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7/08 무엇을 하던, 나를 잊지 말자.

영 앤 리치라고 꼭 행복할까?

by 손바닥

백수생활 중이다. 기약 없는 백수가 되어있다. 어쩐지 다른 이들의 말 모두가, 어쭙잖은 핀잔으로 들리는 삐뚤어진 상태이다.


친구가 지원해봐라 추천해준 공채는 하루 이틀 뭉그적거리는 새, 이미 내려가버린 상태였다.


썩 기분 좋지 못한 시간을 보내며 한없이 잠을 청한다. 한심한 인생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벗어나기 위해 감기지도 않는 눈을 억지로 감으며 현실에서 도망치고 있다.


영 앤 리치, 요즘 20대들의 우상과도 같은 말이다. 젊고 이쁠 때! 돈까지! 소위 말하는 모든 걸 다 가진 삶을 사는 사람들은 지금 제법 괜찮은 기분을 느끼고 있을까? 고인을 들먹이는 건 아니지만, 샤이니 종현의 죽음은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영 앤 리치의 대표적인 직업인 아이돌, 어린 나이에 일을 하며 돈과 유명세까지 가진 그가 죽었다는 소식은, 내게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그의 죽음에서 느낀 슬픔만큼 안타까움도 컸던 건, 영 앤 리치의 삶을 꽤나 동경했기 때문일 수 있다. 누구나 원하지만 쉽게 가질 수 없는 삶, 그 속에서 그가 느꼈던 갈증을 새삼스레 오늘에서야 알 것 같았다. (아, 물론 나는 영 앤 리치의 발끝에도 못 미치는 소시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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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가 되며 백수인 친구들을 만났다. 시간은 많지만 돈은 없는, 우리들은 앉아서 쉴 새 없이 수다를 떨었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문득, "돈 많은 백수 하고 싶다"라는 말을 농담 삼아 툭, 던졌다. 다 같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하다가 한 명이 질문을 던졌다. "언니, 언니는 돈이 많으면 행복할 거 같아요?"


약간의 침묵을 거쳐, 나는 "행복하겠지 물론 행복하겠지만..." 이어서 쉬운 예를 들어 마저 답했다.


" 돈이 너무 많아서 내가 원하는 걸 뭐든 먹을 수 있다고 하자. 돈이 정말 많아, 그런데 그만큼 세상엔 맛집도 많더라. 돈은 많은데 내가 뭘 먹고 싶은지 몰라, 그래서 제일 비싸고 좋은 레스토랑으로 갔어. 기분 좋게 메뉴판을 열었는데 뭘 먹고 싶은지 몰라서 아무거나 시켜서 먹었어. 그럼 나는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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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포만감은 있겠지만 그것을 진정한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생각엔 동의하지 않는다. 돈이 많은 삶은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바탕이 되어주긴 하지만 그것이 행복을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무엇을 하든 무슨 일을 하던 그 속에서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찾는 게 중요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원하는 일, 모든 경험과 선택의 주체에 "나" 내가 없어졌을 때, 너무 많은 행복의 순간을 지나치는 것 같다.


아이돌, 살인적인 스케줄과 어린 나이에 받는 폭발적인 관심은 그를 그 자신으로 있을 수 없게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백수로 있는 내게, 다른 이의 말과 관심은 불안을 증폭시키는 증진제와 같다. 그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나도 하루빨리 일을 찾아야만 할 것 같고 어디든 불러주는 회사만 있으면 가서 아무 일이나 닥치는 대로 해야 할 것 만 같은 생각이 든다.


오늘의 나는 주변에 휩쓸려 자신을 잊는 하루를 보냈다. 친구의 말 한마디, 주변의 시선 한 뼘에 백수라는 게 괜히 찔려, 잘 알아보지도 않은 회사에 무작정 서류를 내려고 했다. 작은 일이지만, 이런 일들이 쌓이고 커지면 어느새, 자신은 잊은 채 사회의 기준대로만 움직이는 내가 있을까, 조금은 슬퍼지는 날이다.


가끔, 타인의 삶을 부러워도 하고 친구들의 말 한마디에 쉬이 휩쓸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주체가 돼야 하는 건 "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물론 안정적인 회사, 적당한 월급을 받으며 평범한 삶을 산다면 좋겠지만, 그런 삶을 산다고 꼭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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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은 굳이 글에 담는 편은 아니지만, 오늘은 어쩐지 이말 저말 글 속에 털어놓고 싶어 남기는 말이다.

나는 언제나 그림을 그리지만, 꼭 같은 그림을 그리지만은 않는다. 그리고 싶은 그림이 있으면 그리기 싫은 그림도 있다. 모든 일이 그렇지 않을까? 원하는 분야,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또 그 속에서 많은 것들이 어떤 기준을 토대로 나뉜다.

나에게 그 기준은 "내가 그 일을 하고 싶어 하는가?'와, "그 일이 나를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시켜주는가"이다. 둘 중 한 가지 기준이라도 충족시키면 나는 그 일, 경험에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대체적으로 전자는 꾸준히 하는 일로 발전이 되고, 후자는 단편적인 경험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단편적인 경험으로 쌓인 다양한 일들은, 나중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어떤 방식으로든지 큰 도움이 되곤 했다.

살면서 꼭 하고 싶은 일만은 하고 살아갈 수는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후자에 가깝다면, 배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배워 나중의 자신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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