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밤길

옴니버스 픽션 일기 4

by 손바닥

길을 걷는다.
너와 함께 걷던 길을 나 혼자 걷는다. 너 없이 나 혼자 헤매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한참을 걷는다.

너와 함께일 땐 한없이 소란했던 길이, 혼자 걸으니 어쩐지 어둡고 무섭다.

그럼 그렇지.

길치인 내가 쉽게, 네가 알려준 길을 한 번에 찾아갈 수 있을 리가 없다.
네가 보고 싶다.

길을 잃었다.
분명 너와 이쪽으로 걸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한숨을 가득 쉬곤, 휴대폰을 꺼내든다. 네 번호를 찾는다.

전화를 걸려다가 문득, '그래도 될까?'

고민에 빠진다.

그렇다.
길은 핑계고 그냥, 네 목소리가 한번 더 듣고 싶었다.
그냥, 너와 같이 걸었던 길을 걸으며 널 생각하고 싶었다.
그냥, 네가 뭘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밤은 점점 깊어지고, 도로의 차 소리는 요란해진다. 결국 돌아 나와 포기하고 내가 아는 길로 걸어간다.

아, 그 길이 좋았던 건 네가 있었기 때문이었구나.

아, 그 길로 가고 싶었던 건 혹시 널 만나지 않을까 싶어서 였구나.

그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