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7/13 그래서 내 집은 어디?

탄도항에서 만난 게도 집이 있건만...

by 손바닥

오랜만에 한낮의 나들이를 떠났다. 다시 백수가 된 지 2주일째,

서해 바다를 보겠다 무작정 나섰다. 대부도의 간조시간은 오전 10시, 물길이 나온다기에 바다 위를 걷고 싶다는 마음으로 오전 8시 집을 나섰다. 27살 늦은 사회생활로 아직 차도 없는 뚜벅이 신세, "오늘은 버스여행 인 셈 치자"라는 생각을 하며 탄도항으로 들어가는 123번 버스를 탔다. 1시간 반쯤 탔을까? 슬슬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정시 간에 딱 맞춰 도착했기 때문일까? 짤랑짤랑, 바닷물이 살짝 차있는 상태에서 물길을 걷게 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정말 뻘 밖에 없는 탄도항을 만났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남는 게 시간인 백수에게 바닷물이 없는 바다도 설레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대부도 탄도항, 오전 10시면 물길이 열린다. 오전 10시- 오후 3시까지, 3시 이후엔 바닷물이 가득 찬다.

대부도에 위치한 탄도항은 서해에 속한다. 그래서 바닷물이 싹 빠지고 나면, 수면 아래 숨어 있던 갯벌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성인 10,000원 소인 8,000원이면 장화에 뻘 잡이 도구까지 빌려 갯벌체험을 할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바다를 볼 생각에 무작정 떠난 터라, 여분의 옷이 없어서 갯벌체험은 다음으로 미루었다.

평일이라 사람 하나 없는 한적한 거리, 조용한 물길을 따라 자박자박 걸을 때마다, 무엇인가 옆에서 잽싸게 움직여댔다.


"뭐지?" 하고 고개를 쓱 돌리니 '사사삭-' 빠른 걸음으로 어디론가 숨어버리는 뻘 게를 만났다.

콩알만큼이나 작은 게, 잡으려고 할땐 요리조리 잘만 피하다가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죽은척'을 한다.

적막한 고요함을 깨고 주변을 둘러보니, 뻘은 온통 게 천국이었다. 발소리를 들을 때마다 게들은 한시바삐 뻘 속 자기 집으로 숨어버렸다. 한걸음 떼면 하나같이 구멍으로 쏙쏙 숨기 바빴다.

게들의 움직임이 재밌어 한참을 보고 있다가, 문득- "너희가 나보다 낫구나"라는 생각이 툭- 하고 들었다.

물길 옆 뻘밭, 저 구멍은 모두 게 집이다. 좋겠다 너희는, 그래서 너희집은 전세니 월세니, 아니 자가인가? 너희가 최고다.

서울 한 켠, 아니 경기도 한 켠에 집 한 채 얻기 어려워 아직도 부모님께 얹혀살고 있는 나보다 저 넓은 갯벌 위 자기 몸 하나 간수할 곳 있는 게가 부러워졌다.

누구나 가지고 싶지만, 누구든 가질 수 없는 '내 집'


어째,

나는 언제쯤 돼야 내 몸 하나 사회로부터 오롯이 숨겨 줄, '내 집'을 얻을 수 있을까.


덧붙임 글

다음 사진에서 게를 찾아보세요.

물론 게 중에는 멀리 산책 나왔다가 내 발걸음 소리에 놀란 채, 집에도 못 돌아가고 돌 틈 사이로 재빠르게 몸을 숨긴 녀석도 있었다. 너도 얼른 네 집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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