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18 현상 유지 법칙

현 상태에서 벗어나기가 두려운 순간.

by 손바닥


나는 꽤나 주변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잔잔한 개울가마냥, 발소리 하나에도 일렁일렁거리는 편이다.

조금만 바뀌어도 금방 예민해지는 편인 난, 이럴 바엔 내가 파도가 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파도가 되면 주변에 영향을 받는 만큼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가고싶어했'었'던 회사에서 면접 제의 전화가 왔다. 흔쾌히 날짜는 받았지만 어째서인지 면접에 가고 싶지가 않다.

현상 유지 법칙

본인의 현 상태에 머물고 싶어 하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큰 변화나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예측이 불가할 때, 흔히 겪는 심리현상이다. 현상 유지 법칙은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아침에 나가기 싫은 침대 밖(?), 더우닌깐 집에 있고 싶은 심리(?) 사실 갖다 붙이면 무슨 상태이던 현상유지 법칙이라고 우길 수 있긴 하다. 좀 더 나은 예를 들어보자면 회사원이 사표를 던지지 못하는 상황도 현상유지 법칙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다.


사표를 내고 나면, 지금보다 나은 회사가 있을 거란 보장도 없고 꾸준히 해왔던 경제활동에 대한 루틴도 전부다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시작되는 자기 합리화 '그냥, 더럽고 치사해도 있자. 여기보다 더 안 좋은 회사만 있으면 어떡해. 과연 지금 보다 나을까?' 이런 생각까지 미치면 마음은 쉽게 동요되고 이성적인 판단을 흐려놓는다. 이대로 있으면 이전과 같은 생활이 보장되고, 변화를 주면 앞으로가 불확실해질 때 바로 현상유지 법칙은 강한 힘을 발휘한다.


아마 나는 지금 내 상황에 꽤나 만족하고 있나 보다. 글을 쓰고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또 원할 때 쉴 수 있는 이 시간이 좋은가 보다. 덜컥 받은 면접 전화에 이렇게나 많은 생각을 쏟아내고 있는 걸 보니 말이다. 사실 지금 이 상황으로는 '물질적 창출' 즉,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면접 전화에 환의를 느껴야 하고 지겨운 방구석에서 벗어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하는 건 맞다. 그렇지만 내 심리상태는 지금의 편안함에 꽤나 큰 점수를 주며 안주하고 싶어 한다.


나는 개울가에 고인 물 같다. 작은 영향에도 크게 일렁이며 또 그렇게 일렁이다가 이내 다시 자기 모양대로 돌아온다. 사람은 적응에 동물이라고 했던가. 나는 지금 아마 내 상황에 무던히도 잘 적응하고 있나 보다. 혹시 또 알까? 누군가 던진 작은 돌에 크게 일렁이며 흘러가 커다란 파도가 될 수 있을지?

이번 면접이, 나에게 그런 기회가 될 수 있길 바라며 크게 일렁여 봐야겠다. 일렁임이 두렵지만 그렇다고 이대로만 있을 수만은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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