, 왠지 슬프고 씁쓸할 것 같지만 오늘은 바다가 떠오른다.
시원하고 탁 트인 바다.
그곳에 가서 괜히 혼자 박장대소하며 걸어 다니고 싶다.
흘러들어오는 파도 물에 맞춰 다가갔다가, 뒤로 종종걸음 치며 도망가고 또 한바탕 크게 웃는다.
긴 생머리가 바람에 흩날린다. 흰 원피스가 바람에 맞춰 바다처럼 넘실거린다.
그럼 나는 오른손으로 원피스를 잡고, 왼손으로 긴 생머리를 넘긴다.
그리고 바다 냄새를 한껏 들이마셨다가 뱉으며 한껏 개운한 표정을 짓고 싶다.
파란 펜을 잡았다.
바다소리에 덮여 어렴풋이 네 목소리도 스치듯 들리는 기분이다.
어쩐지, 지금 뒤 돌아보면, 네가 정말 날 부르며 서있을 것 같다.
파란 펜을 잡았다. 바다가 있었다.
파란 펜은 바다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